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8.10 09:06
뇌질환으로 인한 우울증 때문에 툭하면 자살을 시도하는 민호의 병실에 상업이라는 기억상실/전신마비 환자가 들어옵니다. 알고 봤더니 그는 민호의 철천지 원수. 민호는 반드시 상업을 자기 손으로 죽여야 합니다. 하지만 그는 하반신이 마비되어 움직일 수도 없고 상업은 언제 퇴원할지 모릅니다.
[죽이고 싶은]의 도입부는 근사한 블랙 코미디입니다. 인생의 막장에 선 두 원수가 같은 병실 안에서 주변 물건들을 이용해 서로를 죽이려는 상황을 상상해보세요. 그들은 너무 연약해서 작은 물건에 머리를 맞아도 죽을 수 있지만 그런 물건을 던지는 것도 중노동입니다. 이건 실사판 [톰과 제리]의 설정입니다. 전 이 단순한 설정을 끝까지 밀고 갔다면 영화가 더 재미있었을 거라고도 생각합니다.
그러나, 영화를 한 10분 쯤 보다 보면 관객들은 이 이야기가 보기만큼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영화는 왜 그 두 남자가 원수가 되었는지 분명히 밝히지 않으며, 그들의 동기는 영화가 진행될수록 오히려 미스터리가 됩니다. 그리고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백과장이라는 인물이 두 환자에게 뭔가를 하고 있는 걸 보면, 이들이 겪고 있는 드라마가 전체 사실의 일부에 불과하다는 확신이 서죠.
막판에 폭로되는 반전은 그렇게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지나치게 말이 많고 장황한데, 그 과정이 너무 환상적이라 실제 세계에서 현실화되기가 거의 불가능해요. 이 영화의 장황한 설명은 이야기를 해결하는 대신 오히려 여분의 미스터리를 추가합니다. 그 때문에 오히려 초현실적인 분위기가 유발되는 효과도 있는데, 그게 의도인지는 모르겠군요.
멋진 아이디어가 사방에 굴러다니지만, [죽이고 싶은]은 그 재료들을 그렇게까지 능숙하게 쌓아올린 작품은 아닙니다. 영화보다는 연극에 더 어울리는 느낌인데, 그건 폐쇄된 공간 안에서 드라마가 벌어지기 때문이 아니라, 드라마 대부분을 배우들에게 의지하고 영화적으로는 최소한의 지원만을 하고 있기 때문이죠. 추상적인 주제가 영화의 발목을 잡고 있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이고 싶은]은 건질 것들이 많은 영화입니다. 천호진과 유해진은 건더기가 많은 좋은 캐릭터들로 멋진 연기를 보여주며, 연극적이라고 해도 그들이 서로를 잡아먹으려 바둥거리는 모습은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최근에 저의 사디즘을 만족시켜준 몇 안 되는 복수영화예요. 주저하지 않고 자기 일을 끝까지 만족스럽게 완수하는 복수자를 보는 건 즐거운 일입니다. (10/08/10)
★★☆
기타등등
영화의 시대배경은 1984년. 대부분 관객들은 영화를 보면서 이 시대배경에 대해 궁금해 할 텐데, 사실 별 의미는 없다고 합니다. 지금의 정신병원이 영화의 스토리 전개와 잘 맞지 않기 때문에 시대를 앞당겼다고 하는군요.
감독: 조원희, 김상화, 출연: 천호진, 유해진, 서효림, 이정헌, 라미란, 안은정, 송지은, 김서형, 다른 제목: Desire To Kill
Hancinema http://www.hancinema.net/korean_movie_Desire_To_Kill.php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54971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36 |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2010) [1] | DJUNA | 2010.04.22 | 12007 |
135 | 킥 애스: 영웅의 탄생 Kick-Ass (2010) [37] | DJUNA | 2010.04.23 | 16702 |
134 | 아이언 맨 2 Iron Man 2 (2010) [2] | DJUNA | 2010.04.29 | 12900 |
133 | 귀 (2010) [2] | DJUNA | 2010.07.04 | 10715 |
132 | 엣지 오브 다크니스 Edge of Darkness (2010) [1] [1] | DJUNA | 2010.07.04 | 10773 |
131 | 이클립스 The Twilight Saga: Eclipse (2010) [2] [36] | DJUNA | 2010.07.07 | 17674 |
130 | 솔트 Salt (2010) [7] [2] | DJUNA | 2010.07.22 | 19643 |
129 | 고사 두 번째 이야기: 교생실습 (2010) [3] [2] | DJUNA | 2010.07.29 | 21003 |
» | 죽이고 싶은 (2010) [1] [2] | DJUNA | 2010.08.10 | 15139 |
127 | 악마를 보았다 (2010) [24] [2] | DJUNA | 2010.08.14 | 33997 |
126 |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2010) [9] [1] | DJUNA | 2010.08.21 | 32581 |
125 | 센츄리온 Centurion (2010) [8] | DJUNA | 2010.08.21 | 17063 |
124 | 해결사 (2010) [3] [2] | DJUNA | 2010.09.03 | 13978 |
123 | 검우강호 Jianyu (2010) [3] [1] | DJUNA | 2010.10.06 | 16187 |
122 | 엘 시크레토: 비밀의 눈동자 El secreto de sus ojos (2009) [1] [2] | DJUNA | 2010.10.27 | 13857 |
121 | 워리어스 웨이 The Warrior's Way (2010) [2] [2] | DJUNA | 2010.11.23 | 16024 |
120 | 더 브레이브 True Grit (2010) [9] [39] | DJUNA | 2011.02.19 | 1434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