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3.01 18:57
메리 셸리는 [프랑켄슈타인]에서 그녀가 만든 미친 과학자를 깔끔하게 죽여버렸지만, 유니버설과 해머 영화에서는 그렇게 일을 간단히 끝낸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야 속편이 계속 나올 수 있으니까요. 특히 해머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경력은 장황했지요. 그가 주인공인 시리즈가 일곱 편이나 나왔고, [프랑켄슈타인 죽이기]는 그 중 다섯 편째 작품입니다.
이 영화에서도 프랑켄슈타인 남작은 열심히 불법적인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앞의 네 편에서 테크닉을 완전히 익혔는지, 이제 그는 뇌이식수술의 달인이 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을 살해해 머리를 강탈하고 시체 안치소에서 시체를 훔쳐 실험을 계속하는 걸 보니 아직 완전한 생명체의 재창조에는 이르지 못한 모양입니다. 아니면 실험이 재미있어서 그냥 하는 거겠죠.
그러다 그는 새로 이사 온 하숙집에서 재미있는 사실을 하나 알게 됩니다. 그와 비슷한 연구를 하고 있던 과학자 브란트 박사가 정신병에 걸려 근처 정신병원에 갇혀 있다는 거죠. 브란트 박사는 미치기 직전에 뇌를 냉동시켜 보존하는 기술을 완성했는데, 그 기술과 남작의 기술을 합치면 위대한 인물들의 뇌를 영구 보존할 수 있는 길이 열립니다. 우연히도 하숙집 주인인 안나의 약혼자 칼이 그 정신병원의 의사입니다. 칼이 정신병원에 입원한 안나 엄마의 치료비를 대기 위해 병원의 약물을 몰래 빼돌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남작은 두 젊은이를 협박해 브란트 박사를 병원에서 빼돌릴 음모를 꾸밉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프랑켄슈타인 남작의 캐릭터입니다. 해머 시리즈에서 그는 보통 중간자적 인물입니다. 영화 속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에 책임이 있지만 완전한 악당은 아닌 인물이죠. 하지만 [프랑켄슈타인 죽이기]에서 그는 순수한 악의 화신입니다. 그는 오래 전에 갈등을 벗어던졌고 자신이 저지르는 모든 악행에 무관심합니다. 피터 쿠싱은 이 영화의 프랑켄슈타인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하는 사이코패스 악당으로 묘사합니다. 그 묘사가 너무나 유쾌하고 날렵하기 때문에 관객들은 오히려 이런 묘사에서 순수한 악마적 쾌감을 느낍니다. (중반에 나오는 한 장면은 예외가 되겠지만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기타등등에서 다시 설명하겠습니다.)
운 나쁘게 남작과 연결된 다른 사람들은 남작만큼 영화 속의 소동을 즐기지 못합니다. 그들에게 이 영화의 플롯은 '처음에도 나쁘게 생각했던 것이 예상을 넘어 더 나쁘게 흘러간다' 정도로 요약될 수 있겠습니다. 칼과 안나는 정말 재수가 옴 붙은 커플입니다. 마약 밀매에 관여한 건 나쁜 일이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이런 고통을 겪어야 할 정도로 끔찍한 사람들인 건 아니지 않습니까. 갑자기 자신이 관여한 연구의 실험대상이 된 브란트 박사에게도 그 과정은 재미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자포자기 추락을 보는 건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파괴되는 명승지를 감상하는 것과 조금 비슷하기도 합니다. 다들 사정이 딱하지만 그래도 뭔가가 시원스럽게 부서지는 걸 보는 건 여전히 재미있어요.
[프랑켄슈타인 죽이기]는 준수하게 만들어진 해머 영화입니다. 영화 전체를 통해 노련한 장르 장인들의 경험이 묻어있죠. 진부해질 것 같으면 익숙한 장면들 사이에서 신선한 장치들이 튀어나오기도 하고요. 하나만 예로 들라면 시체가 묻힌 안나의 정원에서 갑자기 수도관이 터지는 장면을 뽑고 싶군요. 그 통에 묻혀 있던 시체의 손이 튀어나와 터져나오는 물과 함께 미친 듯 춤을 추는데, 정말 참... (10/03/01)
★★★
기타등등
위에 언급한 부분은 프랑켄슈타인 남작이 안나를 성폭행하는 장면입니다. 이 부분은 원래 각본에 없었는데, 영화에 섹스가 부족하다는 높은 양반들의 요구에 의해 허겁지겁 삽입되었다고 하더군요. 그 때문인지 전체 맥락과 맞지도 않고 남작의 캐릭터와도 어울리지 않습니다. 피터 쿠싱도 이 장면을 굉장히 싫어했다고 해요.
감독: Terence Fisher 출연: Peter Cushing, Veronica Carlson, Freddie Jones, Simon Ward, Thorley Walters, Maxine Audley, George Pravda, Geoffrey Bayldon, Colette O'N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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