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곰이 생각을 해봤는데, 저는 커피를 안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안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라 싫어하는거 같아요.


그러니까 커피 전문점에 가도 커피는 잘 안시켜먹습니다. 갈 일이 잘 없기도 하지만 그런데 가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있어야 할 상황이 생겨도 커피는 주문을 잘 안하게 되요.

차나 다른 음료를 주문하거나, 마땅한 음료가 없으면 우유나 카라멜이 잔뜩들어간 종류의 커피를 시킵니다.

아메리카노는 써요. 그러니까 이건, 인간적으로 너무 쓰다고요. 에스프레쏘니 뭐니, 하여튼 씁니다. 쓴건 싫어요. 한 입 입에 물고 나서는 반사적으로 혀를 내밀게 되요.

커피는 저에게 이해하기 어려운 어른의 맛입니다.



그렇다고 음료를 안좋아하거나 군것질을 안하는 것도 아닙니다. 제가 주로 이용하는 지하철 역에는 총각네 야채가게가 있는데 거기서 파는 생과일 주스를 좋아합니다.

원래 여름에는 키위주스를 사먹었는데 요새는 메론 주스로 주종을 바꿨습니다. 작년에 어쩌다 메론 주스를 사먹었는데 신세계더라고요. 메로나 맛이랑은 전혀 달라요. 메로나 맛이 아니라 멜론 맛이죠. 멜론과 얼음을 믹서에 넣고 돌리는 거니까.

메론주스에 비하면 키위주스는 너무 셔요. 인간적으로 너무 십니다. 빨대로 한 번 쪽 빨고 나면 미간이 찌푸려지고 크~라는 말이 절로 나와요.

그런데 보통 메론주스는 키위주스보다 500원 더 비쌉니다. 자본주의, 수요와 공급, 선호의 불균형, 뭐 그런거죠.



하여튼 오늘도 집 앞 마트에서 제가 좋아하는 음료를 사오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글의 주제인 '커피우유포리'에 대한건데요, 도대체 내가 이 우유를 얼마나 쳐먹는 것일까가 갑자기 궁금해지더라고요. 

저는 커피는 싫습니다. 하지만 커피우유는 좋아요. 더 정확하게 말하면 커피우유포리가 너무 좋아요. 아니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라 중독된 것일지도 몰라요.

일반적인 커피우유와 커피우유포리는 다릅니다. 일반적인 커피우유는 종이팩으로 나오는거고 커피우유포리는 이상한 삼각형 형태의 플라스틱으로 나오는거죠.

확실히 이들의 맛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커피빈 커피와 스타벅스 커피에 무슨 차이가 있는지는 전혀 알지 못하는 저이지만, 이 커피우유들의 차이는 분명히 구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보통 운동끝나고 나면 체육관 근처의 슈퍼에서 650원짜리 커피우유포리를 하나 사서 계산해요. 그러면 계산해주시는 분께서 친절하게 가위로 모퉁이 부분을 잘라주시죠. 너무 많이 자르면 안되요. 먹는 도중에 우유가 쏟아질지도 모르거든요.

물론 빨때로 용기를 직접 뚫어서 구멍을 낼 수도 있지만 안전한 가위를 선호합니다. 빨대나 저의 컨디션이 좋지 않을 경우에는 우유는 우유대로 질질 흐르고 용기는 용기대로 찌그러져서 영 불편해져요.

이런 식으로 매우 일상적으로 커피우유포리를 사먹는데 얼추 짐작해 보았을 때 올해들어서만 족히 100개의 커피우유포리는 먹은 것 같습니다. 운동 끝나고 먹을 때에는 딱 빨때를 두 번 빨면 200ml의 우유가 다 사라져요. 그것 참 신기합니다.

그래서 목이 마를 때면 한 번에 두개씩 사먹기도 하고, 오늘 처럼 마트에 들려서 올 때에는 하나는 집에 오면서 먹고 하나는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자기 전에 먹고 합니다.



쓸데없는 상상을 해보았는데 그래서 고용량의 커피우유포리가 나오면 좋을거 같아요. 지난번 듀나인에서 본 기억이 있는데 일반 종이팩의 커피우유와 커피우유포리의 맛의 차이는 용기의 차이에서 나타난다고 하더라고요.

종이와 접촉함으로써 우유맛이 살짝 변하는건데 커피우유포리는 그런게 없어서 더 맛있게 느껴진다는 거죠.

그렇다면 대용량 커피우유포리 또한 그 오묘한 맛을 지키기 위해서는 그 용기의 재질을 유지해야 할겁니다. 만약 그 모양까지 유지된다고 하면 꽤 거대한 삼각형 형태의 구조물이 되겠네요.

빨대 구멍도 따로 만들어야 할겁니다. 한 번에 먹을 수 없을테니까요. 아 전용 빨대도 만들어야겠네요. 보통의 빨대는 그 거대한 삼각형 형태의 구조물에 담긴 우유를 모두 삼킬 수 있도록 도와주지 못 할 테니까요.



커피우유포리의 커피함량은, 커피파우다 0.5264%입니다.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아울러 이 커피우유를 생산하기 위해 고생하시는 노동자분들, 운반하시는 운전사분들, 직접 판매하시는 도소매상 경영자및 매니저, 파트타이머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조금만 더 고생하셔서 1리터짜리 커피우유포리를 만들어 주신다면 애용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커피는 싫습니다. 하지만 커피우유포리는 사랑합니다. 이 음료는 앞으로도 영원해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커피 또한 영원해야 합니다.



참으로 아름다운 바낭바낭한 밤입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3520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2774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3182
» [바낭바낭]커피는 싫습니다. 하지만.. [16] 산체 2011.06.30 3231
98179 즐겨듣는 라디오 [2] 호두 2011.06.30 1411
98178 카라마조프때문에 변하는 요즘 내모습 (체코영화 - 카라마조비) 무비스타 2011.06.30 2719
98177 기사링크 - 스마트폰, 안구건조증, 남성 호르몬, 킨들(?) [5] 김리벌 2011.06.30 1686
98176 머피의 법칙. [1] 외팔이 2011.06.30 888
98175 어제 블라인드 시사회^^ [2] 아.도.나이 2011.06.30 1342
98174 두근두근 달콤 보시는 분 계시는지? [1] 오키미키 2011.06.30 830
98173 진중권의 듣보잡 드립.... [34] 2011.06.30 5108
98172 [듀나in] 글루코사민 추천 부탁드립니다. [9] 용과나 2011.06.30 1807
98171 [연극티켓드림] 오늘 대학로 그남자 그여자 보실 분! [1] bap 2011.06.30 886
98170 북한의 피자 [19] 자두맛사탕 2011.06.30 4081
98169 남들 다 아는 유명인 몰랐던 적 있나요? [26] 자본주의의돼지 2011.06.30 2898
98168 지하 주차장에서 차를 고치며... [2] 도야지 2011.06.30 949
98167 한 달 보육료가 '빅맥' 2개 값. _ 노르웨이. [3] 고인돌 2011.06.30 2010
98166 아니 왜 이런 영화를 개봉안하는 건지 [3] 나나당당 2011.06.30 1652
98165 이런저런 연예 잡담들 [16] 메피스토 2011.06.30 2980
98164 리차드 기어 [5] 가끔영화 2011.06.30 2344
98163 두 가지 '십자군 이야기 ' [9] 닥터슬럼프 2011.06.30 2253
98162 이지훈 前 필름2.0 편집장 별세 [10] trout 2011.06.30 3566
98161 정체 [2] 울만 2011.06.30 858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