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여행중입니다.

저번에 인도에서 본 인도영화 댓글 달아주신분들께 답글을 못드려 안타깝네요.

너무 늦게 뒷북을 치기는 살짝 민망하드라구여;

 

인도를 떠나, 지금은 네팔입니다.

이제 곧 여행을 떠난지 100일이 다가오고 있네요!

 

얼마전 포카라 호숫가에서 만난 여행자에게,

100일 파티에 오라고 농담을 건냈더니 - 자기는 18개월째 여행중이라고 해서;; 얼른 꼬리를 내렸습니다!

 

포카라에 오기 직전, 들렸던 룸비니에선 한국절에서 머물렀어요.

조금 투정을 부리자면

 

제가 기대했던, 혹은 상상했던 템플스테이와는 조금 달랐던 것 같아요.

룸비니에 마땅히 묵을만한 숙소가 없어서, 본격적인 여행철이 아님에도 각국의 순례자들이 묵고 있었는데

 

혹시 룸비니 한국절에 묵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하루 3식(공양)이 숙박비 = 지정기부금에 포함되거든요,

 

그런데, 이 주변에 딱히 식당이나 까페같은게 없다보니 이 공양이란게 굉장히 치열하더라구요.

새벽 6시, 오전 11시 반, 오후 6시 세 번인데

 

저와 제 친구는 가벼운 마음으로 한 십분정도 늦게가면 밥이 없더라구요. 

 

물론 밥 한 톨 없을정도까진 아니었지만

밥은 있으나, 반찬이  거의 떨어지고 없더라구요.

 

다음번엔 시간에 맞춰 가봤더니, 세상에 글쎄 이미 공양시간에 앞서, 사람들이 줄까지 서서 기다리는거에요.

 

그런데 정작 문제는 절에서 준비해주시는 양이 부족한게 아니고,

앞서 음식을 가져간 사람들이 정말 너무 많이 가져가는 거에요.

 

이를테면, 과일로 제공되는 망고를 한 사람이 4개 5개씩 가져가버리는거죠.

아 여담이지만, 이 망고는 태어나서 먹은 망고중에 가장 맛있는 망고였어요. ㅠ

 

저희는 고작 10분 늦었을 뿐인데 - 사실 늦은것도 아니에요 밥시간은 6시부터 6시 30분 이라고 안내되어 있었거든요.

과일은 커녕 밥도 없어서 미숫가루로 배를 채우기도 했구요.

아...쓰다보니...눈물이 납니다.ㅠ

 

어쨌든, 제가 못 먹어서 더 그런 맘이 들었을 수도 있지만,

 

식판에 그득그득 밥과 반찬을 가득 채우고,

과일을 잔뜩 가져가서 자기 앞에 두고 혼자만 먹는 사람들이 좀 많이 밉더라구요.

 

명상이란게, 수행이란게 나만 배부르고 남이사 먹던말던 땡은 아닐텐데 말이죠.

불자가 아니라 그런지, 제겐 절에서 머문 기억이 조금은 치사한 기억으로만 남은 것 같네요.

 

어찌되었건, 룸비니에서의 우울한 기억을 털어내고,

 

지금은 여행자의 천국이라는 포카라입니다.

왜 이곳을 사람들이 천국이라고 했는지, 알 것도 같아요. 

 

안타깝게도 우기에 접어 든지라,

호수위에 찬란히 반짝이는 설산의 모습은 아직 구경도 하지 못했지만요;

(오늘 숙소에서 잠깐 만난 한 여행자가, 본인은 한 달 머물렀는데, 다섯번 정도 봤다고;;)

 

설산을 빼 놓고라도 우선,

초록빛 호수, 그 주변을 켜켜히 둘러싼 산들, 그 주변 산책로에 놓인 벤치의자...

아기자기한 골목길, 자전거를 타고 마을을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더라구요.

제법 뜨거운 오후에는 호수에서 수영도 했구여!

 

물론 먹는 것도 빼 놓을 수 없죠.

 

정말 왠만한 한국 식당보다 맛있는 꽁치김치찌개집부터

태어나 먹은 스테이크 중에 베스트 쓰리안에 드는 단돈 350루피짜리 200g 하프 스테이크!(5천원쯤 되나요?!)

라벨에 등산가가 그려져있는(처음처럼의 이효리쯤 되나요?ㅎ) 에베레스트 맥주! 맛이 그만 이에요!

 

오늘은 하루 종일 비가내렸는데요.

 

인터넷이 되는 숙소로 옮긴 이후,

방송 시작한지 무려 한달이 다 되어가지만

제게는 아직 첫방송인 fm음악도시, 성시경 입니다를 팟캐스트로 다운받아서 지금 듣고 있는데...

 

너무 행복하네요!

 

여행내내 머릿속을 괴롭히던 "돌아가면 난 이제"로 시작되는 무거운 고민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잠깐 내려놓아도 될 것 같아요.

 

다음 번엔 사진도 한 장 같이 올려볼께요!

 

ps. 혹시 포카라 다녀오신 분들, 맛집, 까페 추천 받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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