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EBS에서 "정의란 무엇인가" 강연을 보여주더군요. 사실 책 읽다가 관뒀었는데, 비디오로 보니까 좀 쉽네요. 다 챙겨볼 수가 없어서 책에 다시 도전하려고 합니다. 하여간에... 마이클 샌델 교수의 이 수업이 하버드에서 어떤 수업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보면서 느낀 건 그거였어요. 대학생쯤 되면, 취업 공부 시작하기 전에 지금 저 교수가 던지는 저런 질문들에 대해 고민해보는 시간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난 그런 시간이 있었던가...

 

그래서 생각난김에 제가 대학때 이수한 교양과목 리스트를 뽑아봤어요. 분류상 교양으로 되어있는 것도 있고, 다른 과의 전공과목이지만 전 교양삼아 듣고 다닌 과목들도 있네요. 비슷한 과목 합치고 과목명 단순화 해보자면...

 

체육, 문명과 역사, 국어, 영어, 철학개론, 윤리학, 수학, 생명과 환경, 현대 세계의 역사적 이해, 현대 정치의 이해, 현대 사회의 이해, 한국정치사, 일반심리학, 미술사, 기타 등등.

 

흠. "난 왜 저런걸 배운 적이 없지? 이 놈의 한국 대학 교육이란..." 뭐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 제목들을 보니 안배웠을리가 없네요. 설마 철학개론, 윤리학 수업시간에 나온 내용이 "정의란 무엇인가"의 내용과 안겹칠 리가 없으니까요. 생각해보니 제가 그걸 안배웠다고 생각한 이유는 그냥 수업방법의 차이인 것 같습니다. 교수님들은 대개 마이클 샌댈 교수처럼 답변자를 딜레마에 빠뜨리는 질문을 던진 후에, 생각할 여유를 주지 않으셨어요. 곧바로 이에 대해 누구누구는 뭐라고 했고, 또 누구누구는 뭐라고 했고 하며 역사적 거장들의 의견을 줄줄이 읊어주셨기에 얼른 받아적고 시험을 대비해 외우기에 바빴지요. 물론 제가 훌륭한 학생이었다면 수업이 끝난 후에라도 그런 거장들의 사고 과정을 거꾸로 따라가보고, 관련된 참고서적을 읽으며 지금쯤 "정의란 무엇인가" 정도는 유치하다고 생각할 지적 수준을 쌓았겠지만... 유감스럽게도 외우기에도 능력이 부족한 학생이었네요. 학점을 보니 알겠어요. 정말 외울 능력조차도 부족했다는 걸 ㅡㅡ;;;;;

 

그나마 제가 대학교에 입학했을 땐 "1학년때는 놀아도 된다" "남자는 군대 갔다와서 공부해도 된다" 는 식의 무책임한 조언이 통하는 시대였습니다. 그랬기에 주로 교양수업을 듣는 1학년때는 교양과목은 물론이고 타 학과 기초수업까지 기웃거리며 듣고 싶은 과목을 골라들으며 보고 싶은 책을 볼 여유가 있었어요. 지금은 뭐... 대학교에 그런 여유가 사라진지 오래라지요? 좀 안됐다는 생각이 드네요. 물론 나름 좋았던 시대에 젊은 날을 보내고도 해야했던 공부를 안하고 비싼 등록금을 갖다바친 스스로가 한심하다는 생각도 함께. ㅠㅠ

 

p.s. 그래도 "정의란 무엇인가" 스러운 고민을 실제 사회 현실에 대입해 나눌 수 있었던 기회는 학교 수업시간보다는 주로 선후배들과의 대화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문제는 그런 주제를 두고 토론을 벌이고,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대해 비판하는 선배들은 당시 교육부에서 "좌경화된 불량학생들이니 멀리하라"고 주의시켰다는 거. ㅡㅡ;;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9597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8477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8705
104997 요즘 KBS 클래식 FM 라디오 [9] Thule 2011.03.16 3014
104996 뒤늦게 소셜 네트워크 [5] 감자쥬스 2011.03.16 1491
» "정의란 무엇인가"를 보고 문득 생각해보는, 학교에서 배운 교양과목들 [14] DH 2011.03.16 2425
104994 미국이 일본에 종합병원을 지원 [11] bulletproof 2011.03.16 2774
104993 이병헌, 한국적십사에 7억원 기부란 기사와 거기에 대한 댓글 반응 몇개.. [9] 쥐는너야(pedestrian) 2011.03.16 3568
104992 [한계점] 日本, 상점약탈 '점원이 지켜보고 있어도… 태연하게 훔치다' [5] 黑男 2011.03.16 3745
104991 [작업] 지금 듀게 속도 어떠신가요? [14] Nanda 2011.03.16 1280
104990 13년 만에 다시 본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그리고 포제션 [2] 감자쥬스 2011.03.16 1677
104989 [기사펌]한국 및 주변국 상공도 방사능 경보가.. [8] 라인하르트백작 2011.03.16 2747
104988 [바낭바낭]엔하위키는 믿을 만한 곳이 아니군요. [28] JnK 2011.03.16 4406
104987 동네 친구의 필요성 [16] 미미 2011.03.16 3349
104986 여성가족부에서 게임업계로부터 직접 기금을 모으겠다는군요. [26] 잠익3 2011.03.16 2869
104985 우왕 눈내리네요 [14] 폴라포 2011.03.16 2318
104984 [아마도듀나무숲] 동네친구 하자는 사람이 있는데... [14] 가라 2011.03.16 3203
104983 엄청나게 실패한 영화처럼 인식되지만 이익률 면에서 그렇지 않은 경우 [10] 감자쥬스 2011.03.16 3096
104982 [듀나인] 예전에 봤던 글 하나를 찾고 있어요. [5] Kenny Dalglish 2011.03.16 1327
104981 MIT 원자력 공학과의 후쿠시마 원전 관련 자료 [5] 도야지 2011.03.16 2870
104980 후쿠시마 원전 최악의 시나리오 [7] 도야지 2011.03.16 4071
104979 어디에나 고문관은 있다. [3] sweet-amnesia 2011.03.16 1969
104978 밥먹다가 뜬금없이 생각;어긋난 사랑 [3] 메피스토 2011.03.16 1719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