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18 16:19
...갑자기 그냥 흔한 도넛을 먹고 싶었습니다. 올훼이스, 랜디스나 노티드 같은 줄서서 먹는 집이 아닌, 어제는 시장에서 파는 옛날 도너츠같은 걸 먹고싶어서 근처 도너츠가게에서 마감 전에 사왔고요. 오늘은... 던킨 같은 걸 먹으려는데, 던킨은 SPC이니까.. 그냥 마트에서 앉아계시는 크리스피크림도넛 판매원분한테서 샀어요.
크리스피 크림도넛은.. 제가 봤을때 신메뉴가 나와도 사람들이 모르는 그런 도넛인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그냥 기본. 물론 요즘은 글레이즈드 외에도 다른 도넛이 있는데, 그래도 매장은 적고, 마트같은 곳에서 매대를 열어서 따로 팔아요. 그리고... 제조가 필요없습니다. 미리 만들어진 걸 포장해놓았으니까. 그래서 용산역 같은 곳에는 매장이 없고, 자동판매기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판매원분은... 판매를 하시는 일을 수행하고 계시는데, 뭔가... 제 입장에서 걸리는 겁니다. 저분이 이 판매 일을 정말 원하셔서 하고계신 걸까, 하는.
그 일을 무시하는게 아니라요. 만약 우리 사회구조나, 기업, 브랜드, 유통구조가 달랐더라면... 다들, 무슨 일을 어떻게 했을까 싶은거죠.
우리가 일을해도, 어떤 사람들은 본인이 원하지 않는 일을 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어떤 일은... 정말 하기 싫어도 해야합니다. 그런데, 정말 하고싶은 일은 경쟁이 치열하기도 하고... 난이도나 숙련도를 요구하지요. 그문을 통과하는 사람도 일부고요. 불평등한데.. 불평등할 수 밖에 없는.
2024.06.18 17:57
2024.06.18 18:03
말씀 감사합니다. 자아실현의 도구가 아니라는 점, 이전에 생각했었는데 여전히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네요..
2024.06.19 11:08
이 도너츠는 돈을 주고는 안 사먹어봐서 모르겠고요.. 일이라는 것은 AI가 활성화되면서 정말 다시 생각해봐야하지 않을까 합니다.
굳이 인간이 할 필요가 없는 일들이 참 많아요, 세상에.
인간들은 어떻게든 놀고 먹어야 합니다. 앞으로는.
기본소득을 주든 복지를 늘리든.
인간은 일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철학을 나부터 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요.
2024.06.19 11:22
이 도넛 처음 한국에 들어왔을 때 떠들석했던 기억이 납니다. 듀게에서도 이거 먹어봤는데 내 입맛에는~ 하고 후기를 본 기억이 나네요. 차츰 다른 거 사면 주는 식의 끼워팔기 같은 것도 하고 여러 나라 도넛이 들어오면서 뒷전으로... 이제 마트 한쪽에서 영업하는 처지가 되었나 봅니다.
2024.06.19 11:31
어떻게 보면 탕후루 유행의 원조격이죠. 당시에 프랜차이즈 도넛이래봐야 던킨 정도였고 크리스피 크림처럼 도넛 전체를 설탕시럽으로 감싼 도넛은 흔치 않았으니까요. 인심도 좋아서 사겠다고 줄서고만 있어도 시식용 도넛을 하나씩 나눠주기도 했었고요. 하지만 마치 탕후루처럼 유행의 거품이 빠지고 나서는 매장 내에서 직접 따끈따끈한 걸 생산하는 지점은 대폭 줄어버렸고 지금은 공장 생산품 받아서 파는 매장들이 거의 다고 그것도 얼마 없는 모양입니다. 그래도 여전히 수요는 있는지 마트 팝업 코너로는 종종 눈에 띄더라고요.
저 이거 앉은 자리에서 12개 먹을 수 있는데 헤헷
+저는 일이란 게 과대평가 되어있다고 생각해요. 정말 하고싶은 일을 하는 사람들도 존중하지만 그냥 경제적 안정을 위해서 일을 하는 사람들도 똑같이 존중합니다. 일만이 자아실현의 도구라고는 생각안해요. 오히려 아주 비중이 낮다고 생각합니다. 돈한푼 안되는 쓰잘데기없는 일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몰라요. 그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면서 저는 삶이 평안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