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트라맨 라이징 (넷플릭스)

2024.06.30 23:30

DAIN 조회 수:180


- 6월에 넷플릭스에 올라온 애니메이션 영화 [울트라맨 라이징]은 사실 본지 한참 되었는데, 

숫갈 모양의 눈을 하고 있는 '그레이 외계인'의 가장 일본 히어로물스러운 변형인 '울트라맨' 시리즈의 판권을 미국에서 사서 만들어낸 '미국판 울트라맨'의 애니메이션입니다.


사실 일본의 울트라맨 시리즈는 90년대에 이미 서구 진출을 위해서 일본+호주 합작의 [울트라맨 그레이트]와 일본+미국 합작의 [울트라맨 파워드]라는 두 편의 중편 드라마가 만들어졌습니다만, 

(아시는 분은 다 아시겠지만 이 두 편은 모두 한국에도 수입되었습니다…) 정작 이 두 편은 아주 못 만든 것은 아니었지만 평가나 흥행 면에서는 살짝 미묘했기 때문에… 

그리고 21세기에 들어서 다시 나온 '미국판 울트라맨'인 [울트라맨 라이징]은 CG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영화판이지만, 일단 시리즈 본편에 들어갈 생각은 눈꼽 만큼도 없는…,

그렇다고 시리즈의 리부트나 리메이크도 아니고 완전히 다른 평행세계의 이야기라고 하겠습니다.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 중에서도 기동전사 건담 SEED라고 원조 건담의 리메이크 비슷하게 시작한 시리즈가 있습니다만,

이 [울트라맨 라이징]은 울트라맨 시리즈의 울트라맨 SEED가 되고 싶었던 것 같지만, 결과물로는 솔직히 울트라맨 ROBOTECH입니다.

(ROBOTECH=로보텍은 마크로스 시리즈가 미국에 수입되어 방송되는 과정에서 다른 로봇물 작품이랑 합쳐져서 만들어진 마크로스 시리즈의 미국판인데, 결과적으로 원전과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되어 버린 물건입니다.)

하여튼 이 라이징 덕분에 애니메이션으로 나온 원전 트랜스포머의 골수팬들이 마이클 베이의 트랜스포머 영화판을 보고 화를 내는 기분을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할까요…


결과물 자체는 결국 개인적 감상은 그냥 '반반의 성공, 반반의 헛다리' 라는 기분이었습니다.

개인적 의견이지만 솔직히 극장 개봉을 했으면 한국에선 거의 확실히 망했을 것으로…. 

넷플릭스나 되니까 한국에서도 사람들이 이런 것도 있네~하고 신기하다고 보는 물건이라 생각합니다.

(반대로 안노의 신 울트라맨은 극장 뽕이 꽤 좋았기 때문에 국내 개봉이 이루어져서 극장에서 다시 본 뒤에는 개인적으로 나름 만족스러웠다고 생각합니다만…)



= 일본의 원전 울트라맨은 괴수나 외계인 등의 외적을 물리치는 거대 변신 히어로라는 측면이 더 강했는데, 라이징은 일단 그런건 철저하게 무시합니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이 작품 속 세계관의 일본은 소위 동일본 대지진이나 후쿠시마 원자력 사고 같은 재난이 없이 발전해온 평행세계에 가깝다는 인상인데, 

대체역사물로의 가치는 솔직히 별로 없지만 그냥 적당히 근미래풍 SF의 도시에 가까워진 일본을 그려냈다는 자체가 은근 슬쩍 보여주는 일본뽕이란 생각이 들어서… (사실 이런 요소가 고지라-1.0보다 더 기분 나빠 보일 수도 있고요…)


작품은 어렸을 때에 일본을 떠나서 미국으로 갔다가 미국에서 야구로 대성한 프로야구선수인 주인공 사토 켄이 일본 프로야구에 복귀를 하는 걸로 시작하는데…,

(머 사실 오타니 같은 선례가 있기 때문에 이런 설정도 가능했던게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요) 문제는 이 사토 켄이 아버지의 뒤를 이은 울트라맨이라는 것이지요. 


뭐 프로야구 선수로의 삶과 변신 히어로인 울트라맨의 삶이 충돌하는 부분은 이미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에서도 본 거라 별로 신선감은 없습니다만, 

여기에다가 양념을 좀더 쳐서 주인공은 인간 사회를 파괴할 수 있는 거대괴수의 새끼를 돌보게 됩니다. 

해서 초중반은 적당히 아동물이자 가족물스러운 (거대 괴수의 새끼를 키우는 거대 변신 히어로라는) 코메디 전개가 이어지고, 

괴수를 싫어하는 방위조직의 보스가 무리한 수단으로 새끼 괴수를 미끼로 다른 괴수들을 찾아서 격멸하려는 작전을 벌이면서, 울트라맨은 괴수를 지키기 위해 방위조직과 대립하는…


머 나머지는 헐리우드 가족물 공식에 따라서 도식적으로 흘러갑니다. 

