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7.15 21:40
누가바를 기억하시나요?
우리의 슬픈 누가바 말이에요.
자신을 선택해줄 누군가를 늘 기다려왔던,
그런데 결국 옆구리의 상처로 인해
바닥에 떨어져 짧은 생을 마감했던 그 누가바.
공장에, 슈퍼에, 이 세상에 수많은 누가바가 있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누가바는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어요.
오늘도 그 슬픈 누가바 얘기에요.
삶은 다음생에도 이어진다는 윤회를 믿지 않으신다면 어쩔 수 없지만.
그 누가바에게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었답니다.
다시 누가바로 말이죠.
어쩌면 누가바로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았을지 모르겠어요.
그 전의 삶이 그렇게 행복한 삶은 아니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사실 우리는 잘 알수 없지요.
누가바의 인생이었으니까요.
그건 아무도 모르는 거에요.
어쩌면 그 누가바는 행복했다라고 살짝 말해줄 수도 있어요.
그 여름날 뜨거운 아스팔트 바닥에서 마지막 호흡을 하고있을 때
우리의 누가바는 분명 미소를 띄우고 있었거든요.
그래요. 그것도 모르는 일이지요.
웃는다고 항상 행복한 건 아니니까요. 불행하다고 항상 우는게 아닌 것처럼.
그래요. 오늘도 그 슬픈 누가바 이야기에요.
새 삶을 얻었다고 말했던가요.
이름이 좀 달라지긴 했어요. 누가바 골드로.
그래도 그 누가바는 우리가 알던 누가바가 맞아요.
겉포장만 달라졌을 뿐, 맛이나 모양은 그대로니까요.
그리고 그 옆구리의 상처도 그대로에요.
아마도 그 상처는 누가바에게 일종의 트라우마죠.
그런데 그거 알아요?
그 트라우마 때문에 그 누가바가 특별하다는 걸.
그 트라우마 때문에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누가바 라는 걸.
그래요. 다시 누가바로 태어난 그 누가바 이야기 맞아요.
비록 알록달록한 보석바나 달콤한 메로나로 태어나진 못했어도
오늘도 누가바는 그 단 한사람을 또 기다리고 있어요.
물론 우리의 누가바는 기억하고 있어요.
이전의 생에서 자신을 선택해준 그 사람을요.
아주 잠시동안의 만남이었지만,
그리고 자신에게 잊지못할 고통을 안겨주었지만
그는 우리의 누가바에게 단 한사람이었거든요.
그래서 그 사람을 다시 기다리냐구요?
아뇨. 우리의 누가바는 바보가 아니에요.
만약에 그 사람을 다시 만나게 된다면
그 사람은 자신을 제대로 베어먹지 못할 거에요.
그도 누가바의 몸통을 반쯤 보내야만 했던 아픔을 기억할테니까요.
그건 누가바가 진정으로 원하는게 아니거든요.
그냥 누가바는 한가지 바람밖에 없어요.
끝까지 한 사람에게 제대로 먹히고 싶은 마음이죠.
아 참 시원하고 맛있구나 하면서 만족감을 주고 싶은 마음이죠.
그냥 다른 아이스크럼처럼 말이죠.
그래요. 이건 욕심이 아니에요.
아픈 기억이 없는 사람을 바라는 건
그냥 평범한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