역시 말은 함부로 할 게 못되나 봅니다.

 

저 아이 가진 것 같습니다.

 

생리가 끊기고, 불안하고, 아직 여기서 못해본 것도 너무 많은데, 애 키울 돈도 없는데,

 

분명 조심했는데, 대체 어쩐 일이지, 대낮부터 울었습니다.

 

피임도 했지만, 저는 제가 몸도 약한 편이고 해서 수태가 잘 안 될 체질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다른 증상은 없었지만 아침부터 뭘 먹어도 얹히고 트림만 나는 게 심상치 않았습니다.

 

임신테스트기로 확인하는 순간까지 아니길 빌었습니다.

 

아침 첫소변도 아닌데 대번에 두줄로 물들더군요.

 

남편은 한번 더 테스트해봐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합니다.

 

저나 남편이나 비슷한 마음이었으니까요.

 

그때 브루넷님이 조언주신 게 맞나봅니다. 애 가져야지!하고 맘먹고 생기기보다는

 

예기치 못하게 생기고, 그러면 아기를 키우게 된다는 말씀(정확한 것은 아닌데, 이런 요지의 말씀이었어요)

 

부모님과 시부모님에게 알려드렸습니다. 더할 나위 없이 기뻐하십니다. 제 여동생도요.

 

때맞춰 잘 가졌다고 말씀들 하십니다.

 

그런가, 싶으면서도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태명은 이미 있습니다. 지을려고 지은 게 아니고, 이미 연애시절부터 농반진반 비슷하게 지어놓은 것인데

 

자연스럽게 그 이름으로 부르고 있습니다만,

 

애가 생기면 몹시 기뻐하고 가슴 부풀어하는 여느 부모에 비해서

 

저와 제 남편은 매우 수상한 부모랄까, 그렇습니다.

 

물론 어차피 쌀알보다도 작은 생명이니 알아듣는 거 자체가 무리이지만, 그래도 다들 아기가 생기면 기뻐서 태담을 하는 듯 하던데

 

저는 '아가야~ 엄마가 어쩌구 저쩌구' 말하는 게 닭살스럽습니다.

 

솔직히 그런 애정이 돋질 않습니다.

 

남편을 아침에 출근 보내고, 저 혼자 앉아서 두런두런거렸습니다.

 

나는 너한테 거짓말 하는 사람이 되고 싶진 않다, 솔직히 네가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다,

 

나는 니 아빠랑 좀더 신혼도 즐기고 싶고 더 많이 좋아해주고 싶었는데 말이지.

 

이렇게 말한다고 서운해하지 말아라. 나도 그전에는 엄마가 되는 것을 몹시 조심스러워하고 말 한마디도 함부로 하면 안되는 줄 알았다.

 

근데 내가 좀 살고 봐야겠다. 그냥 너한테 솔직한 사람이 되고 싶다.

 

 

저 너무한가요?

 

다른 증상은 없고, 뭐가 얹힌 듯한 증상만 있어서

 

예전처럼 빵으로 아침을 해결할 수가 없습니다.

 

이 와중에도 카레국물 만들어 아침을 먹었습니다.

 

아침 먹고 반짝한 정신으로 생각해 보니, 제 몸속에 아이가 있다는 게 도시 믿기지가 않습니다. 좋아서가 아니고, 그저 딴 세계의 사실만 같습니다.

 

언제쯤 적응을 하게 될지요.

 

그리고 훗날 이 아기가 태어나 한참 부모손을 탈 때, 저희 부부도 이웃 아기엄마 아빠처럼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르게 식사를 해치우고 번갈아 아기를 얼러야 하는 걸까요?

 

도중에 기저귀도 갈아주어야 하는데, 그 부부는 차라도 있어서 차 속에 들어가서 기저귀를 갈고 젖도 먹이고 나오시던데

 

저희는 차도 없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따지고 보면 제 뱃속에 있는 존재에게 미안한 일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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