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번역자는 생각도 안하고 외국 소설 읽었는데, 새삼스런 말이지만 외국 소설은 소설가랑 번역자 공저로 읽는 거구나 하는 걸 깨닫게 되요.

심한 오역 같은 기초적인 문제도 문제지만 근본적으로 번역자가 얼마만큼의 문학적인 기여를 하고 있는지, 독자는 책을 끝까지 읽고서도 그 걸 알 수 없다는 게 어떨 때는 화가 나요.

 

얼마전 어떤 블로거가 김훈이 쓴 '화장'의 첫 문장을 영어로 번역하면 어떤 말이 적당할지에 대한 자문자답을 하더라고요.

 

첫 문장이 "운명하셨습니다." 거든요. 아주 단순한 말이잖아요. 이거 뭐라고 번역해야 할까요?

 

그 블로거가 말하길 She is dead? She's expired? She's gone? 아님 멋있게 She's just brethed her final breath? 혹은 직역한답시고 Her fate is done?

그런 거 다 틀렸고, 미국에서 소설처럼 의사가 유가족에게 고인의 죽음을 알려야 하는 상황이면 뭐라고 했겠냐를 생각해야 한다고, 그럼 하나 나온답니다.

"I'm sorry we've lost her" 라고요. 운명하셨습니다의 간결한 느낌을 살리려면 I'm sorry만 쓰는 게 날 것 같다고.

 

아주아주 간단한 단 하나의 문장만 생각해도 이러한데, 소설을 번역한다는 건 말 그대로 재창작이지 않을 수 없잖아요.

그런데도 저는 작가는 기억해도 번역자는 기억 못하죠.

 

쓸데없는 말이 길었는데, 질문이요. 번역가에 대한 정보나 의견이 모아져있는 웹사이트 없을까요??? 아니면 번역가를 전문적으로 평가하는 평론가가 있다든가??

번역자 신경쓰면서 소설 읽으세요?


(글수정: 번역가 신경 쓰면서 보는 분들은, 어떤 점을 보신다 하는 포인트 같은 게 있으세요? 아래 golotr 님 댓글 보니까 저런 식으로 볼 수 있구나 배워서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1473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0481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0757
564 이태석 신부님, 조지 클루니, 존 카터(E.R) [3] 브랫 2011.01.01 3160
563 이렇게 시원하게 생긴 사람이 멋있죠 [4] 가끔영화 2012.01.05 3155
562 송창의 “‘인아’ 동성애 연기 힘드냐고 많이 물어본다” [2] S.S.S. 2010.10.22 3146
561 내 똥꼬는 힘이 좋아 [6] 칼리토 2015.10.18 3145
560 [바낭] 할 얘기도 없는데 무진장 긴, 주말의 아이돌 잡담 [18] 로이배티 2012.10.21 3139
559 <기사펌> 사람들이 키스를 하는 이유 [4] 한군 2013.02.14 3135
558 [잡담] 튤립이 이만치 성장했어요 [24] miho 2013.03.13 3134
557 머니볼을 봤어요. [3] 슈크림 2011.11.17 3124
556 요즘 김지수는 라디오에서 노래를 한다죠. (슈스케 탑5 근황도 조금.) [10] utopiaphobia 2011.03.03 3118
» 번역자 확인하고 소설 읽으세요? [20] 호레이쇼 2010.10.14 3117
554 군대 이야기는 괜히 봐가지고... [22] 멀고먼길 2012.09.15 3095
553 이승환 한 번 더!! 회고전 콘서트를 다녀왔습니다 [13] 로이배티 2012.08.19 3093
552 [일상] 따라쟁이의 만들기 시간, 관계주도적 폭발력 [20] settler 2011.02.06 3092
551 [스포일러?] 듀게의 다크나이트 감상후기를 쭉 읽어 봤는데 이 두 사람에 대한 언급은...? [9] 푸케코히 2012.07.20 3080
550 자장면에 달걀 반쪽 혹은 메추리알, 간자장에 계란 후라이는 언제쯤 사라졌을까요? [16] chobo 2012.05.08 3073
549 UV를 넘보는 가수등장입니다. [2] 살구 2010.07.12 3064
548 가장 맘에 든 아이유 무대 [15] catgotmy 2011.02.07 3063
547 [바낭] 현실 도피엔 역시 잡다하고 산만한 아이돌 잡담이. [12] 로이배티 2012.04.14 3049
546 미소녀 하렘 애니에 대한 옹호 [7] catgotmy 2011.03.07 3048
545 드디어 금요일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황금빛으로 가득한 냉장고를 개방합니다! [6] chobo 2013.07.05 3044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