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계에 큰 경사가 나서 올려봅니다. 애초에 글의 형태로 작성해서 말투가 이런 것이니 양해 부탁드려요.)

칸영화제에서 한국영화가 상을 두 개 받는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헤어질 결심>(2022)으로 박찬욱 감독님이 감독상을,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브로커>(2022)로 송강호 배우님이 남우주연상을 수상하셨다. 나는 시상식을 보느라 날밤을 샜는데 너무 기쁜 마음에 박찬욱 감독님과의 인연을 털어놓을까 한다. 

박찬욱 감독님을 알게 된 것은 돌아가신 어머니 덕분이었다. 어머니는 박 감독님의 아버님과 친분이 있으셔서 박 감독님의 결혼식에도 가셨고 파주에 있는 박 감독님의 댁에도 다녀오신 적이 있다고 하셨다. 박 감독님의 댁에서 봉준호 감독님의 <괴물>(2006) 시나리오를 보셨다는 말씀도 하셨다. 어머니가 박 감독님을 특강때 한번 부르신 적도 있었다. 너무 오래 되어서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지만 박 감독님이 <올드보이>(2003)를 만드신 직후쯤에 나는 박 감독님을 뵐 기회가 있었다. 그리고 어느 시점까지는 박 감독님과 메일을 주고 받기도 했고 특별히 따로 뵌 적은 없었지만 내가 늘 영화를 자주 보러다니다가 보니 자연스럽게 박 감독님과 마주치는 일은 수도 없이 많았다. 심지어 바하 연주회에서 박 감독님을 우연히 뵌 적도 있다. 박 감독님과 만나면 길게는 아니었지만 영화 얘기를 자주 나눴고 내가 박 감독님께 영화를 추천해드리기도 했다. 그러다가 몇 년 전에 내가 존 포드의 <태양은 밝게 빛난다>(1953)를 보고 너무 감동을 받은 나머지 sns에 영화에 대한 글도 올리고 주변 지인들에게 그 영화를 마구 추천한 적이 있는데 그때 박 감독님께도 그 영화를 추천해드렸다. 그런데 감사하게도 박 감독님이 그 영화를 보러 오셨다. <리틀 드러머 걸>(2018)이 공개됐을 때에는 박 감독님이 표를 주셔서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호사도 누렸다. 어머니 덕분에 박 감독님을 알게 되었지만 아직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한 나는 조심스러운 마음이 들어서 늘 박 감독님과의 관계에 있어서 감독과 팬의 관계를 유지해왔다. 언제 내가 박 감독님과 차라도 한 잔 마실 수 있는 위치에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작게 나마 박 감독님과 교류를 할 수 있는 것이 어머니가 맺어주신 인연이라고 생각해서 앞으로도 그 인연을 소중히 하고 싶다. 

송강호 배우님과는 개인적으로 아무 인연도 없지만 나는 한재림의 <우아한 세계>(2007)를 보는 도중에 송 배우님이 세계적인 배우의 반열에 들어섰다고 확신했고 그때부터 국내 최고의 배우는 늘 송 배우님이셨다.(여전히 송강호 배우님의 최고작은 <우아한 세계>라고 생각한다.) 그런 가운데 이미 페북에서도 여러 번 밝혔던 봉준호의 <기생충>(2019)에 대한 개인적인 사연 때문에 송 배우님에 대해 나는 특별한 마음이 생겼고 드디어 <브로커>로 송 배우님이 국내 배우 최초로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셔서 정말 기뻤다. 내 예감이 틀리지 않았음을 스스로 확신하는 순간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헤어질 결심>에 대한 해외 평들 중에 이 영화가 알프레드 히치콕의 <현기증>(1958)이나 클로드 샤브롤의 영화 그리고 왕가위의 <화양연화>(2000)를 연상시킨다는 내용이 있다. 그리고 박 감독님은 이 영화가 정훈희의 ‘안개’로부터 시작됐다고 밝히셨는데 이런 정보들만으로도 이 영화는 내가 가장 좋아할 박 감독님의 영화일 거라는 확신이 든다. <현기증>과 <화양연화>는 내가 수없이 봤을 정도로 사랑하는 영화이고 ‘안개’도 내가 너무 사랑하는 곡이기 때문이다. 김수용의 <안개>(1967)도 내가 정말 사랑하는 한국영화인데 그 이유가 이 영화의 주제곡인 ‘안개’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브로커>에서 송강호 배우님이 어떤 연기를 펼치셨길래 남우주연상을 수상하셨는지도 정말 궁금하다. 

