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고 이틀 동안 듀게에 뻘글을 못 남겼습니다.

바로 전에 적었던 글 내용대로 애들 졸업을 준비 중인데. 

다른 건 지난 주에 다 끝냈는데 영상 만드는 데 엄청 시간이 걸려서 삽질의 삽질을 거듭하다가 방금 전에야 간신히 끝냈어요. ㅋㅋ

그렇다고해서 막 훌륭한 편집과 효과를 동원해서 고퀄의 영상을 만든 것도 아니었는데요.

문제는 만들 영상 둘 중의 하나가 얘들 학교 생활 사진들 이어 붙여 만드는 거였는데. 3년간 찍어 놓은 이 놈들 사진이 만 장에 육박해서 그걸 5분짜리 노래에 집어 넣는다고 사진 선별하는 데 시간이 일주일이 통으로 걸렸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사실상 재작년 겨울부터야 뭘 좀 찍기 시작했는데 그게 일년만에 분량이... ㅋㅋㅋㅋ



암튼 뭐 일단 잘 나온 사진이어야겠고.

그런데 이 행사 저 행사 분량 배분도 해야 하고.

이 반 애들 저 반 애들 골고루 나오게도 해야 섭섭할 애들 없을 거고.

이것저것 생각하다 보니 정말 토나오게 힘들더라구요.


근데 그렇게 집요하게 사진을 골라내는 작업을 하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난 어쩌자고 얘들 사진을 이렇게 찍어댄 걸까. ㅋㅋ


행사 있을 때마다 카메라 들고 가서 열심히 찍어대고 원하는 애들한테 전송해주고 그랬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한 번 더 이런 짓 해보라고 하면 절대로 못하겠어요.

근데 그동안은 그런 거 전혀 피곤하다고 생각 안 했던 걸 보면 아무래도 제가 얘들이 정말로 맘에 들었나 보죠.

불현듯 그 생각이 드니 갑자기 또 과몰입 모드가 되어 영상 다듬고 또 다듬고 하다가 이젠 gg를 쳤습니다.

그동안 똑같은 노래를 수백번씩 들었던 가족들에게 심심한 사죄를...




영상 마지막에 자막으로 인삿말을 넣으려는데 문득 글 제목에 적어 놓은 저 구절이 떠올라서 머릿 속을 맴돕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이상의 글이죠. 그 앞부분까지 옮기자면



  내가 그다지 사랑하던 그대여

  내 한 평생에 차마 그대를 잊을 수 없소이다
  내 차례에 못 올 사랑인줄은 알면서도
  나 혼자는 꾸준히 생각하리다

  자 그러면 내내 어여쁘소서



사실 진짜 풀버전(?)을 보면 '이런 시는 찢어 버리고 싶다'고 말하기 위해 쓴 시인데.

거기에서 딱 그 찢어버리고 싶음의 정수 부분에 꽂힌 제가 좀 웃깁니다만.


하마터면 이 구절을 영상에다 집어 넣어버릴 뻔한 순간에 다행히도 과몰입 모드가 깨지고 제 정신을 차렸습니다. 어휴 큰일날 뻔.

어쨌든 떠나는 그 아이들은 정말로 내내 어여쁘게 잘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전 얼른 방학해서 집에 처박혀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ㅋㅋㅋㅋㅋ


오늘이라도 영화 한 편 보고 뻘글을 올려야겠다고 생각했지만 하던 일의 일단락을 보고 나니 피로가 몰려와서 잠이나 자야겠어요.

다들 편안한 밤 보내시길!




 + 영상 하나는 사람들 작별 인사 모음인데. 아무래도 배경에 뭔가 음악을 까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뭘 할까 고민하다가... 



 이 곡의 피아노 연주 버전을 유튜브에서 찾아다가 깔아 버렸죠.

 얘들아 오해하지 말아다오. 난 오타쿠가 아니야. 절대로 아니라고... ㅋㅋㅋㅋㅋ

 하지만 이것도 벌써 16년이나 된 작품이니 아무도 눈치 못 챌지도?


 암튼 저는 이 작품보다 이 곡을 더 좋아합니다.

 영화는 막판에 주인공이 좀 파렴치한 짓을 하는 데다가 '그래서 미래에 어쩌자는 건데?' 라는 생각이 들어서 좀 그랬지만 노래는 참 좋아요. 특히 2분 55초부터 보컬 없이 흘러가는 부분을 좋아해서 그 부분만 계속 돌려서 다시 듣고 그랬네요. 아아주 옛날에 말이죠. 그 때도 전 오타쿠는 아니었구요...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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