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대비>

2012.01.08 17:02

환상 조회 수:2047

인수대비 재밌어요. 보시나요?

요새 재미는 상궁들 사이의 생각시 뺏기 랑 단종의 처절한 외로움 이예요.


단종은 요새 참 불쌍해요. 왜냐하면 믿을 사람이 한명도 없거든요.

김종서를 믿으시라. 아니다 김종서는 반역을 일으킬 수 있다. 수양대군을 믿으시라. 아니다 수양대군이 왕위를 노릴 수 있다.

서로 자기를 믿으라 하고 상대는 믿지말라 합니다. 

양어머니인 혜빈까지 가세해서 수양대군을 믿지 말고 김종서에게 의지하시라 해요. 왕실의 곁가지는 위험하다고요.

내관 엄자치도 김종서가 나라의 군인들을 모두 통솔하는 권력을 가졌으니 수양대군에게 의지하라고 해요.

안평대군도 나라의 제일 많은 사병을 거느렸으니 결코 안심할 수 없지요. 지금으로서는 가장 위험한 곁가지예요.


정하연 작가님은 수양대군의 욕망도 납득가능하게 그려주시지만 단종의 외로움 또한 대단히 집요하게 그려주십니다.

단종의 공포와 외로움을 이렇게 현실감나게 그려준 적이 있었나 싶어요. 그만큼 단종은 외로워요. 

그리고 단종의 계략적인 부분도 묘사해 주셔서 흥미로웠어요.

김종서를 앞에 두고는 나는 믿을 사람이 하나도 없다. 김종서만 믿겠다. 라고 말하구요.

수양대군 가족들을 앞에 두고는 나는 믿을 사람은 하나도 없다. 숙모님을 친어머니처럼 여기겠다. 라고 가여운 척 말해요.

그걸 보고 한정(인수대비)이 욕하기를 어린 것이 속에 능구렁이가 하나 들어가 앉아있다고 하죠.

착한 도원군 나리는 사촌동생이 가엾다고 홀딱 넘어가구요.

단종이 공포에 떨고 외로움에 사무치면서도 계략적으로 립서비스하는 모습도 보여주니 얼마나 재밌는지 몰라요.


단종 연기자가 한짓골 똘복이인데 처음에는 연기를 못해서 화가 났는데 요새는 좀 나아진 거 같아요. 

암튼 립서비스 장면은 정말 최고였음. 단종 역할이 그냥 불쌍한 게 아니라 입체적으로 그려져서 대단히 만족하고 있어요.



상궁들 사이의 생각시 뺏기는 정하연 작가님께 또다시 감탄하며 보고 있는 장면입니다.

상궁 하나가 밖으로 나가서 영특한 7살 아이를 데려와서 모자지간처럼 키웁니다. 근데 애가 영특하니까 지밀상궁(보스)이 뺏아버려요.

윗사람이 뺏아갔으니 그저 바닥을 붙잡고 울수밖에 없는데 그러면서도 두고 봅시다! 하고 쌍심지를 켜요.

지밀상궁도 웃어른으로서 인자한 척 하지만 사실 늙은이 못된 모습은 고대로 보여줄 뿐이죠.

그가운데 생각시는 더 높은 분께 눈에 들었으니 속내는 좋아 죽는데 밖으로는 엉엉엉 우는 연기를 하고 있습니다. 

원래의 상궁어머니껜 아쉬운 척 슬픈 척했다가 지밀상궁한테 가서는 찰싹 붙어서 귀여운 아이가 되지요.

이 싸움을 보면서 아아 궁인들이 저런 식으로 영역확장을 꾀하였구나 생각했어요.

할아버지 작가가 어쩌면 이렇게 나인들의 영역다툼을 잘 그려주시는지... 

여자들 사이에서 잘 발생하는 친구간 영역다툼도 떠오르더라구요. 후궁들끼리 내명부 권력투쟁하는 거랑은 맛이 또 달라요.



단종의 공포와 외로움에 만만찮게 도원군의 이야기도 서글프게 그려집니다.

그저 평범한 사람일 뿐인데 아버지는 전하를 지켜주겠다는 건지 왕위를 노리겠다는 건지 의뭉스럽고 마누라는 보위에 오를 음험한 꿈을 꾸고 있고 사촌동생은 형님 밖에 믿을 데 없다고 의지하지요.

얘도 참 보고있자니 슬퍼요. 얘의 소원은 그냥 다같이 사이좋게 지냈으면 좋겠는데 왕실 측에서는 곁가지들은 다 죽이려고 목숨을 위협을 해서 미쳐요.

사촌동생을 안심하고 보러갈 수가 없어요. 내관이나 혜빈양씨나 김종서나 눈치를 엄청 주거든요. 엄마랑 마누라도 전하께 너무 정붙이지 말래요.

아버지 또한 어쩐지 김종서 뿐만 아니라 사촌동생까지 노릴 것만 같아서 집안팎으로 미치겠습니다. 얘는 그냥 필부에 지나지 않는데...

한쪽만 택하라고 하는데 이건 전하를 택하자니 아버님의 목이 동강나고 아버지를 택하자니 전하가 아웃되는 상황이거든요.

십대 후반의 필부에게 너무한 선택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때 그나이면 어른이지만ㅎ)

저렇게 인성이 참되고 좋은 사람인데 너무한 주변상황입니다. 다정해서 남편감으로는 참 좋은 놈이예요.



단종이나 도원군의 서글픔을 보다보면 전작 <신돈>이 떠오릅니다.

정하연 할배의 작품을 보다보면 슬퍼져요.

그때도 참.. 공민왕도 불쌍하고 신돈도 불쌍하고 그랬어요.

<인수대비>를 보다보면 사람이 불쌍하고 그들이 내보이는 욕망이 불쌍하고 다 서글퍼지고 그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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