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깝깝한... 등록금 이야기...

2011.06.15 09:23

DH 조회 수:1594

1.

 

요즘 등록금 이슈가 뜨거운데 정부의 반응은 매우 미온적이군요. 대통령이 나서서 '천천히 하라'고 했으니 학생들이 원하는대로 다음 학기 등록금이 반값이 되어 나올 확률은 거의 없다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대선공약을 3년간 안지켰으면 지금으로도 충분히 천천히 한 것 같은데 다음 정권한테 양보하려는 걸까요? 4대강은 그리 빨리빨리 하더니만.

 

하지만 지금 정부가 좀 억울한 생각이 들 것 같긴 합니다. 대선공약이니 지키라는 압박 말고는 사실 현 정부를 압박할 수 있는 이유가 별로 없어보여요. 지금이 군사독재 시대도 아니고 대학들한테 "당장 등록금 반으로 안깎으면 총장을 남산밑으로 끌고가서 인간의 몸이 전기가 잘 흐르는 도체라는 걸 온 몸으로 학습하게 해주겠다"고 협박할 수도 없을 것이고, 그렇다고 지금의 이 높은 등록금을 인정하고 그 반을 국가예산으로 내주는 것도 별로 좋은 대책은 아닙니다. 이 정부가 틈만 나면 전 정권 탓을 하는게 보기 싫긴 하지만, 지금처럼 등록금이 미친듯이 오른 것은 1~2년 사이의 일은 아니고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때의 일이니 하필 지금 독박을 쓰고 있다는 억울함이 들만도 합니다.

 

2.

 

우리 국민들은 "정치도 기업처럼 하면 효율적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환상이 있었고, 그 결과 기업가 출신 정치인이 흥했습니다. 온 나라가 기업처럼 되고나니... 이거 영 별로인데요. 기업들, 그중에서도 대기업은 살 판 났지만요. 그런데 사학재단 주인 출신 정치인들이 정권을 잡으면... 사학재단들은 지금보다 더할까요, 자중할까요. 박근혜, 정몽준, 나경원 등등.

 

3.

 

옛 말에 "책 도둑은 도둑이 아니"라는 말이 있습니다. 엉뚱하게 저작권 침해 사범들이 이 말을 들고 나오는 경우엔 그냥 한 대 쥐어박고 싶긴 합니다만, 시사하는 바는 분명하다고 봅니다. 다른 것도 아니고 "배우고 싶은데" 돈이 없어서 배우지 못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상징적인 말이겠죠. 이렇듯 우리는 다른건 몰라도 '학습권'만은 철저하게 '학습능력과 의지'만 있다면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겁니다. 

 

등록금 투쟁 관련 뉴스에 보면 "대학 등록금 비싼거 모르고 대학갔냐? 대졸자 프리미엄 따겠다고 알면서 들어갔으면서 왜 이제와서 내려달라고 난리야? 수많은 고졸자들은 대학가면 좋은지 몰라서 안갔는줄 알아?" 라고 이죽거리는 리플이 늘 달리는데,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이제 우리도 '학습권'을 얻기 위해서는 '능력과 의지' 외에 '돈'도 필요하다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시대가 된걸까요. 그나저나 수많은 고졸자들은 나름 사정이 있겠습니다만... 마치 다들 대학쯤은 껌으로 갈 수 있는 성적이었는데 돈이 없어서 고졸에 만족하는 것처럼 묘사한 저런 리플엔 뭐라고 답해야 하는지...

 

4.

 

예전엔 사학재단을 설립한 사람들이 매우 존경받을만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 그런 경우도 많았고요. 그럴 때 제가 가진 생각은 "그 사람들은 본인이 펑펑 낭비하고 남으면 자식에게 물려줘서 펑펑 쓰게 할 수 있었던 돈을 학교 설립에 쓰고 본인 욕심은 버린 사람들"이라는 거였습니다. 그랬기에 원래는 이사장 돈이었더라도, 일단 재단에 냈으면 함부로 손대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요즘 사학재단 이야기를 하다보면 제 생각이 오히려 소수의견이 아닌가 싶습니다. "잉? 그럼 누가 미쳤다고 사학재단을 세우냐. 당연히 본인이 이사장 하고, 아들 딸이 이사 하고, 월급도 받고, 학교 돈도 좀 쓸 수 있어야지. 그래도 그 덕에 학생들은 대학 다닐 수 있잖아. 그게 꼬우면 학교란 학교는 죄다 국립으로 하던가. 나라에 그럴 돈 없으니 돈 많은 사람들한테 손벌리는거 아냐? 그럼 자유도 줘야지." "야, 몰랐는데 이사장이 학교 돈을 꺼내가서 개인적으로 쓸 수 없다며? 자기 돈으로 만든 재단인데 그 돈이 이사장 것이 아니라 사회의 것이라고? 무슨 공산주의야 뭐야. 하여튼 빨갱이들 하고는..." 하는 반응들에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아요.

 

그래도 전 아직 설득되지 않았습니다. ㅡㅡ 아 그냥 그럴거면 사학재단 세우지 말고 기업이나 하라고! 사학재단이 받는 세금혜택 같은거 다 뱉어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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