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인을 웃긴 여자

2010.06.18 13:48

남자간호사 조회 수:3634

얼마 전부터 집 친구(이후 홍이라 표기할게요)는 기분이 좋거나, 홍에게 신나는 음악이 나올 때면 '덩실덩실'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춤을 추곤 합니다.

거의 집에서만 볼 수 있는 춤이기에, 이 춤의 흥겨움을 논할 수 있는 것도, 그 춤을 추며 마냥 행복하게 웃음짓는 홍의 표정을 볼 수 있는 것도, 아니, 이 춤의 유무 존재 자체를 알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저 밖에 없었습니다.

네, 없'었'습니다. 오늘 이 묵계가 깨어진 것이죠.

오늘 점심 식사를 ㅇ님과 ㅍ님과 함께 했습니다. 아랍계 레스토랑에 가서 쿠스쿠스란 음식을 먹었거든요.
맛있게 쿠스쿠스도 먹고 에스카고르도 먹고, 배부르게 집으로 향하는데, 여러가지 물건을 또! 챙겨놓으셨다고 ㅍ님 집에 들러서 챙겨가라는 겁니다.

집에 가보니, ㅍ님이 라면들과 각종 식재료들을 상자에 담아서 주시더군요. 그리고 쟁여놓은 초콜릿들이 많은데, 한국 들어가기 전까지다 먹기 힘들거라고, 저희에게 초콜릿 과자 3종 세트를 선물로 주셨습니다.

ㅍ님 댁 현관 문 앞에서 ㅍ님과 작별을 고하고, 상자를 들고 엘레베이터를 기다리는데,

초콜릿 3종 세트에 기분이 한껏 들뜬 홍은 예의 덩실덩실 댄스를 추고 있었습니다! 물론 환하게 웃으면서요!

그런데! 갑자기, 홍의 뒤 쪽 집 현관문이 열립니다! 
거기서 중년의 남미 아저씨가 불쑥 나오시더니, 저만이 보아왔고, 알아왔던 그 홍의 덩실덩실 댄스를 보고 잠깐 동작을 멈추시더군요..

그러더니 빵하고 너털웃음을 터트리면서

'껄껄껄, 누가 이리 행복하지? 심지어 춤까지 추네!' 라고 하면서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가시더군요;

그 집 도색 작업하시던 일꾼 아저씨를 단 한 순간에 홍은 웃음꽃을 빵하고 터트려 주었고, 엘리베이터에 홍과 저는 배를 부여잡고 웃었답니다.


이상, 남미인을 웃긴 여자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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