(뭐 괴수도 생명이란 측면에서 괴수를 배제하려는 인간의 과학이 오히려 더 큰 환경파괴라던가 하는 메시지를 강조했어도 좋았겠지만, 그런 어려운 이야기는 미쿡 어린애들에겐 안 먹히겠죠?! 캡틴 플래닛 세대도 아니고…)


영화 마지막에는 쿠키가 있는데, 이게 기존 울트라맨 시리즈의 세계관과는 확실히 차별화되는 평행세계라는 증거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역대 울트라맨 시리즈에서도 (이런 내용이 일본의 울트라맨 본가 시리즈에서는 아직 한번도 등장하지 않은 걸로 아는) 실로 큰 떡밥을 던져 버렸기 때문에 속편이 나온다면 이 떡밥을 어떻게 처리할지 좀 궁금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속편이 계속 이 가족영화 노선을 고수한다면 개인적으론 전체 시리즈 중에서도 굉장히 평가가 박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꼭 모든 히어로물이 무게를 잡아야 할 필요는 없지만 훨씬 더 무게 잡고 진지할 수 있는 이야기를 교묘하게 회피하면서 그냥 애들만 보라는 식으로 던져 버렸다는 느낌도 조금은 있거든요.



- 사실 이제와서 굳이 이 작품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교묘하게 문제될 소지를 매우 뻔뻔하면서 능수능란하게 피해가는 [고지라 -1.0] 보다도, 이런 무국적적인 퓨전 요소로 아예 눈을 가리고 시작하듯이 싹 무시하고 넘어가는 [울트라맨 라이징] 쪽이 더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입니다.


서양쪽의 유투브 영화 리뷰어나 리액션 팔이하는 채널들이 고지라 -1.0을 보고 거의 발광하듯이 좋아하는 것을 보면, 양키들에게 "너희들 일본이랑 전쟁한거 잊은 거냐 모르는 거냐" 소리가 나오지만,

이 [울트라맨 라이징]을 보고나면 모든 것은 그냥 '팩스 아메리카나'로 통합되는 왜곡된 사상의 지평선을 보는 기분이 들거든요. 


일본에서의 울트라맨 시리즈는 초능력을 지닌 외계인이 어떤 이유로 지구에 온 뒤, 지구인과 협력하여 또 다른 외계인이나 괴수 등의 외부 침략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로 시작했습니다. 

딱 보기엔 그냥 거대화 능력이 있는 외계인 히어로가 거대한 괴수나 외계인들을 때려잡는 SF활극이고, 사실 히어로 물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주인공 히어로의 강력함과 뽕 차오르는 감정을 주는 게 중심으로 완구 팔이를 해야 하는 목적이 있었습니다만,

하지만 첫 시리즈 초반부터 '발탄 성인'이라는 외계인이 자기네 별을 잃고 10억명의 발탄 성인을 마이크로화해서 태운 우주선을 몰고 와서 지구에 이주하고 싶다고 하지만 지금의 지구인이 외계인들을 받아 들일 수 있는 상황이 되지 못하고, 그들의 생태에 맞게 지구의 환경 개조를 하는 문제나 과학력 등의 차이로 사실상 지구를 정복하겠다는 이야기라 결국 울트라맨이 발탄 성인을 물리치는데 (그 과정 중에 우주선 폭발로 10억명의 발탄 성인은 사망…), 

이런 외계인들의 침략 속에서 지구인들 사이의 분쟁 및 지구인의 어리석음이나 과격한 무력 행사 등을 다루는 다양한 시선의 이야기도 이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지구인(이지만 사실상 일본인)이 침략자인 경우에 울트라맨은 과연 지구인의 편을 들 것인가~ 같은 나름 무게감 있는 이야기들도 시리즈 내내 다뤄지기도 하는 등, 나름 SF적인 주제와 사상적인 주제도 다루었기에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살아 남을 수 있었던 시리즈였다고 생각합니다.  

결론적으로 울트라맨은 결국 지구인과 지구를 침략하는 외계인 사이에 낀 (지구인 시선에서) 착한 외계인이라는 '제3자'적인 시선이 갖는 나름대로의 중립적 정의감 같은 것을 다루던 일본식 아동대상 SF드라마였고, 

1960년대에 시작된 이 드라마가 21세기까지 일본에서 계속 이어지면서 쌓인 대하 드라마적 요소는 미국의 스타트렉 같은 가상 SF드라마의 영역에 도달했던 것으로 평가된다는 소리입니다.

