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하시면 삭제할게요.)

감사하게도 제가 스태프로 참여했던 김량 감독의 실향민에 관한 자전적인 다큐인 <바다로 가자>를 6월 25일 밤 12시 10분에 6.25 특집으로 KBS 독립영화관에서 방영하게 됐어요. 작년에 제가 단역으로 출연한 이혁의 장편 <연안부두>가 같은 프로에서 방영된 데 이어서 다시 기쁜 일이 생겼네요. 늦은 시간이지만 실향민에게 관심을 갖고 계시거나 그 시간에 주무시지 않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이 영화를 꼭 한번 보시기를 추천드리고 싶어요. 이 영화는 최근에 들꽃영화상 다큐멘터리 부문 감독상 및 대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었죠.

이 영화는 실향민 2세인 감독 자신의 아버지의 이야기에서 시작해서 점차 남한에 살고 있는 실향민들의 문제로 주제를 확장해 나가요. 이제껏 국내에 실향민을 다룬 다큐가 별로 없었던 만큼 <바다로 가자>는 귀한 결과물이라고 봐요. 작년이 한국전쟁 70주년이었기 때문에 이 영화의 개봉은 의미가 깊었죠. 다른 건 몰라도 이 영화만큼 실향민에 관한 문제를 접근하기 쉬우면서도 깊이 있게 다루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해요. 현재 이 영화는 네이버에서 다운로드로도 보실 수 있어요.(다운로드 링크 주소 http://naver.me/IGAYXHtJ) 재연 장면, 애니메이션 기법 등의 다양한 시도들도 흥미로와요. 재연 장면 부분에서 이창동 감독의 <밀양>에서 유괴범 역할로 좋은 연기를 보여주셨던 조영진 배우와 어제 개봉한 이지형, 김솔 감독의 <흩어진 밤>에 출연했던 최준우 배우도 등장해요.

이 다큐에 참여하면서 저는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실향민들의 아픔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고 그 이후로 실향민의 문제는 저에게 더 이상 남의 것이 아닌 게 되어 버렸어요. 이 영화를 통해 많은 분들이 분단의 현실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이산가족의 이야기를 곧 우리의 가족 이야기로 공감하실 수 있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래요. 감사합니다. ^^

*아래는 KBS 독립영화관 <바다로 가자> 소개글 링크입니다.

https://program.kbs.co.kr/1tv/enter/indiefilm/mobile/board.html?smenu=108745&&bbs_loc=T2010-1661-04-718727,read,none,1,1052384

<바다로 가자> 김량 감독 연출의도 

<바다로 가자>는 전쟁세대가 겪은 실향의 상처, 그리고 전후세대가 직면한 통일문제를 가족의 시선으로 아우르는 장편 다큐멘터리입니다. 20세기는 한국 현대사에 있어서 가장 격동적이고 가장 비극적인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지난 70년이라는 시간은, 고향을 잃고 가족과 소식이 끊긴 채 이 격동적인 시간을 살아남은 분들에게는 가혹한 시간이었습니다. 그 시간을 거치며 반공보수의 테두리 안에 갇혀 있는 그분들을 향한 전후세대의 시선은 차갑게는 무관심이, 뜨겁게는 분노와 원망을 품고 있습니다. 이제 그분들이 사라지고 있는 시점에서, 다음과 같은 문제의식을 이 다큐멘터리를 통하여 던지고 싶었습니다. 실향민이라는 전쟁세대가 고통스럽게 간직하고 있는 기억과 상실의 상처를 과연 역사 속에서 어떻게 인식하느냐는 문제의식, 민족의 분단은 곧 가족의 분단으로 이어지는 이 현실 속에서 앞으로 어떻게 북한을 인식할 것인가 하는 문제의식을 담고 있습니다.


<바다로 가자> 제44회 서울독립영화제 (글: 김은아)

바다에는 장벽이 없다. 그러나 70년 동안 그 바다를 건너지 못한 이들이 있다. 김량 감독의 아버지 김주영 옹(翁)도 그중 한 사람이다. 한국전쟁 때 남으로 내려와 부산에 자리를 잡고 일평생 살아온 그의 고향은 함경남도 단천 여해진이다. 부산과 단천은 동해 바다로 이어져 있지만, 열여덟 소년이 여든을 훌쩍 넘긴 노인이 되도록 그는 북녘 고향 땅을 밟아 보지도, 고향에 두고 온 동생들을 만나 보지도 못했다. 아버지로부터 전쟁 때의 단편적인 이야기밖에 듣지 못했던 감독은 아버지의 고향에 대해서도, 젊은 시절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술에 취하면 늘 ‘번지 없는 주막’을 부르며 동생들이 그립다고 눈물 흘리던 아버지를 답답해했던 기억이 남아 있을 뿐이다. 아버지의 삶을 이해하고 싶었던 감독은 아버지처럼 ‘고향을 잃어버린’ 이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는다.

80~90대 노인이 된 실향민 1세대와 그 가족들의 이야기 속에서, 70년이라는 세월 동안 더욱 깊어지기만 한 상처와 도저히 치유가 불가능할 듯한 고통이 드러난다. 분단과 전쟁, 실향을 온몸으로 겪어야 했던 우리 아버지 세대는 모두가 ‘성격 파괴자’였을 거라 말하던 실향민 2세대 홍근진 씨의 가족사는 이 땅의 비극을 그대로 보여 준다. 헤어진 가족을 그리워하며 죽음의 순간까지도 망향의 한을 품고 가는 1세대와, 극단적인 반공주의자인 아버지들과 피할 수 없는 갈등을 겪어야 했던 2세대, 태어났을 때부터 분단이라는 현실이 사회의 기본 조건이었고 따라서 한 번도 분단이 불편하지 않았던 3세대 사이의 골은 깊다. 2세대와 3세대는 아버지, 할아버지를 안타깝게 생각하고 연민을 느끼지만, ‘문패도 번지수도 없이’ 뿌리를 잃고 평생을 살아야 했던 ‘실향’의 고통과 좌절감을 절절히 이해하기는 어렵다. 70년간 쌓인 실향민 1세대의 한이 고향 땅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날에야 풀릴 수 있듯, 2세대, 3세대의 안타까움과 답답함도 감독의 다짐처럼 ‘바다를 건너’ 그곳을 직접 보고 겪으며 느낄 수 있는 날에야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글: 김은아 / 서울독립영화제 인디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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