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당황스러울 만치 1차원적인 글이라서 놀랐는데, 역시 포털 사이트 댓글을 퍼오신 거였군요. 하하.

이런 글에 대한 진지한 담론이 오갈 이유가 없겠지만, 미국에 사는 동양남성으로서 뭔가 사명감(으응?)으로 조금 더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 드리고 싶어서 글을 적습니다.


미국이란 나라가 어느 지역에 사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다른 나라이고, 제가 사는 뉴욕시는 그중에서도 가장 다양한 인종들이 모여 있기에 소수인종이나 문화차이에 가장 급진적인 지역들 중 하나라서, 제 의견 역시 미국 모든 동네에서 진리일 수는 없겠지요. 그래도 우선 이 밑에 글에서 말한 것 중에 가장 마음에 걸리는 부분인, '동양남성들은 submissive 해야한다.'라 는 건 대체 어떤 관점에서 오는 생각인지 모르겠습니다. 굳이 스테레오타입화 시킬때, 많은 동양인이 더 조용하고 소극적일 수야 있겠죠. 하지만 어느 누구도 활기있고 리더쉽있는 동양남성에게 '넌 동양인인데 왜 이렇게 나대니?'라고 하지 않습니다. 되려, 스테레오타입에서 벗어나니 더 (긍정적으로) 돋보일수도 있는거구요. 이 글을 쓴 사람이 미국에서 마이너리티로 생활하면서 특정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었을 가능성을 생각해보니 더 걱정이되네요. 정작 자신의 일터나 사회에서, 스스로가 씌운 이런 굴레에 묶여 소극적으로 생활하며 쌓인 불만을 일반화시켜, 마치 그게 진리인 것처럼 이렇게 온라인 상에서 균형을 잃은 글을 썼을지도 모르죠.


그리고, 동양인 남성-백인 여성 커플의 숫자가 동양인 여성-백인 남성 커플의 숫자보다 월등히 적은건 사실입니다만, 그걸 이 밑에 글에서 표현한 것처럼 단순히 동양인 남성들이 '아웃오브안중'이라거나, 동양인들의 소셜 라이프 수준이 최악이라서 그런건 당연히 사실이 아닙니다. (이 부분에서 좀 허허,하는 웃음이 나옵니다. 혹시 그 글을 쓴 사람의 대인관계가 안좋진 않은지, 그리고 그걸 단순히 자신이 동양인이라서 그렇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생각도 들구요) 사실 많은 동양인 남성들이 여성에게 기대하는 것들이나 가치관이 타인종, 타문화권 여성과 교제시에 부딪히는 경우가 있으니, 같은 동양인 여성들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기도 하구요. 그리고 이런 글에서 제발, 동양인-백인의 구도로 몰고가지 맙시다. 백인 남성들이 동양남성들이 정복해야 할 무언가라도 됩니까? 왜 동양인 남성-흑인 여성, 동양인 남성-라틴 아메리칸 여성 같은 경우는 아예 이런 담론에 등장하지조차 않나요? 흑인인구는 말할 것도 없고, 지금 미국에서 라틴계 인구계 얼마나 많은지 생각해보세요. 정말 진지하게 동양 남성들이 미국 사회에서 마이너리티로 안고 있는 문제점들에 대한 이야기라면, 왜 정작 중요한 이런 부분은 다루지도 않고, 백인 남자들이 동양 여자를 '차지'하기는 쉽다. 백인 여자들은 동양 남자들을 안좋아한다, 따위의 영양가없는 관점에서 생각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많은 분들이 이 부분에 대해 관심이 많은 건 또 사실이니 언급하자면, 이걸 이 밑에 글이 그런것처럼 1차원적으로 '동양 남자들은 키 180이상의 근육질이 아니라서 백인여자들이 거들떠도 안보는'게 아니라, 문화차이에서 보는게 더 맞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또 아주 긴 담론으로 이끌고 가야 하는 주제지만요. 그리고 제 주변에 동양인 남성-백인 여성 커플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미국 사회에서 '소셜 라이프가 최악'이라면, 그건 피부색 때문이 아닙니다. 그냥 단순히 그 사람 성격이겠죠.


