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를 다녀오면 아무리 짧게라도 현실이 아닌 저 너머 어딘가에 머물고 온 기분입니다. 그래서 수십년을 함께 살고 있던 가족들과 상봉하고 한 공간에 있다는 게 어색한, 아니 이질감이 느껴지곤 해요. 벌써 10년이나 된 내 방에도 적응하려면 시간이 한참 걸리고요. 몸이 아닌 마음이 떠났기때문일까요.

올해 휴가는 가기 전부터 사건사고가 많더니, 결국 폭우를 견디지 못하고 일정을 취소하고 일찍 귀가했습니다. 서울로 올라오면서도, 서울이 오히려 더 위험한 거 아닐까, 싶었지만, 부모님이 무척 걱정하셨고, 제가 있던 곳이 몇 시간 고립되었던지라 끊어진 다리가 복구되자마자 귀가를 서둘렀어요. 같이 간 사람이 저보다 걱정이 많은 편이라, 둘다 불안해하면 안되겠다는 마음에 태평한 척 했지만, 사실 밤새 불안했어요. 산은 깊고, 계곡에 물은 넘치고, 관리인들은 물 넘칠 것에 대비하고, 도착한 순간부터 전화기는 연결이 되지 않았고.

티브이에선 온통 수해 장면만 나왔거든요. 

그런데 해방감도 들었어요. 내가 있는 이 곳에 별 일은 없을거야. 라는 근거없는 확신으로 며칠 세상과 단절된 채로 있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몹쓸 생각이요. 걱정하고 계신 부모님을 생각하면 그러지 말아야하지만요 ㅎㅎ

서울에 도착하고 남은 휴가 날짜를 세어보면서 올해는 꼼짝없이 방 안에서 비를 보는 것으로 휴가를 대신했구나 싶다가도, 그래도 정말 이렇게 쉬었던 적도 없는데 그것만으로도 좋다가 싶다가도, 이렇게 휴가를 보내면 또 휴가를 갈 수 있는 날이 무려 365일이나 남았는데 이렇게 휴가를 마감할 수 없다는 생각까지.

그리하여, 마지막 휴가날인 내일, 평일에만 할 수 있는, 평일점심특선을 먹어보려고 해요.

3시간동안 서핑했는데, 블로그에서는 계속 비슷한 곳만 줄창 나와서요.

듀게님들의 평일점심특선하면 여기지! 하루 연가를 내고 가서 먹어도 아깝지 않은 곳이야! 하는 데가 혹시 있을까 싶어서. 이렇게 또...정보를 얻어가보고자, 글을 씁니당.

참, 지난주에는 추천해주신 곳 가운데 평래옥에 갔었어요 ㅎㅎ 휴가 첫날이라 씐나서 갔었는데...정기휴일 ㅠㅠ 이번 휴가에 대한 불긴한 조짐을 저기서부터 봤었어야...ㅠ

마지막은 기필코...듀게님들이 추천해주시는 곳에서 이번 휴가 정말 귀하게 썼구나! 라고 황홀한 기분에 맛보며 맛있는 집에서 평일점심특선!을 먹고 싶어요.

적극적인 추천 부탁 드립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4964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4312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4740
96514 [바낭] 크리스 멜로니랑 이제훈씨랑 닮은거 같아요. [20] 소소가가 2011.07.28 2439
96513 "블라인드"가 공포영화에 가까운가요?? [3] 늘 익명 2011.07.28 1658
96512 오늘 공주의 남자... [29] DJUNA 2011.07.28 2566
96511 어머니와 써니 감독판을 보고싶었는데 [6] 홍옥 2011.07.28 1453
96510 박새별 귀엽네요 [8] 폴라포 2011.07.28 2053
96509 자존감이 강한 인물 [6] pingpong 2011.07.28 2604
96508 쓸데없는 말 안하는법좀 알려줘요 [10] frolic welcome 2011.07.28 3250
96507 클로이 모레츠 & 엘르 패닝 & 헤일리 스타인펠드 LOVE 매거진 커버 [9] 보쿠리코 2011.07.28 5283
96506 사자? 그까짓게 무슨 밀림의 왕자야. [5] 자본주의의돼지 2011.07.28 1560
96505 써니 감독판 보고 왔습니다. (자유분방한 스포 가득) [7] 부기우기 2011.07.28 4452
96504 불굴의 며느리에 그 총각 말이에요.. [2] 제주감귤 2011.07.28 1760
96503 결혼은 왜 하는거에요? [39] frolic welcome 2011.07.28 4961
96502 건강은 제때 제때 지켜요들~ (+혈압 수치 문제) [1] 지루박 2011.07.28 973
96501 [바낭] 맞춤법 [8] 큰고양이 2011.07.28 1042
96500 숟가락 구부리기 원리가 뭔가요? [8] 아침 2011.07.28 6848
96499 여러 가지... [12] DJUNA 2011.07.28 2499
» 평일 점심 특선이라면 떠오르는 곳? [7] 난데없이낙타를 2011.07.28 2921
96497 공주의 남자는...그리고 광개토태왕 원작 [5] Aem 2011.07.28 2218
96496 고지전 흥미롭게 보고왔습니다. (어느정도 스포 재중) [4] 캐스윈드 2011.07.28 1399
96495 파리나 모기는 그렇다치고 개구리나 박쥐는 대체 어디서 들어오는 걸까요 [8] 외팔이 2011.07.28 1581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