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2.10 19:40
극장 배급사와 넷플릭스의 밥그릇 싸움으로만 보는건 영화감독들을 너무 돈에만 눈이 먼 사람들로 묘사하는 듯 합니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아카데미에서 넷플릭스 영화는 나가야 된다고 했지만, 넷플릭스 영화는 질이 떨어진다는 뜻이 아니죠.
“만약 그 영화가 좋은 작품이라면 에미상을 받으면 되는 거죠. 오스카는 아니에요. 일주일도 안되는 기간 동안 한 두 극장에서 상영된 영화가 아카데미 시상식의 후보에 오를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이건 시네마를 스티븐 스필버그라는 감독이 어떻게 바라보느냐의 문제입니다.
아마, 극장에서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과 같이 한 작품을 감상한다는 그 감각을 체험하면서 관람하는 것이 스티븐 스필버그의 "시네마"란 뜻이죠.
꼭 넷플릭스 배급의 작품이 아니더래도
같은 작품을 개인 소유의 최고 시설의 극장에서 영화를 혼자 혹은 지인들과 함께 감상하는 것과
극장에서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과 함께 한 영화를 보는 것은 상당히 다른 감각일 것입니다.
2020.02.10 20:10
2020.02.11 09:20
것도 그렇긴 하죠. 투자받을 수 없으면 영화만들 생각 하지마 라고 까지 이야기하자면 좀 그렇지만,
그런 사정을 고려하면, 거꾸로 투자받고 영화 수익을 위해 개봉한 영화들이 아카데미 가는 영화들이 거꾸로 억울해질 수도 있죠.
2차판권 수입도 엄청나지만, 가장 중요한 극장 개봉 수입에 영화제작사, 배급사, 감독들은 목메일 수 밖에 없는 환경이고,
그 흥행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영화를 만들 수 밖에 없잖아요. 상영시간도 흥행 수입을 위해 꼭 들어가야할 컷도 편집해내고, 그래서 자신이 생각한 최고의 상태까지는 아닐지라도 흥행을 위해 희생시킨 작품들이 서로아카데미에서 경쟁하는 거거든요.
근데 넷플릭스 배급영화는 흥행할 생각이 없어요. 안팔려도 좋고 돈 다 대줄테니 알아서 재량껏 마음껏 예술성을 발휘해봐라 이거거든요.
넷플릭스 배급 영화 감독들은 "투자 받을 데가 없는데?" 라고 불만스럽겠지만,
지금은 넷플릭스 배급 영화가 몇개 안되지만, 추후 ott 배급 영화가 많아진다는 걸 가정하면
오스카라는 상을 타기 위해 기존 영화 산업시스템을 통해서 출품한 다른 감독들은 다른 지점에서 "이게 공정한건가?"라고 반문할 수 밖에 없죠.
2020.02.11 09:36
안 팔려도 좋다... 는 게 어떤 의미로 하신 말씀인지 잘 모르겠네요. 넷플릭스 영화도 평가 안 좋고 재미 없이 감독 혼자 예술만 하고 있으면 사람들이 안 보겠죠. 그럼 재생수가 떨어지고 그렇게 되면 그 영화를 만든 사람들은 다음 번엔 넷플릭스에서도 지원을 못 받게 되겠죠. 넷플릭스는 시스템 특성상 통계로 몇 명이 그 영화를 재생했고 그 중 몇 퍼센트가 끝까지 봤는지, 몇 퍼센트가 1/3도 안 돼서 꺼버렸는지까지 아주 세세하게 기록이 되거든요. (가끔 어떤 영화를 보다가 재미 없어서 관둬 버리면 며칠 후에 '마저 보시졈!!?' 하고 알림이 옵니다;;)
그래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컨텐츠들 중에 '예술성' 쪽으로 튀는 작품은 오히려 소수입니다. 오리지널 컨텐츠를 워낙 압도적인 물량으로 쏟아내고 그 와중에 화제가 되는 소수가 유명해져서 착시 현상을 일으키는 것 뿐이지 실상은 대부분이 한 두 가지 매력적인 떡밥으로 승부하는 저예산 호러, 스릴러나 코미디 같은 가성비 좋은 킬링 타임용 장르물들이죠. 스콜세지나 코엔 형제 같은 사례는 지금도 드물고 앞으로도 흔해질 수가 없어요.
덧붙여서, 저는 아카데미가 넷플릭스를 거부하는 것이 무조건 아카데미나 헐리웃측의 잘못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저 스콜세지, 파치노, 드 니로 정도 되는 양반들의 황혼기 (사실상) 마지막 협업 작품을 빼어난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넷플릭스니까' 외면하는 게 과연... 이라는 생각을 하는 정도입니다. 이 양반들이 일생동안 미국 '시네마'에 공헌한 게 얼만데요. ㅋㅋ
2020.02.11 09:49
로아배티님 말씀 들으니 확실히 안팔려도 좋다까지는 너무 나갔네요.
굳이 다시 수정하자면, 극장에서 영화 한편당 만원 가까이를 주고 보기엔 아깝지만, 집에서 월 2만원 내고 넷플릭스 서비스를 이용하는 와중에 한편 감상하기엔 적절할 정도의 바운더리 안에서 투자받는 것이지만, 그것 역시 투자자 제작자로부터 이것저것 간섭받는 영화와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기엔 조금 뭐 다르다고 할까요?
