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4.02 01:33
[공정사회]는 2003년에 실제로 있었던 사건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라고 합니다. 12살짜리 딸이
성폭행을 당했는데도 경찰의 부실수사로 범인을 잡지 못하자, 피해자의 엄마가 직접 40여일 간
서울, 경기도 일대를 돌면서 성폭행 피의자가 사는 곳을 찾아냈다고 합니다. 엄마가 범인의
위치를 알리자, 담당형사는 "오늘은 토요일이니 다음 주 월요일에 가자"고 했다더군요. 당연히
이 대사는 영화에도 나옵니다.
실화만으로도 어처구니 없는 일이지만, [공정사회]에서는 이야기가 더 어둡습니다. 이 영화에는
주인공인 엄마의 편을 들어주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습니다. 텔레비전에 나와 스타가 된
치과의사 남편은 스캔들 때문에 자기 명성에 흠이 갈까봐 사건을 묻으려고만 하고, 담당 형사는
사건이 귀찮기만 합니다. 다른 경찰들도 다들 둔하고 게을러 빠졌으며 무례합니다. 고로 미성년자
범죄자들에 대한 증오로 불타던 [돈 크라이 마미]와는 달리, 이 영화는 공격의 방향을 시스템
자체로 돌립니다.
영화는 둘로 나뉩니다. 앞의 한 시간 정도는 엄마의 수난기를 들려주는데, 그냥 들려주는 대신,
엄마가 범인을 찾아낸 순간부터 시작해서 아이의 납치, 사건 수사, 주변 사람들과의 충돌을
마구 섞어서 보여줍니다. 그 때문에 이 영화에서 짜증과 분노의 정도는 어느 부분을 보나 비슷합니다.
엄마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다 평면적인 소악당들이기 때문에 짜증은 배가 되지요. 이 선택이
정말 옳았는지는 확신이 안 섭니다. 일단 전 이런 소재의 이야기는 직설법이 가장 정직하다고
생각해요. 이 부분은 사실의 무게를 전달하기엔 지나치게 기교가 많습니다.
수난기가 끝나면, 견디다 못한 엄마는 스스로 복수를 하게 됩니다. 복수자보다는 잘못 설계된
자살폭탄에 가까웠던 [돈 크라이 마미]의 엄마와는 달리, [공정사회]의 엄마는 제대로 된 복수를
합니다. 앞의 한 시간이 고통스럽기 짝이 없었던 저는 그래도 이 부분을 좀 편히, 심지어
어느 정도 즐기면서 봤습니다. 단지 좀 짧더군요. 저는 조금 더 가학적이 되어도 됐을 것
같습니다. 어차피 이 영화의 러닝타임은 엔드 크레딧까지 포함해서 75분. 남는 게 시간이니까요.
마찬가지로 영화가 그 계획은 조금 더 치밀하게 보여주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어차피 이 복수는 거의 판타지이긴 하지만, 그럴수록 디테일을 꼼꼼하게 보여주는 게 좋죠.
단선적인 영화를 지탱하는 것은 엄마를 연기한 장영남의 존재감입니다. 단 한 번도 에너지가 꺼지지
않는 확실한 멜로드라마 연기를 보여주죠. 같이 나온 마동석이나 배성우도 좋은 배우들이지만,
캐릭터의 의도적인 단순함이 연기를 막습니다. 이렇게 캐릭터를 단순화시켜서 얻을 수 있는
게 아주 없는 건 아닙니다만, 그래도 그들에게 도구 이상의 깊이를 주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13/04/02)
★★☆
기타등등
전 장영남이 남편 역의 배성우에게
존대를 하는 것이 무지 신경 쓰이더군요. 척 봐도 둘은 나이 차도 별로 안 나는데 말입니다.
감독: 이지승, 배우: 장영남, 마동석, 황태광, 배성우, 추귀정, 지대한, 김형종, 김승기, 신동원, 엄태구,
다른 제목: Azooma
IMDb http://www.imdb.com/title/tt2420824/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96387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633 | 테이크다운 Welcome to the Punch (2013) [5] | DJUNA | 2013.04.13 | 9558 |
632 | 오블리비언 Oblivion (2013) [8] [6] | DJUNA | 2013.04.13 | 17017 |
631 | 이차노출 Erci puguang (2012) [1] [2] | DJUNA | 2013.04.10 | 8933 |
630 | 로마 위드 러브 To Rome with Love (2012) [3] [1] | DJUNA | 2013.04.03 | 16534 |
629 | 웨스트월드 Westworld (1973) [10] [3] | DJUNA | 2013.04.03 | 9560 |
» | 공정사회 (2012) [2] [2] | DJUNA | 2013.04.02 | 11940 |
627 | 브로큰 시티 Broken City (2013) [3] | DJUNA | 2013.04.01 | 8352 |
626 | 호스트 The Host (2013) [7] [39] | DJUNA | 2013.03.28 | 14714 |
625 | 어둠 속의 빛 W ciemności (2011) [2] | DJUNA | 2013.03.27 | 8489 |
624 | 런닝맨 (2013) [2] [1] | DJUNA | 2013.03.26 | 11186 |
623 | 피치 퍼펙트 Pitch Perfect (2012) [2] [37] | DJUNA | 2013.03.25 | 13174 |
622 | 웃는 남자 L'homme qui rit (2012) [8] [1] | DJUNA | 2013.03.24 | 12020 |
621 | 트윅스트 Twixt (2011) [3] [1] | DJUNA | 2013.03.24 | 7228 |
620 | 콰르텟 Quartet (2012) [4] | DJUNA | 2013.03.18 | 11171 |
619 | 안나 카레니나 Anna Karenina (2012) [10] [4] | DJUNA | 2013.03.16 | 18308 |
618 | 연애의 온도 (2013) [6] [1] | DJUNA | 2013.03.12 | 22388 |
617 | 장고: 분노의 추적자 Django Unchained (2012) [5] [1] | DJUNA | 2013.03.10 | 285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