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백만불의 사나이 (2012)

2012.07.12 01:21

DJUNA 조회 수:13636


[5백만불의 사나이]라는 영화를 진지하게 보기 어려운 건 순전히 주연배우 박진영 때문입니다. 뭐든지 할 수 있는 입장의 대형 연예인이 취미 생활하듯 찍은 영화처럼 보이잖아요. 어떻게 보면 유명 가수들이 자기 히트곡을 제목으로 한 영화에 나왔던 7,80년대 방화들이 생각나기도 하고요.

하지만 영화를 보면 그런 걱정은 괜히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박진영은 '명배우'는 아니지만 배우로서 별다른 핸디캡이 없습니다. 발성은 정확한 편이고 몸의 표현력도 좋죠. 게다가 어차피 그렇게 연기할 거리가 많은 역도 아닙니다. 전문적인 연기력이 필요한 건 대부분 조성하나 조희봉이 연기하는 악역 쪽이거든요. 박진영은 그냥 주어진 상황에 최대한 정직하게 반응하면 됩니다. 게다가 중간에 나오는 '댄스 가수' 언급을 제외하면 자연인 박진영과의 연결고리가 거의 없는 캐릭터라, 옛날 가수 영화처럼 보이지도 않습니다.

이 영화에서 박진영이 연기하는 최영인은 대기업 엘리트 부장으로, 보스인 한상무 밑에서 정계와 언론계 사람들을 구워삶는 일을 맡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한상무의 명령으로 로비자금 5백만 달러를 배달하러 가던 그는 괴한의 습격을 받고 정신을 잃어요. 이 사고 때문에 한상무가 자기를 제거하고 돈을 빼돌리려 했다는 걸 알게 된 최영인은 돈가방을 들고 달아나는데, 그러는 동안 모텔에서 깡패 필수의 물건을 훔쳐 달아나던 불량소녀 미리와 엮이게 됩니다.

나름 한국적인 코미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전 [돈을 갖고 튀어라]가 생각나더군요. 우디 앨런 영화 말고, 그 영화의 제목을 훔쳐 쓴 김상진의 영화 말입니다. 그거 말고도 비슷한 영화들이 많았죠. 어쩌다 엮인 두 남녀가 좁아터진 남한 땅덩어리 안을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악당들이 그 뒤를 쫓아다니고...

이야기는 그냥 무난합니다. 천성일의 전작 [7급 공무원] 정도. 아이디어는 재활용이고, 템포는 느린 편이지만, 그래도 지루하지 않게 술술 넘어가긴 합니다. 플롯의 진행 방향은 예측이 가능한 편이지만, 그래도 종종 통통 튀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영화가 그리는 한국사회의 모습은 암담하기 짝이 없습니다. 재벌, 정치계, 언론, 조직폭력이 뒤엉켜 있는 쓰레기통이죠. 그 묘사가 너무 직설적이라, 당사자 앞에서 욕을 퍼붓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옛날 옛적 언젠가엔 이런 게 용감한 행동이었습니다. 하지만 요샌 다들 하더군요. 욕설의 적나라함에 비해 비판이 얇고 해결책이 가벼워서 싱겁다는 생각도 들고요. 하지만 이런 소재로 한국에서 대중 코미디를 만드는 사람들에겐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었을 겁니다. (12/07/12) 

★★☆

기타등등
박진영 캐릭터와 관련된 외국인 농담들은 모두 별로. 이런 건 그냥 안 하는 게 낫죠.  한국사람들은 이런 부분에 왜 이리 둔한지 모르겠어요. 차라리 악의라도 있으면 욕이라도 하겠는데, 이건 그냥 무신경한 거라...

감독: 김익로, 출연: 박진영, 조성하, 민효린, 조희봉, 오정세, 조진웅, 정성화, 이경영,   다른 제목: A Millionaire on the Run

Hancinema http://www.hancinema.net/korean_movie_A_Millionaire_on_the_Run.php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88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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