나저나 다른 이야기지만,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나 넷플릭스발 영화들이 제작사에서 간섭을 상대적으로 헐리웃영화에 비해 안한다고 알고 있는데, 그게 꼭 득이 되는건 아닌거 같더군요.
원피스가 편집자의 통제를 벗어났을 때 벌어지는 일 까지는 아닐지라도, 작가가 아무 간섭없이 작업한다는게 꼭 좋은 작품을 만든다는 조건은 아닌거 같습니다.
2020.02.11 15:36
아이리시맨의 경우에는 그 적당한 선의 금액을 투자 받은 게 아닐텐데요? 오히려 제작비가 너무 커서 선뜻 투자를 하려던 회사가 없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원피스를 예로 드셔서 생각이 난 건데, 같은 일본의 경우, 스폰서가 영화 제작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제작위원회 방식의 폐해가 논란거리죠.
그리고 아무런 간섭이 없진 않을 겁니다. 우선 결과물이 별로고 흥행에 실패하면, 두 번 다시 그 감독은 투자를 받기 힘들겠죠.
또 거액이 들어간 프로젝트의 경우엔 어지간한 네임드 아니고서는 간섭을 전혀 안 받는 건 힘들 것 같아요.
2020.02.10 21:08
2020.02.11 00:13
우리나라의 영화 관람 문화라면 굳이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과 영화를 함께 보는 감각이라는 멘트는 맞지가 않아요. 스필버그 시절이나 그의 영화가 우리 극장가에서 흥행할 적에는 영화관에 가서 함께 흥분하고 박수치면서 그런 감각을 느낄 수 있지만 지금 그런 감각을 느끼려고 극장 갔다가는 반사회성 인격장애자가 되는 시절이니 우리나라 극장 문화는 그냥 넷플이든 뭐든 혼자 보는것과 별 차이가 없어요. 오히려 맘에 맞는 사람들 몇 명 모여서 집에서 떠들면서 보거나 아프리카 방송하기 모드를 함께 켜놓고 이어폰 끼고 각자 영화를 보는 것을 함께 리액션 영상 보는 창을 여러개 켜 놓는게 더 즐거울 겁니다.
즐기던 취미생활도 공부하면 흥미가 사라지는 건데 즐길려고 보러가는 영화가 혼자서 불꺼진 독서실에 조용히 수험공부 하듯이 봐야 한다는 것에서 영화를 극장에서 즐기는 맛이 사라져 버렸죠. 핸드폰 벨 소리만 아니면 아이들도 떠들고 박수도 치고 하면서 봐야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과 함께 보는 거지. 오로지 예민보스만을 위한 취미활동 공간이 되어버린 극장이 더 성장할 수 있을까 싶어요. 그럴거면 조용히 관람할 수 있는 연극을 추천해야죠. 민감해야할 대부분의 연극배우들도 우리나라 시네마의 쥐죽은 소리도 안 날 만큼의 정숙도를 요구하지는 않아요.
2020.02.11 00:34
2020.02.11 01:05
2020.02.11 09:26
저도 언젠가 샤잠을 미군가족들이 많이 관람할때 우연히 같이 본 적이 있는데, 확실히 리액션이 좋더군요. 뮤지컬 관람도 우리나라에선 미국보다 훨씬 정숙하다고 하니, 배우들입장에선 지나치게 떠드는 것만 아니라면 리액션이 많아야 연기할때 흥도 나고 그럴텐데 저도 뮤지컬 좋아하면서 좀 아쉬울 때가 있더라고요.
2020.02.11 17:25
제가 오래 묵은 스필버그 빠돌이이고 '시네마'에 대한 그 분들의 애착과 극장에 대한 사랑도 다 긍정하긴 합니다만.
트래버스: 그런게 분명히 있죠. 넷플릭스도 [아이리시맨]을 상영할 시간을 한정적으로 주잖아요.
스콜세지: 3주 정도 시간을 받았어요. 근데 제가 만든 영화들중 10일도 채 안 걸린 경우도 많아요! 코미디의 왕은 영화관에서 1주 반 정도밖에 안 걸려있었어요. 아무튼 할리우드의 다른 스튜디오들은 이 영화를 만들려 하지 않았어요. 근데 넷플릭스가 투자한다고 했고, 2,3주 먼저 상영하고 스트리밍 올라오고서 몇주동안 영화관에 걸려있는걸로 협상한거죠.
이 영화가 만들어질 방법은 이거밖에 없었어요.
트래버스: 스튜디오들이 정말로 "이 영환 안 만들거야"하고 이유를 말했었나요?
스콜세지: 네 그쵸. 9년동안 몇가지 이유를 말해줬어요. 그중 하나는 박스 오피스였어요. 스타 파워가 강하지 않다고 생각한거죠.
...이런 현실에서 '편법'으로 몇 주 상영하고 넷플릭스로 간다...는 이유로 '시네마'가 아닌 취급을 하는 것도 별로 설득력은 없다고 봐서요.
코엔 형제도 '왜 넷플릭스냐'는 질문에 그렇게 답했죠. 사실 헐리웃 영화사에는 찾아가지도 않았는데, 왜냐면 돈을 대 줄리가 없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라구요. 하지만 본인들은 극장에서 영화가 보여지는 것이 자신들에게 너무나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협상해서 몇 주라도 극장에서 걸기로 한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