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오멘 프리퀄...이라고 하긴하는데 사실상 리부트 같아요. 사실 오멘의 전 이야기나 배경스토리를 그리는 건 이미 가이드라인이 있었어요. 뭘 얻어보려는 건지 도저히 이해가 안가는 악마숭배 집단이 악마의 아이를 낳게 해서 적그리스도의 재림을 불러와가지고 지들이 좀 해먹겠다는 스토리죠. 드라마로 나온 데미안도 그런 배경스토리였고요. 한데 프리퀄에서는 갑자기 그것도 다 가톨릭 교회의 수작이었고 그들은 악마를 숭배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하나님을 제대로 믿는 사람들이라는 설정이죠.



 2.뭐랄까 그들은 복싱의 부활을 꿈꾸는 복싱 프로모터 같은 거예요. 하나님이 모든 체급 통합 챔피언이라 더이상 덤비는 도전자도 없고, 경기가 재미가 없어서 사람들이 복싱 경기를 안 보게 된 상황이거든요. 그러니까 하나님에게 이기지는 못해도 적당히 비빌 수는 있는 도전자 하나 만들어서 복싱 붐을 다시 불러오려는 거예요. 



 3.그걸 보고 아포크리파라는 웹툰이 떠올랐어요. 여러분이 본다면 꼭 돈을 내고 보셔야하는 웹툰이죠. 그만큼 재밌는 웹툰인데, 거기서 어떤 악마가 이런 얘기를 하죠. 가톨릭은 포용 가능한 악의를 가진 정도의 악을 필요로 한다고 말이죠. 너무 강한 악은 사람들을 절망하게 만들지만 적당한 수준의 악은 교훈과 시련이 되고 자유의지를 시험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고 말해요. '악'이라는 양념, 들러리가 없으면 가톨릭도 비즈니스가 안 된다고 말이죠.


 마침 영화에서도 비슷한 얘기가 나오더군요. '그들은 적그리스도를 탄생시키면 통제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말이죠.



 4.휴.



 5.그러니까 골목식당으로 치면 이거죠. 장사가 안 되는 가게에 어느날 백종원이 나타나서 '이 가게는 안 되는 이유가 있어.'라고 하면서 msg를 마구 뿌리는 거예요. 적그리스도라는 msg를 말이죠. 그리고 '하핫! 이제 간을 맞췄으니 고객님들이 돌아올거야'라고 미소를 띄면서 희망회로를 돌리는 거예요.


 어떻게 보면 작중 등장하는 어둠의 교회가 그들 입장에서는 합리적이긴 해요. 가게가 망해가고 있는데 아무것도 안 하는 놈들보다는 뭐라도 하는 놈들이 나으니까요. 



 6.어쨌든 영화를 보다보니 곧 이건 여성감독이 만든 영화란 걸 알 수 있었어요. 핍박받는 여성, 그리고 여성들간의 연대, 여성들간의 묘한 기류가 계속해서 그려지는 걸 보니까 말이죠. 


 사실 그런 요소들을 그리 좋아하진 않지만 이 영화에서는 매우 좋게 작용해요. 그리고 캐스팅을 어떻게 한건지...캐스팅만큼은 정말 천재적인 영화라고 생각해요. 



 7.서론이 길었네요. 영화에 대한 얘기를 해보자면 글쎄요. 굳이 오멘이나 엑소시스트 같은 영화들이 21세기에 재탕되어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 사실 오멘은 극중 신부가 말하는 가톨릭과 같아요. 사람들은 더이상 오멘 같은 이야기를 찾지 않거든요. 그리고 이 영화의 제작자들은 가톨릭의 부흥을 꿈꾸는 어둠의 교회 조직원들처럼 느껴지고요. 왜 자꾸 옛날에 먹혔던 그 감성을 가지고 계속 돈을 벌어보려고 하는 건지 말이죠.


 이번 오멘도 그랬어요. 솔직이 아주 충격적일 것도 없고 아주 새로울 것도 없어요. 아니 사실 그동안 나온 자극적인 공포 영화에 절여진 21세기 사람들이 충격을 받을 내용이라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가 있겠죠. 그러니까 오멘 같은 소재를 이제 들고나와서 뭘 해보려는 건, 기획 단계에서부터 잘못된 거예요.



 8.그런데 이런 기획서를 받아든 걸 감안하고 본다면, 이 영화는 훌륭해요. 기획서가 엉망이기 때문에 결과물도 엉망이 되어야 할 영화인데 잘 뽑혔어요. 배우들도 좋고 배우들의 연기도 좋고 미술이나 촬영 같은 것도 눈이 즐거워요. 스토리도 퓨리오사처럼 흐린눈으로 볼 거 없이 적당히 앞뒤가 다 맞고요. 


 그리고 마지막에는 쌍둥이가 태어나면서, 만약 후속작이 나온다면 꽤 괜찮은 성대결을 기대해 볼만할 것 같아요. 이게 돈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여성 영화는 어차피 후속편이 나오면 여자 악마가 남자 악마를 이기는 스토리로 가겠죠. 그런데 차라리 그렇게 하는 게 세기말 오컬트 사골물을 끓여대는 것보다는 낫겠죠.


 후속편은 대충 이런 스토리 아닐까요?



 9.주인공 딸은 데미안의 육군사관학교 졸업식에 오빠를 찾아가 일단 칼침을 놔요. (아직은)착한 데미안이 '난 악마로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게 아니야! 우리 말로 하자!'라고 울먹이지만 주인공 딸은 데미안에게 칼침을 더 깊숙히 놓으며 귀에 대고 속삭이죠.


 '내가 오빨 죽이는 건 오빠가 악마라서가 아니야. 부유한 백인 남성이기 때문이지. 하긴, 그게 그거지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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