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7.28 23:26
휴가를 다녀오면 아무리 짧게라도 현실이 아닌 저 너머 어딘가에 머물고 온 기분입니다. 그래서 수십년을 함께 살고 있던 가족들과 상봉하고 한 공간에 있다는 게 어색한, 아니 이질감이 느껴지곤 해요. 벌써 10년이나 된 내 방에도 적응하려면 시간이 한참 걸리고요. 몸이 아닌 마음이 떠났기때문일까요.
올해 휴가는 가기 전부터 사건사고가 많더니, 결국 폭우를 견디지 못하고 일정을 취소하고 일찍 귀가했습니다. 서울로 올라오면서도, 서울이 오히려 더 위험한 거 아닐까, 싶었지만, 부모님이 무척 걱정하셨고, 제가 있던 곳이 몇 시간 고립되었던지라 끊어진 다리가 복구되자마자 귀가를 서둘렀어요. 같이 간 사람이 저보다 걱정이 많은 편이라, 둘다 불안해하면 안되겠다는 마음에 태평한 척 했지만, 사실 밤새 불안했어요. 산은 깊고, 계곡에 물은 넘치고, 관리인들은 물 넘칠 것에 대비하고, 도착한 순간부터 전화기는 연결이 되지 않았고.
티브이에선 온통 수해 장면만 나왔거든요.
그런데 해방감도 들었어요. 내가 있는 이 곳에 별 일은 없을거야. 라는 근거없는 확신으로 며칠 세상과 단절된 채로 있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몹쓸 생각이요. 걱정하고 계신 부모님을 생각하면 그러지 말아야하지만요 ㅎㅎ
서울에 도착하고 남은 휴가 날짜를 세어보면서 올해는 꼼짝없이 방 안에서 비를 보는 것으로 휴가를 대신했구나 싶다가도, 그래도 정말 이렇게 쉬었던 적도 없는데 그것만으로도 좋다가 싶다가도, 이렇게 휴가를 보내면 또 휴가를 갈 수 있는 날이 무려 365일이나 남았는데 이렇게 휴가를 마감할 수 없다는 생각까지.
그리하여, 마지막 휴가날인 내일, 평일에만 할 수 있는, 평일점심특선을 먹어보려고 해요.
3시간동안 서핑했는데, 블로그에서는 계속 비슷한 곳만 줄창 나와서요.
듀게님들의 평일점심특선하면 여기지! 하루 연가를 내고 가서 먹어도 아깝지 않은 곳이야! 하는 데가 혹시 있을까 싶어서. 이렇게 또...정보를 얻어가보고자, 글을 씁니당.
참, 지난주에는 추천해주신 곳 가운데 평래옥에 갔었어요 ㅎㅎ 휴가 첫날이라 씐나서 갔었는데...정기휴일 ㅠㅠ 이번 휴가에 대한 불긴한 조짐을 저기서부터 봤었어야...ㅠ
마지막은 기필코...듀게님들이 추천해주시는 곳에서 이번 휴가 정말 귀하게 썼구나! 라고 황홀한 기분에 맛보며 맛있는 집에서 평일점심특선!을 먹고 싶어요.
적극적인 추천 부탁 드립니다!
2011.07.28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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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금요일이니 TGIF에서 런치세트나 먹을랍니다. 립을 좀 뜯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