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어디, 나는 누구?

2011.11.06 15:29

걍태공 조회 수:2129

스릴러 영화에 종종 나오죠. 아무도 없는 하얀 방에서 깨어난 환자 가운을 입고 깨어난 주인공.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밖으로 나오니 펼쳐지는 낯선 풍경. 여기는 어디? 나는 왜 여기서 깨어난 것일까?


오늘 아침, 그런 경험을 했네요. 장식이 거의 없는 좁은 방의 하얀 시트만 깔려있는 침대에서 깨어났습니다. 여기는 어딜까요?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고 밖으로 나왔더니 펼쳐지는 낯선 외국의 도시 풍경. 나는 왜 여기에?






몇년전 태공과 함께 일을 했던 친구가 이번에 출장을 나온 곳과 그다지 멀지 않은 도시에  살고 있습니다. 언어도 통하지 않고 지리도 낯선 곳에 제가 왔으니만큼 그 친구가 버선발로 제가 있는 곳까지 뛰어오는 것이 도리겠지만, 친구 허니문 베이비가  오늘내일해서 다른 도시로 가는건 좀 곤란하다더군요.  그래서  그냥 제가 가서, 저녁을 먹기로 했죠. 기차로 한시간 삼십분 정도 떨어진 곳이니 막기차를 타면 돌아올 수 있으리란 계산이었습니다.


일이 어긋난건 다 비행기가 연착된 탓이죠. 부랴부랴 서둘러 그 친구가 사는 도시까지 갔을 때는 이미 저녁 시간이 한 참 지난 다음이었습니다. 저녁을 먹고, 수다를 떨며 부어라마셔라 하다보니 막차 시간은 이미 지난지 오래. 일찍 일어나는 버릇 덕분에 열한시면 인사불성이 되는 태공이 오랜만에 새벽 한시가 넘도록 진탕 술을 마셨습니다.


그리곤 아침 기차 시간까지 시간을 떼워야 하는데, 아내가 만삭인 친구집에 가기엔 너무 민폐일 것 같고, 멀쩡한 호텔방을 두고 또 호텔을 잡기도 아깝더라구요. 그러다 호텔을 안 잡아도 되고, 제 버켓 리스트에 있는 항목도 수행할 수 있는 일조이어의 묘안을 생각해냈습니다.


친구는 저를 택시에 태워 호텔 사우나에 투척하고 사라졌습니다. 사우나에서 간단하게 샤워를 하고, 새벽이 되어 마사지사가 퇴근할 때까지 주욱 마사지를 받으며 잠들었습니다. 밤에는 몰랐는데 아침에 일어나서 밖에 나와보니 풍경이 참 낯설더군요.


재미있는 경험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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