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이런 글을 쓰기도 해서
http://djuna.cine21.com/xe/2699770

이미 많은 분들이 좋은 얘기를 해주셨는데,
다른 분들은 얘기하지 않은 내용 위주로 제 생각을 정리해 봅니다.

두 가지 차별성을 염두에 두고 정리했습니다.
1. 저는 실정법의 권위에 호소하지 않습니다.
2. 저는 대통령, 국회의원, 지방 선거에서도 고의적인(?) 기권을 비난하지 않습니다.

주민투표 불참 선동(?)에 대한 저의 정당화는
합법적 주민투표에 대해서도 유효하다는 점에서
1과 2는 동일한 방향을 가리키는데,
1에 대해서만 약간 보충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레옴님이 소개해 주신, 매우 유용한 민변의 의견서 제1문은 오세훈 주민투표의 불법성을 지적합니다.
(감사합니다, 모르던 내용을 많이 알게 되었고 확신이 강화되었습니다.)
기타 많은 의견들이 비슷한 방향을 지적합니다.

그러나 저는 오세훈 아닌 자에 의해 합법적으로, 
선택지도 꼼수 없이 중립적이고, 정확한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가 발의되었다 하더라도 얼마든지 거부 선동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선관위 유권해석도 실정법으로서 존중하지만, 개인적으로 최종적인 권위를 인정하지는 않습니다. 
최종 권위 불인정은 너무 당연하니, 동의하지 않는다고 하는 게 더 많은 정보를 전달하겠네요.
예를 들어, 저는 총선, 대선, 지방선거에서의 낙선운동도 선거법 위반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만약 법리적으로 명백한 선거법 위반이라면 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많은 분들이 이미 말씀해 주신 내용을 약간 다른 관점에서 표현해 보겠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때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런 저런 정치 얘기를 하던 중에 들었던 얘기입니다.
근대 정치철학 고전(1,2차 문헌)을 충분히 읽은 친구였는데,
근대 민주주의 정체(政體 정치시스템)가 형성되던 시기에
직접 민주주의와 간접 민주주의, 즉 대의(代議) 민주주의 사이의 투쟁(?)에서
대의 민주주의가 정치적으로, 이론적으로 승리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시스템이 보편화되었다고 하더군요.

이 부분에 대해서 더 정확하고 많은 정보를 가진 분의 설명을 기대하며,
저는 우선 제 친구의 말에서 출발하겠습니다.

바로 이 대의 민주주의의 이론적 우위가 바로 실정법의 최종적 권위가 될 것입니다.
(선거법은 헌법에 의거하여 평가되고 위헌이라면 개정해야겠죠.
마찬가지로 헌법도 보다 상위의 어떤 이념과 목적에 의해 개헌 검토의 대상이 될 텐데,
현실 민주주의의 철학적 근거가 국민 정서와 더불어 매우 중요한 상위의 이념이 될 것입니다.)

대의 민주주의의 적합성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직접 민주주의 실행의 어려움입니다.

역시 예를 들어 생각해 보는 게 제일 좋은데,
1) 얼마나 자주
2) 어떤 사안을 
3) 어떤 선택지로 
4) 어떤 비율의 정족수를 적용하여 
투표에 부칠지 여부를 결정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대의 민주주의, 의회 민주주의를 채택하여 실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저의 뻘해석인데,
대의 민주주의는 
1) 임기 주기로
2) 대리자를
3) 입후보자를 선택지로
4) 0의 정족수를 적용하여
주민 투표에 부치는 직접 민주주의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즉 대의제, 의회제의 권위조차 사실은 직접 민주주의의 이념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고요.)

선출직 교육감, 지방의회 등도 다 마찬가지입니다.
적법한 선거 절차에 의해 선출된 이들이 적법한 절차에 의해 정책을 집행하면 
(이건 제가 2,3 차 문헌들을 아주 조금 읽었는데 근대적 정당성, 정의의 중심은 절차적 정당성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절차주의의 권위는 개인(평등)주의, 자유주의의 이념에 의존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를 반대하는 자들도 따라야 합니다.
이것이 민주주의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저같은 이명박, 한나라당 혐오자도 충분한 근거가 없는 한
제가 반대하는, 그들에 의한 실정법도 존중하고 행정조치도 따르는 것입니다.
물론 적법한 반대의사 표현도 병행하면서요.
(충분한 근거가 있을 때는 불법적인 반대의사 표현도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겠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대의기관에 의한 합법적 정책에 대한 반대를 관철시키려는 시도, 고집은 그 자체로
민주주의, 합의에 대한 도전의 의미를 내포하고, 따라서 그 요건이 엄격하게 규정되어야 합니다.

이 경우, 그 요건이 세 단계로 구성되어 있는데, 
1) 발의를 위한 서명 정족수 요건
2) 투표 정족수 요건
3) 과반수 요건
입니다.

저는 2)에서 투표를 안 하는 것과 1)에서 서명을 안 하는 것이 별반 차이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세훈의 반대만으로 발의되지 않도록 한 장치와
1/3도 안 되는 사람의 참여로 유효 투표를 구성하지 않도록 한 장치는 
동일한 취지를 갖고 있으니까요.
1)과 3)만으로 충분한 요건이 구성된다면 2) 요건이 없었겠죠.