하지만 이번 '울트라맨 라이징'은 철저하게 미국적으로 탈색되어서 원전이 갖던 개성이 많이 퇴색되었다고 판단합니다. 

정작 일본의 울트라맨 시리즈는 이미 오래되서 진부해진 이야기만 하는 노땅들 보는 드라마 취급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신 시리즈가 나와도 구 시리즈에 대한 오마쥬나 설정적 세계관적 연결이 꾸준히 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아동 관람가 수준에서 진지한 소재를 다루는 영역에서 어디까지 할 수 있는가 싶은 부분도 있기도 한지라, 파는 입장에선 나름 의미 있을…터였는데, 

정작 이번 라이징~에서는, 으음… 아니 뭐 이런 것도 좋아할 사람들은 좋아하겠죠. 


어쨌든 작중에서 이런 오래된 시리즈 원작인 작품 치고는 꽤 막나가는 편이긴 합니다.

한국에서도 수입되었던 SF개그만화 [공상과학대전]의 '호수의 물고기 싹 다 잡아먹고 거대화하는 히어로'와 달리, 물고기 쫓는 울트라맨이라는 시츄가 나오는데… 

게다가 아기괴수가 셰~를 하질 않나… 츠부라야가 어디까지 재량권을 줬는지 긍금해질 정도인데…

어쨌든 공식이 허락한 미국식 막장화라고 굉장히 심하게 까고도 싶습니다만, 


주인공의 아버지 이슈에 대한 해석은 너무 미국적이라 일본 본토에서 먹힐지 의문이 드는데… 초반에 아버지 관련 전개가 꽤 원전에 대한 리스펙트라 생각했는데 실제 전개는 코스모스나 다른 쪽 느낌이라 기분 묘하기도 하고…

결국 1990년대 헤이세이 울트라맨 시리즈 3부작인 'TDG'와 코스모스 보고 자란 아이들이 지금은 어른이 되었을테니, 그 세대가 지금 아이들과 같이 보길 바란 것 같지만 결과적으론… 초반이 너무 길단 느낌이라서… 으음 미묘합니다.

서브 플롯으로 어머니에게 애를 맡기고 일하는 여기자 이야기는 그렇다 쳐도, 토쿄에서 카트 타는 관광 코스 이야기는 (현재 일본에선 없어진 것이기도 해서) 좀 지나친 구색 같기도 한데… 

결국 진지한 SF코드가 있는 아동 판타지~임을 울트라 시리즈의 정의로 볼 때, 이 애니는 너무 관객층 폭을 넓게 잡아서 애매해진 기분을 지울 수 없다는 게 개인적 의견…



= 하여튼 이번 '라이징'~에서는 기존 울트라맨 시리즈의 작품들과는 뭔가 좀 다른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는 건 이해하지만, 결과적으로 정말 상투적인 물건이 되어 버렸다는 기분입니다.

이런 캐릭터 육아 쇼가 한국 내에서도 신선하게 받아들여진게 아닌가 싶은 기분도 드는데, 하여튼 국내 넷플릭스에서 아주 반응이 나쁘진 않은 것이 참으로 신기하기도 하고 동시에 이 정도로 만족할 수 있다니 신기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결국 외계인이지만 누구보다 미국적인 미국인의 가치관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는 불법밀입국자인데 사실상 오랜 거주기간과 활약으로 시민권을 얻은 '이민족계열 미국인'인 [수퍼맨]과는 다른 히어로 캐릭터로 (미주 지역에) '울트라맨'을 소개하는 이상의 뭔가는 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영화의 결론은 이게 정말 평화로운 건지 어떤 건지도 모르겠다는 기분입니다.


일본 식의 히어로가 정서가 안맞다고 싫으신 분에겐, 이 미국적인 양념이 뿌려진 섬나라 출신 우주인 히어로에게 한번 도전해 보실 가치는 있을 겁니다.

애니메이션 퀄리티가 나쁜 건 아니거든요.

재미가 없는 것도 아니고, 이런 것도 한번 쯤 아이들과 함께 볼 정도는 되지 않나 싶기도 하고… 

게다가 우리말 더빙도 되어 있어서 저연령층과 보시는 데에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이거 볼 시간에, 애들 몰래 [가면라이더 BLACK SUN]을 보시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여담인데…,

유감스럽게도 본 작품의 넷플릭스 한국어 자막 수준은 그닥 좋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캡틴을 줄여 말하는 '캡'은 울트라 시리즈에서는 보통 방위대의 행동 대장들에게 붙이는 거라, '무라마츠 캡'이라던가 같은 식으로 가야 하는데, 여기서는 그냥 '대위'로 해버렸어요. 

머 그런 사소한 것을 따지기엔 이 작품 자체가 너무 멀리 와버렸습니다만.

 


:D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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