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1.16 01:21
동료 경찰이 살해당하고 현장에서 200그램의 필로폰이 발견되자, 특별수사본부가
구성됩니다. 열혈형사 성범과 같이 일하게 된 건 FBI에서 연수 좀 받은 박사라는
호룡. 그런데 이들이 사건을 수사하는 동안 용의자들과 주변 사람들이 계속
죽어나가는 것이 영 수상쩍습니다. 게다가 용의자로 밝혀진 남자의 정체가 알고
보니...
'...' 이후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어렵기도 하고 쉽기도 합니다. 일단 이 영화가
그리는 이야기는 상당히 복잡합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각자의
음모를 꾸미고 있지요. 하지만 정작 밝혀지는 진상은 몇 단어로 간단하게 요약될
수 있어요. 아무리 중간과정과 음모가 복잡해도 범인이 밝혀질 무렵 놀랄 관객들은
한 명도 없을 겁니다. 어떻게 풀어도 이런 결말일 수밖에 없는 이야기죠.
황병국은 제임스 엘로이를 본받아 한국판 [LA 컨피덴셜]을 만들려 했던 것 같습니다.
한도 끝도 없이 이어지는 부패의 흔적을 따라가다보면 결국 썩은 사회의 뿌리와
닿아있다는 이야기죠. 결코 경찰 홍보물로 만들어진 영화가 아닙니다. 소수의
몇 명이 정의와 진실을 위해 싸운다고 해서 뽑힐 뿌리가 아니기도 하고.
그런데도 영화는 이 복잡한 이야기를 비교적 쉽게 풀어냅니다. 이게 첫 번째 문제점인
거 같아요. 결코 이렇게 간단한 이야기가 아닌 거죠. 물론 많은 관객들은 이런 영화에서
깔끔한 권선징악을 원할 겁니다. 하지만 그런 권선징악의 결말에 제대로 도달하려면
그 과정이 설득력이 있어야 하는데, 이 영화엔 그게 없습니다. 그냥 중간에 이야기를
싹둑 잘라놓고 다 정리되었다고 우기는 거죠. 그러다보니 심각하게 심어놓은 사회비판의
메세지도 싱거워져 버립니다.
영화의 속도감은 좋은 편입니다. 전 이런 식으로 군말 없이 직진하는 영화를 좋아해요.
하지만 영화 중반쯤 되면 영화가 속도감 있게 이야기하는 대신 결코 두 시간 만에
제대로 풀 수 없는 이야기를 다이제스트로 마구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빠르기보다는 성급하며 이야기를 한다기보다는 이야기에 끌려다녀요.
캐릭터들은 그냥 그렇습니다. 성범은 딱 이런 영화에
나올 법한 열혈형사(라고 쓰고 폭력형사라고 읽습니다)가 할 법한 행동만 합니다.
물론 피의자 인권이 뭔지는 알지도 못하는 것 같고. 호룡은 엘리트 박사님의 티를
너무 내서 영화와 어울리지 않습니다. 홍일점인 영순의 경우는 작가가 이 캐릭터를
어떻게 써야할지 몰라 방황한 티가 역력합니다. 다들 시간 부족을 호소하고
있죠.
가장 나쁜 건 이들이 형편없는 주인공들이라는 것입니다. 추리력도 딸리고, 액션도
못하고, 눈치도 없으며, 공무원으로도 엉망입니다. 늘 눈 앞에 있는 것만 보고, 앞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서만 생각하며, 도덕성도 그리 낫다고 할 수 없습니다. 이러니
종종 썩 좋은 장면이 나와도 그게 효과를 발휘하지 못합니다. 액션의 질보다
주인공들의 생각 없음이 더 잘 보여요.
차라리 텔레비전 시리즈로 기획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봅니다. 경찰물은 한국식
미니시리즈 영역에서 그리 인기가 있는 장르는 아니지만, 이 영화의
이야기는 16부작으로 넉넉하게 풀어야 숨통이 트일 종류에요. (11/11/16) ★★☆ 기타등등 전 경찰 폭력이 재미없습니다. 이런 장면을 보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관객들도 있겠지만 전 그냥 민망해요. 감독: 황병국, 출연: 엄태웅, 주원, 정진영, 성동일, 이태임, 김정태, 다른 제목: SIU: Special Investigative Unit Hancinema http://www.hancinema.net/korean_movie_SIU.php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83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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