다른 방식으로 재기술해 보겠습니다.

대의 기관에 의한, 곽노현에 의한 무상급식 추진을 좌절시키려는 시도는
교육감 선거를 부분적으로 다시 하자는 '몽니'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미 선거로 책임자를 선출했는데,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정책을 추진한다고 계속 딴지를 거는 것은
선거 결과를 부정하려는 시도인 것이죠.
임기를 임의로 단축시키려는 것이고, 다른 분들이 얘기한 '정책의 연속성'에 대한 훼방입니다.
(저는 정책의 연속성이나 임기 자체 보다는 그것의 배경이 되는 이념을 조금 더 강조하고 싶습니다.)
그러니 요건을 엄격하게 규정하는 것이고 
내가 그 훼방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그 훼방에 대해 훼방을 놓을 수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이것은 대의 민주주의의 약점 또는 한계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선거 때만 유권자이고, 임기 중에는 호구인 것도 아니고 거 참..
그래서 그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주민투표라는 제도, 법리가 정당성을 가질 수 있는 것이고요.

하지만, 무엇이 기본(rule)이고 무엇이 예외(exeption)인지는 명백하다고 봅니다.
임기 보장의 문제점이 너무 심각하다면 주민투표를 자주할 것이 아니라
임기를 단축시키고 선거를 자주해야 할 것입니다.
즉, 선거가 기본이고 주민투표가 예외입니다.
이런 이념이 정족수 요건으로 구현되어 있다고 봅니다.
그러니 선거 참여와 주민 투표 참여가 완전히 동등하게 취급될 수 없습니다.
그렇게 보고 싶은 사람은 그렇게 볼 수 있겠지만,
그렇게 보지 않는다고 일관성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1/3 정족수에 1/2 득표면, 최소 1/6의 유권자가 마음만 먹으면 선거 결과를 뒤집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를 투표 참여의 방식으로 저지 시키려면 최소 1/6의 유권자가 반대의사를 표해야 합니다.

1/3 이상이 투표에 참여해야 하는 사회적 비용이 발생합니다. 
서명한 사람들이 몇 명인지 모르지만 그들의 몽니 때문에 그들보다 훨씬 많은 수인 1/6의 유권자가 불려 다녀야할 판입니다.
그나마도 일부가 그럴 필요 까지는 없다고 느끼거나 그럴 여건이 안 되어 빠진다면,
2/12 가 9/12 의 뜻을 꺾을 수도 있는 메커니즘이죠.
선거와는 메커니즘이 상당히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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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에 밝혔듯 저는 여기서 좀 더 황당한 얘기를 덧붙이고자 하는데,
저는 사실 선거도 참여 안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제 기준에서
주민투표 불참 선동의 정당성은
주민투표와 선거의 메커니즘 차이 등에 결정적으로 의존하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저는 민변에서 얘기하는 주민투표법 조항에 대해서도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상기 논의는 오세훈의 불법성과 꼼수는 모두 논외로 하고
민주주의의 논리만으로 얘기해 본 것인데,
사실 정답이 없습니다.
어떤 분은 선거 메커니즘과 주민투표 메커니즘이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다고 볼 수도 있을 테니까요.
과소 대표에 따른 왜곡 가능성을 공유한다는 점에서요. 
그러니 참여의 중요성은 마찬가지라고 볼 수도 있고,
선거는 참여를 독려하고, 주민투표는 불참을 독려하는 게 모순적이라고 볼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일단, 저는 선거 참여를 독려하지도 않고,
독려하더라도, '참여 민주주의의 대의'나 정의를 명분으로 독려하지 않습니다.
내가 지지하는 사람과 정당 찍어달라고 독려할 뿐입니다ㅋㅋㅋ
한나라당 찍으려는 사람한테는 참아달라고 하거나, 다른 당 찍으라고 독려합니다.
그리고 이게 민주주의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는 명백한 일관성이 있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추구한다! 입니다.
마찬가지 맥락에서 저는
선거에 불참하는 사람도 저 만큼이나 존중합니다.

룰(rule)만 지킨다면, 한나라당의 선거 운동, 주민투표 운동도 존중되어야 하고요.
이런 의미에서, 저는 한나라당의 참여 독려 이중성은 그 자체로 비난의 대상이 아니라고 봅니다.
어느 정당, 개인이나 다 그런 면을 갖고 있어요.

사실 이 점과 관련해서 더 재미있게 해볼 수 있는 얘기가 있고,
반론도 더 많을 것 같은데 ,
(특히 선거 불참 옹호와 관련해서, 예를 들어, 벌금제 같은 논의도 있었죠)
앞부분에서 되지도 않게 민주주의 이념에 관한 썰을 푸느라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나갔네요.
정치학 개론이나 법학 개론도 들은 적이 없으니 오류가 있으면 많은 지적 부탁 드립니다.

오늘은 이만 자고,
내일이나 모레 시간 나는 대로 황당한 얘기를 조금 더 써보겠습니다. 

제목을 뭐라고 쓸까.. 잠깐 생각하다
주민투표 거부의 논리 - 주민투표, 선거, 민주주의 그리고 시장 (1) 로 정했습니다.
한 줄로 요약하면 
"주민투표 거부에는 논리가 필요없다. 하기 싫다는 것으로 충분하다"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2)는 조만간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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