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3.24 00:37
장성필은 어린이 연극 [플란다스의 개]에서 파트라슈만 20년째 맡고 있는 무명배우입니다. 그런 그에게 기회가 찾아왔으니,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 깐느박이 신작 [악마의 피]에서 사제 역을 맡을 신인배우를 뽑고 있다는 거죠. 그리고 그 영화의
주연은 한동안 같은 극단에 있었지만 지금은 역시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가 되어 있는 설강식. 이 연줄을 이용하면
어떻게 일이 풀릴 것도 같은데 말입니다.
이야기가 많이 친숙하게 들릴 겁니다. 이 영화의 감독인 석민우는 박찬욱의 조감독 출신이에요. 깐느박은 당연히
박찬욱이고, [악마의 피]는 [박쥐]지요. 보도자료를 읽어보니 석민우는 [박쥐] 조연을 캐스팅하기 위해 대학로의
3,40대 배우들을 오디션하다가 이 영화의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합니다. 진짜로 절실하게 그 역할을 원했던
배우가 하나 있었는데, 그가 정말로 [박쥐]에 캐스팅되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에서 시작한 각본이래요.
선량한 영화예요. 대학로에서 예술혼을 불태우며 더 나은 기회를 노리는 수많은 무명배우들에게 바치는
예찬이지요. 이 프로젝트가 여기까지 온 것도 그 선량함과 가치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겠죠. 오달수와
윤제문처럼 극단에서 무명시절을 거치며 여기까지 온 배우들에겐 이야기의 의미가 컸을 겁니다.
하지만 [대배우]는 정말로 주인공 장성필과 같은 영화입니다. 절실하고 마음은 크지만 능력이 부족해요.
슬랩스틱 코미디와 멜로드라마 모두 쥐어짜고 있어요. 레퍼런스가 되었을 것 같은 [너를 위하여]나 [코미디의 왕]과의
비교에서 살아남을 무언가가 있는 것도 아니고요. 결국 중반을 넘어서면 밑천은 다 떨어지고 선량함과
진정성만 남습니다. 그건 여전히 감동적이지만 좋은 영화가 완성되려면 그 이상이 필요하지요.
(16/03/24)
★★
기타등등
과한 메소드 연기의 폐해를 보여주는 훌륭한 사례이긴 합니다.
감독: 석민우, 배우: 오달수, 윤제문, 이경영, 진경, 고우림, 최병모, 강신일, 다른 제목: The Great Actor
IMDb http://www.imdb.com/title/tt2975590/
Hancinema http://www.hancinema.net/korean_movie_The_Great_Actor.ph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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