이 밑에 글 마지막에 결론이, 결국 동양인들은 편하게 끼리끼리 어울리고 직장이나 사회에서 위로 갈 수록 백인들만 남게되고, 동양인들이 어울릴만한 생태계가 사라진다고 하는 부분에선 한숨이 나왔습니다. 그러다가, 직장에서 '본인 스스로도 식사 혼자 하게되고 외면당하고 불편하다 보니 나오게 됨'이 부분에선 폭소를 터트렸지만요. 밥 혼자먹는게 싫어서 회사를 나오게 되는 건 그냥 스스로 덜떨어짐을 인증하는 거죠.


그 글을 쓴 사람의 경우, 미국에서 학부를 다녔다면 교양 필수로 들어야 하는 사회학같은 과목들 중에, 미국의 마이너리티 인종들과, 문화 장벽등에 대해 다루는 부분들을 들었을 가능성이 높은데, 어떻게 저렇게 단순한 인식을 지니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 글이 '현상을 한치의 오차없이 짚어낸 글'이라뇨. 어이쿠야.


미국에서 백인이 아닌 소수 인종으로서의 불편함이나 문제점들, 물론 있습니다. 문화차이도 물론 있죠. 그리고 한국같이 단일인종, 단일문화 사회와 비교했을땐 특히 도드라지지요. 실제로 그런 문제점들이 미국 사회에서 늘 끊임없이 담론으로 오고가는 주제들 중 하나구요. 하지만 그런건 사회 구도적인 관점에서 봐야하고, 동양인 남성들에게만 해당하는 것도 아닙니다. 미국에 소수 인종이 동양인 밖에 없는게 아니니까요. 밑에 이 글은 그냥 지독하게 수준이 낮고, 감정적인 '못 쓴' 글입니다. 어떠한 정보나, 담론도 없는.


죄송하지만, 이런 글을 퍼나르실땐 '어떤'부분이 '왜' 맞다고 생각하시는지 정도는 밝혀주세요. 어쩌다 네이버 댓글을 보게 되면 종일 속이 거북해져서 아예 근처도 가지 않는 저 같은 사람들에게 이런 걸 가져다 주실때 지니셔야 할 일종의 책임감이라고 생각하셔도 되지 않을까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0778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9863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0110
96063 혹시 kbs "도전자"보시는분들 아무도 안계시나요? (스포..있다고 해야하나 ;;;_) [9] UkiUki 2011.07.30 1596
96062 '어벤저스' 트레일러 라고 해야할까요? [7] 제주감귤 2011.07.30 1230
96061 스케치북 지금 공일오비... [2] kinema1995 2011.07.30 1388
96060 지금 스케치북에 공일오비 나옵니다. [5] mithrandir 2011.07.30 1913
96059 스프링어웨이크닝 [3] 사람 2011.07.30 1349
96058 이즘에서 적절해 보이는 - 문재인의 '운명' 독후감 [16] soboo 2011.07.30 3522
96057 아이폰4 1990원짜리 보호필름 구매후기 [5] management 2011.07.30 1981
» 밑에 미국에서의 동양남성들에 대한 글을 읽고... [12] OPENSTUDIO 2011.07.30 6487
96055 [추리특급] 출처도 보낸이도 알 수 없는 택배, 범인은?!! [14] sweet-amnesia 2011.07.30 3290
96054 할 일이 많아서 그만 [2] 불별 2011.07.30 1004
96053 [바낭성]써니 감독판을 보고.,[스포재중] [2] 라인하르트백작 2011.07.30 2418
96052 다니카와 슌타로 <아침 릴레이> 헬로시드니 2011.07.30 1453
96051 [바낭성]하와이 파이브-오를 보다 알게 된 사실.. [1] 라인하르트백작 2011.07.30 1346
96050 [오늘의 바낭]야식 + 짱을 찾아서 + 오늘의 소망 [3] 산체 2011.07.30 1369
96049 스머프 평이 끔찍하네요 [5] 마나 2011.07.30 3306
96048 아침바낭, 모기. [3] dewy 2011.07.30 899
96047 남규리 시구했네요 [12] 가끔영화 2011.07.30 3963
96046 EPL 10/11 시즌 유니폼 판매 순위 [4] dewy 2011.07.30 1755
96045 나는 '솔로' 입니다. [12] 수지니야 2011.07.30 3508
96044 우디 알렌 감독 'Midnight in Paris' 북미 극장수입과 극장 수를 보면서.. [3] 무비조이 2011.07.30 1554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