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계점을 초과한 정신, 육체적 스트레스와 피곤함은 만성 위염과 두통을 남겼습니다.

견디기 힘든 나날을 보냈어요. 평소의 금요일은 시간이 휙휙 갔는데 어제의 금요일

특히 5시부터의 시간은 끔찍하게도 안가더군요. 그래도 퇴근 시간은 오고.

저는 3일간의 연휴를 갖게되었습니다.

맛있는 것을 먹고 마시고 재미있는 것을 보자!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야 살 수 있겠는데. 라는 무의식의 경보가 울렸던 것 같아요.

 

첫번째 코스 홍대 수 스시의 초밥 C 셋트.

죽과 샐러드, 튀김과 메밀국수, 회와 초밥과 후식이 코스별로

나오는데 양은 적지만 다 먹고 나면 든든해집니다.

싹싹 한 조각의 흘림도 남기지않고 다 먹어치웠습니다.  

 

초밥을 만들어주시는 분 바로 앞의 바에서 먹었는데 과묵하신 분이셨어요.

혼자 와서 앉아 초밥을 먹고있는 비교적 젊은이!라 안타깝게 생각하신걸까요.

왠지 회도 몇조각 더 준 것 같고... 은근히 신경쓰고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니 어쩌면 바 바로 앞에서 어두운 오라를 뿜으며 우걱 우걱 잘도 먹고있어서일지도 모르죠.

 

누군가와 어떤 말을 나누어도 그 소재가 무엇이었어도 스트레스가 되었을 것 같아요.

다시 태어난다면 아주 깊은 산속에서 혼자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한마리의 새나 나방이 된다면

좋겠다! 라는 기분이 드는 날이었으니까요.

종업들도 거의 말이 없고 눈빛과 눈치로 의사소통을 하며 손님들에게 서비스를 하는 것 같았습니다.

누구와도 말을 나누고싶지않고 어떤 말도 듣거나 섞지않으며 신경쓰지않으며 허기를 채우고 싶을 때,

이 곳은 참 적절한 밥집(?)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술도 팔긴합니다만...

 

두번째 코스 커피공동체 커피와 사람들의 케냐 커피 아이스.

커피는...케냐 산인지 과테말라 산인지 콜롬비아 산인지 크게 중요하지않았어요.

그냥 케냐라는 이름에서 풍기는 아련하고 아득하면서도 야성적인 느낌이 좋았습니다.

커피를 좋아는 하지만 마니아 수준도 아니니...그저 거북한 맛만 나지않으면 된다는 정도?

커피전문점답게 시럽은 안주더군요.

이곳에서 첫번째 코스를 거치기 전에 한양문고에서 구입한 구송이 작가님의 "너도 들어봤으면"을 읽었습니다.

 

사전에 어떤 정보도 없이 그저 책 뒷표지에 있는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었던 푸념에 대한 위로를 음악에서 받는다.

 

 저 빨간 글씨 부분이 한눈에 들어와서 바로 샀는데...아, 이런 책을 또 만나게 되다니.

운이 좋아요. 최근 꼽고있는 운이 좋은 만화책과의 만남은

조주희님의 "키친", 호연님의 "도자기"입니다. 모두 정말이지 훌륭한 만화들인데요.

스토리텔링보다는 의식의 흐름에 좀 더 비중을 둔 내용들이라 음미하면서 읽기에 좋아요.

*하지만 저 푸념이라는 단어는 이 책의 뒷표지에 실리기에는 적절하지않아요.

 

잘 표현된 어떤 음악을 들을 때 청각적 이미지는 시각적 이미지로 전환되어

눈 앞에  전경이 펼쳐지는듯한 공감각적인 환상을 일으키는데 그런 과정에 대한 묘사와 심리 상태,

상황과 맞물려져서 갈등하고 힘들어하는 마음을 솔직하고 충실하게 그려나갔어요.

 

개인적인 소감을 모아놓은 글과 그림이지만 우리가 음악을 들을 때 보편적으로 느끼는

정서에 잘 와닿아 더 끌리게 되고 음악을 통해 얻게되는 위안과 치유에 관해 공감대를

느낄 수가 있습니다. 

특히 한장의 음반을 구입할 때의 그 설레임에 관한 묘사들은 더욱 그런 마음들이 잘 느껴집니다.

 

공기 중에 떠다니다 사라질 음악들이

눈에 보이는 물건으로 내게 머물러있다는 것이

기쁘고 안심이 된다.  

                                                      -  "너도 들어봤으면"p.175

 

한마디로 말하자면...

이 사람은 정말 음악을 좋아하고 제대로 잘 느끼고 그것을 표현하고있고

그것을 이 책을 읽는 사람과 나누고싶은 것이로구나!

입니다. 그래서 제목도 "너도 들어봤으면"

 

바로 옆 테이블에는 일가가 차를 마시러 왔더군요.

60대로 보이는 연세가 느껴지시는 아저씨 한분과 그 분의 딸인듯한 여자분, 여자분의 남편과

그들의 7세 쯤 되보이는 자녀인 남자 아이.

아이는 갑작스레 십센치의 노래 아메아메아메~를 부릅니다.

뜻밖이라...한참을 그아이를 쳐다봤어요. 와...십센치 정말 국민 밴드가 되어가는건가요.

뒤 이어 꼬마는 "우리 할아버지 연세대학교 선생님이야~."라고 저를 쳐다보며

외치더군요. 꼬마의 말 끝에 자랑스러운 마음이 묻어있었습니다.

그런 손자를 흐믓하게 바라보시는 연세대 선생님인 할아버지.

 

"너도 들어보았으면"  책은 간단하게 읽히지않습니다. 그림 한컷 한컷, 글 한줄 한줄에

작가의 마음이 빼곡히 녹아있어 허투로 읽을 수가 없고 그렇게 정독을 하여도

다시 전 페이지들을 넘기면 새록새록 새로운 느낌들이 생겨납니다. 그야말로 100%의 책입니다.

 

분리된 각자의 섬에서 서로를 바라볼 뿐이라는 마음이 들어 더욱 지칠 때, 

언제 푹! 하고 우물 속으로 꺼질지 몰라 한발 한발 조심스럽게 내딛으며 어두운 길을 걸어가고있다는 마음이 들 때...

맛있는 음식과 맛있는 차와 정다운 음악과 책들과 함께 하며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좀 더 자신의 마음 안으로

들어가 보는 것도 참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어지럽게 흐트러진 마음을 정리하고 바로 세우고할 수 있으니까요.

 

그 때, 이 "너도 들어봤으면" 이 소박하고 간절한 제목의 책과 함께 한다면 큰 힘이 될 것입니다.        

 

 

☆ 스마트폰으로 책 안에 든 QR코드를 인식, 유튜브와 연결하여 소개된 음악들을 들어볼 수도 있습니다. 

☆ 책 정보 : http://www.yes24.com/24/goods/5209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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