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전에 기분 나빴던 일

2011.08.23 01:01

해삼너구리 조회 수:2643

밤에 작업하다가 카페인이 떨어져서 급하게 사러 갔습니다

늘 원두를 사러 가는 단골 가게가 있기는 한데 문을 일찍 닫는 편이라 어쩔 수 없이 근처에 원두 파는 다른 카페로 갔지요.

여기는 꽤 이름 난 카페고 늘 붐비는 곳인데 한가지 궁금한 건

원두를 다양하게 취급하면서 밀봉을 안 하더라고요. 위를 돌돌 말아서 가볍게 묶는 방식의 갈색 종이 봉투를 써요.

(단골 가게는 원두를 주문하면 큰 통에 들었던 걸 그 자리에서 덜어서 은색 금속 봉투에 담고 끝을 가열해서 밀봉해주지요)

커피 맛의 절반은 잘 볶은 원두의 신선도에 있는 만큼 아무리 볶은지 얼마 안 된 원두라도 보관 잘못하면 금방 망가진다고 생각했는데요.

그래서 원두 살 때도 한꺼번에 많이씩 안 사고 100그램, 요즘 같이 커피 많이 마실 때는 200그램씩, 기껏해야 5일-7일 분량을 삽니다.

그리고 실제로도 같은 곳에서 산 원두를 같은 방식으로 내려도 막 사왔을 때랑 거의 다 마셔갈 때쯤의 맛은 차이가 나지요.

늘 신선한 원두까지는 여러 여건 상 어려우니 이게 제 나름의 타협 지점인데

이 카페는 원두를 오늘 가보니 17일 볶은 원두부터 내놓고 팔던데, 밀봉을 전혀 안 합니다. ;

이상해서 물어봤어요. 왜 밀봉을 안 하냐고.

그랬더니 자기네는 볶은지 얼마 안 된 신선한 원두만 팔고, 여기서 사가는 손님들도 15일 안에 드시기 때문에 괜찮대요. 

전 보름이나 묵힌 원두는 먹지도 않는데;;

또 자기네 봉투는 원두 담는 전용 봉투라서 밀봉이 안 되어 있어도 괜찮다나요? 

아니 그럼 원두 팔면서 전용 봉투에 안 담는 가게도 있나요? 다른 데는 트럭에서 귤 팔듯이 비닐봉투에 그냥 담아주나보죠? 

그러면서 아무 문제도 없는 건데 우리나라에서는 왜 유독 밀봉에 집착하는지 모르겠다는 식으로 대꾸합니다.

물론 가게마다 여러가지로 방침이 다를 수 있는 거니까, 그렇다 하더라도 마음에 꺼려지는 제가 이용을 안 하면 될 일이지요.

그런데 점원의 대답이 당시에는 딱히 반박할 게 없어서 어차피 늦은 시간에 거기 아님 원두 파는데도 없고 해서 그냥 나섰는데 

어째 말투가 저희의 운영 방침이 이러이러합니다 하는 게 아니고, 

커피 원두는 원래 이렇게 해도 되는 건데 손님이 뭘 잘 못 알고 계시네요 하고 가르치는 듯한 느낌이더라고요. 

집에 돌아와서 생각하니 다른 손님들은 잘 차려입고 밤 나들이 나오는데 

저만 잠옷바람에 원두 사러 왔다고 무시하는 건지 싶어 영 기분이 나쁘네요.

앞으로는 밤 늦은 시간에는 차라리 홍차를 마시고 말지!! 

생각해보면 전에 근처에서 친구 만날 일이 있어서 잠깐 들어가 앉아 있었던 적이 있는데, 그때도 좀 기분 나빠서 나왔던 기억이 있어요.

제가 그쪽 메뉴와 좀 다른 걸 주문했는데(메뉴에 뭘 추가하거나 빼거나 다른 걸 해달라고 했든지; 잘은 기억 안 나지만),

그때도 우린 그런 거 취급 안 하는데요 마인드라 좀 황당했었어요. 

그때도 태도가 아 저희는 그런 게 없어서 준비가 안 되어 있네요 죄송해요가 아니라 

뭐 커피를 그렇게 마시는 사람도 다 있나? 이런 느낌으로 약간 아래로 내려보는 듯한 응대였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접객 태도도 안 좋고 커피 맛도 썩 좋은 줄 모르겠는 카페에 늘 사람이 바글바글한 건지; 

즐비한 맛집 중에 진짜 맛집은 드문 이상한 동네라 그런가 합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9656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8578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8857
111 스브스 나이트라인 클로징 멘트 [다음팟 동영상] 아놔 이거 개그도 아니고 [13] 나보코프 2011.11.17 2391
110 귀여운 고양이 사진 보러 가세요. [4] chobo 2014.04.23 2406
109 [바낭] MBC와 함께한 폐인 토요일의 기록 [9] 로이배티 2011.05.22 2418
108 오늘 저녁 8시면... 월요일날 이럴 사람들이 정해지죠. [4] 자본주의의돼지 2011.10.22 2426
107 지겨웠던 비 한참 못보겠네요 [6] 가끔영화 2011.07.20 2448
106 에브리바디 올라잇 보고 왔습니다. (스포일러 없음), 내일부터 출근, 호레이쇼 혼블로워 시리즈 [16] 가라 2010.09.07 2450
105 평생 우울하지 않은 사람도 있을까요? [8] koggiri 2012.07.07 2459
104 아이고야, 프로야구, 프로농구마저 승부조작? [14] chobo 2012.02.14 2480
103 요즘 부러운 사람 [13] 푸른나무 2015.12.07 2525
102 트랜스포머 보며 얻은 깨달음. 개 식육 관련..^_^ [9] 제인구달 2011.07.01 2540
101 [바낭] 깊은 밤, BBC 셜록을 보고 있습니다. [7] 포아르 2011.01.27 2543
100 DHL이 싫어졌어요! [13] 남자간호사 2011.01.26 2558
99 "<나꼼수> 김용민, 서울 노원갑 출마 결심" [11] management 2012.03.09 2567
98 낼 일욜 저녁 때 데이뜨하시는 분들 청계천쪽 가보세요~ [2] 아실랑아실랑 2011.09.25 2623
97 스트레스 컨트롤 어떻게 하고 계세요? [5] moonfish 2010.08.01 2635
» 조금 전에 기분 나빴던 일 [7] 해삼너구리 2011.08.23 2643
95 연예인 사진 [7] 가끔영화 2010.12.30 2657
94 문재인 당선시 신당창당 가능? [9] Warlord 2012.12.09 2658
93 [bap] 인문학, 날개를 달다 (아트앤스터디) [4] bap 2010.09.14 2678
92 [회사듀숲] 당장의 고달픔이냐 몇년후의 (없을지도 모르는) 편안함이냐. [13] 가라 2012.04.17 2689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