<기생충>에 대한 글을 올렸을 때도 이런 내용을 적었었는데 다시 얘기하자면 나도 꿈을 잃지 말고 분발해야겠다. 적어도 지금보다는 나아져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머니도 하늘에서 박 감독님의 수상을 기뻐하지 않으셨을까. 박찬욱 감독님, 송강호 배우님, 칸영화제 감독상, 남우주연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

(칸영화제 수상 결과)

황금종려상 - <슬픔의 삼각형>
심사위원 대상 - <클로즈>, <정오의 별> 공동 수상
감독상 - 박찬욱 <헤어질 결심>
각본상 - <천국에서 온 소년>
여우주연상 - <신성한 거미>
남우주연상 - 송강호 <브로커>
심사위원상 - / <여덟개의 산> 공동 수상

75주년 기념 특별상 - <토리와 로키타>

황금카메라상 - <War Pony>
황금카메라상 특별언급 - <Plan 75>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2352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1401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1717
901 코난 오브라이언이 좋을 때 읽으면 더 좋아지는 포스팅. [21] lonegunman 2014.07.20 189567
900 자신의 장점을 자랑해 봅시다! [77] soda 2013.02.15 27339
899 나라마다 다양한 손가락 욕 [14] amenic 2013.04.12 18876
898 아래쪽 매복사랑니 뽑아보신분? 후기들이 하도 무서워서 덜덜덜 떨고있어요. [47] Paul. 2011.03.15 16450
897 소소한 말장난 개그 모음. [14] 남자간호사 2011.05.17 16156
896 보수가 집권하면 왜 자살과 살인이 급증하는가. [36] drlinus 2012.08.24 14556
895 누가 대구에 먹을 것이 없다고 했나요. [1] beer inside 2012.03.17 10952
894 안녕하세요? '봉선류' 신멤버 '하연수'입니다. [14] 자본주의의돼지 2013.06.02 10514
893 [19금] 본격 19금 만화 [7] chobo 2010.10.15 10006
892 오늘은 '금요일' 하이킥 하는 날입니다. [1] 아모르 파티 2012.01.06 9911
891 남자의 성욕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고찰 [12] soboo 2010.09.21 9251
890 민주당의 미녀들. [8] 자본주의의돼지 2012.12.12 9011
889 디아블로3, 6시간만에 디아블로를 학살(?)한 것에 대한 외국 유저들의 반응 [14] chobo 2012.05.18 8882
888 요즘 팥빙수 많이들 드시죠? 근데 조심해서 먹어야 됩니다. [15] 자본주의의돼지 2013.08.12 7714
887 헤어진 애인에 연락하는건.. 예의가 아닌거죠? [27] 퀴트린 2011.04.28 7590
886 [만화 소개] 폭두 XX 타나카 [12] 자본주의의돼지 2011.12.08 7472
885 지하철에서 강한 섹스어필을 일으키는 누군가를 봤을 때 어떻게 하세요? [34] 프레데릭 2010.10.13 7438
884 도수코4 보시는 분 있나요?(수영복 사진 주의) [16] 자본주의의돼지 2013.09.27 7040
883 홍익대...참 여러모로 화끈한 학교네요 : 일베교수 잘렸대요 [18] soboo 2014.05.13 6826
882 ▶◀ 배리님(Barry Lee) 부고 [20] 에이왁스 2012.10.16 6739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