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8.03 03:30
(전반적이고도 사소한 스포일러 조심하세요 별 언급없지만 그래도...)
사실 생각해보면 간단한 포맷이다. 뭔가 비밀이 있을 것 같은 성형외과 의사가 매력적인 여자와 함께 좋은 저택에서 산다.
그는 여자를 미워하고 학대하는 것 같지만 조심스럽게 애정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이 남자는 대체 왜 그러는가? 그리고 여자는 왜?
독거미의 가장 큰 스포일러는 이 소설이 영화화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굳이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신작에 대해 생각하지 않아도 이 소설 자체가 그 비밀을 고집스럽게 감싸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내가 재미있게 느꼈던 것 역시 그런 일종의 반전보다 소설의 분위기이다. 덤덤하게 서술되는 문장을 보자면 이 이야기 역시 별다를 것 없는 스릴러 같다.
하지만 주인공 사이에는 단순히 서술된 사실 이상의 감정이 흐르고, 그걸 보는 것은 상당히 즐겁다.
리샤르와 이브는 상당히 인간다운 욕망이 느껴진다. 세상에 100% 깨끗한 감정이 있을까?
가끔 피의 복수를 다짐하며 주인공이 와신상담하는 이야기를 보면 어떻게 저렇게 오랫동안 한 가지만 생각할 수 있지? 놀라울 때가 있다.
이 소설은 잔인한 복수를 보여주지만 또한 복수가 얼마나 허약한 충족감을 주는지도 보여준다.
결말이 이해되는 것은 서로서로 잘못했잖아! 같은 이유도 있지만 리샤르의 일상에서 느껴지는 정서 때문인 것 같다.
소설은 짧은 분량이지만 세가지 이야기가 함께 진행된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챕터별로 맥을 끊는 구조를 싫어하는데 (난 성질이 급하니까 다음 이야기를 후딱후딱 보고 싶다!)
여기서는 꽤 효과적인 구성이라 생각한다. 과거의 이야기를 과거의 테두리에서 끝내지 않고 현재로 끌어올 수 있고, 또한 그와 관련된 관계자를 한 곳에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의 흥미진진한 부분을 말하자면 그런 의미에서 뒷부분이다. 상당히 빠르게 진행되며 결말에 대한 궁금증을 일으킨다.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신작에서 이 소설이 어떻게 구현되었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