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여행으로 인생이 바뀌신 분?

지금 다니는 직장(일이라고 쓰셔서)을 그만두고 가는 여행을 생각중인가요?
6년 정도면 캐리어를 만들어 가는데 매우 중요한 시기인데 신중하게 생각하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어떤 기분으로 직장을 그만두고 장기 여행을 가고 싶은지 어렴풋이(저도 비슷했거든요) 알 수 있을 거 같은데 기분은 순간이지만 직장, 혹은 밥벌이의 고단함은 오래 갑니다.
장기여행으로 인생이 바뀌신 분? 이라고 제목 다셨죠? 정말 인생이 바뀔 수 있습니다, 나쁜 쪽으로요.
생판 모르는 남, 여행 가고 싶다고 하면 그래 가라 라고 부추기면서 대리만족할 수 있겠지만 같은 직장인으로써 밥벌이의 고단함과 거지같음(죄송)을 잘 알기에 현실적인 글 남깁니다.

제 인생은 바뀌었다면 바뀌었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장기 여행으로 인생의 목표를 찾았고 진정 하고 싶었던 일이 뭔지도 알게 됐고 한국에서는 할 수 없었던 많은 일들을 해봤어요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지금도 그렇지만 무모하게 한국으로 들어오지 않겠다는 결정을 했을 때(단기에서 갑자기 장기여행으로 바뀐 케이스입니다) 생각했던 것처럼 제 인생에 드라마틱한 변화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그나마 얻은 제 인생의 목표라는 것도 제가 한국에서 선택한 것과 똑같은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죠. 전 정말 순진하게도 제가 전혀 다른 사람이 될 수 있을 줄 알았어요.

결과적으로 저는 남들보다 일년정도 뒤쳐지게 되었고, 그래도 그~~~나마 변한 게 있다면 여행 중에 진정한 친구들 몇을 사귀었다는 거랑, 나 자신은 정말 아무것도 아닐정도로 초라하게 보이게 만드는 사람을 만나게 되어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충격을 받았다는 거예요. 그렇게 훌쩍 떠나버린 걸 후회할 때도 있는데 그 때가 아니었더래도 어차피 언젠가는 일어났을 일이란 걸 알게 되고나서부터는 그러려니 합니다. 지금도 가끔은 떠나고 싶은데 그래봤자 저 자신이 바뀌지 않으리란 걸 잘 알기 때문에..(돌아와서도 두달 반 정도 여행간 적이 또 있네요. 육개월 열심히 살다가..)정말 정말 힘들더라도 저 같은 경우에는 여기서 노력해야 하는 것 같아요. 돌아보니 길든 짧든 여행을 떠날 때마다 무슨 기대를 갖고 갔던 것 같은데.. 운 좋게도 작은 것 하나씩은 건졌던 것 같아요. 그치만 돌아와서 제 이상과는 다른 현실의 모습을 보게 되는 것도 저한테는 큰 스트레스였기 때문에...
아무튼 현재로서는 지금 목표로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예전 듀게에 올라왔던 글 중에 chronic procrastination에 관한 글이 있었는데.. 제 천성적인 게으름먼저 고쳐보려고요.

아 그리고 어학원 + 여행이면 대부분의 경우 한 마리 토끼도 못 잡게 되던데 잘 생각해보고 결정 내리세요. 여행에 대해서 너무 큰 기대는 갖지 마시구요.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하니 ^^;; 그럼 좋은 결정 내리시길.

직접 도움은 못 되는 댓글이지만 저도 장기여행 점차 고민하고 있습니다..ㅠㅠ 인생이 아주 바뀔거라고는 생각 안하지만 새로운 시간이 될 거라는 건 확신하고 있어요.

꼭 여행이 아니더라도 인생이 변화하게 되는 지점은 곳곳에 산재합니다.

회사에서 어학연수 지원 받는 게 가능하다면 -> 가시는 것도 괜찮을 듯.

여행은 좋습니다. 사람에 따라 여행으로 인생이 바뀔 수도 있고, 인생이 바뀌지 않는다고 해도 '여행으로는 인생이 바뀌지 않는다'는 걸 스스로 깨닫는 것만해도 값어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근데 뭔가 목적이 있는 게 아니라면 그냥 장기 여행, 그것도 1박이상 단독 여행을 해보지 않은 상태에서 2달은 정말 깁니다. 한달도 길어요. 한 달쯤 혼자서 돌아다니다 보면 절대고독이란게 이런 거구나 하는 생각이 솟아오르고 집에 갈 날짜만 세고 있는 사람이 많습니다. 제가 볼 때는 여름휴가 붙이고 주말 붙이고 해서 가능한 한도 내에서 10일-2주가량의 여행을 혼자 해보시고 그 다음에 다시 장기여행에 대해 생각해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너무 여러군데 욕심내서 다니시지 말고 한정된 곳에서 그 동네 사는 사람처럼 여행하시는 것도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에 좋습니다.

여행에 얼마만큼의 기대치를 가지고 있는지가 관건인 것 같군요.
윗 분들 말씀처럼 드라마같은 변화는 없을 거에요. 저도 처음 여행/문화체험 등등 으로 간 외국 여행 길에서 그런 기대를 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요. 그런데 당연히 그런 일은 없었지만 여러가지 배웠다고 생각해요. 일단 제 태도에 대한 문제점이라던가 느낀 점은 굉장히 많아요. 근데 저는 학생일 때 간 거라 님과 다를 거에요. 포기해야 할 것도, 잃을 것도 없었으니까요.
외국에서 만난 워킹홀리데이 나이가 간당간당했던 언니가 있었는데요. 한국에서는 사회복지 쪽에서 근무하면서 팀장까지 했다고 하시드라고요.(팀장급까지 올라가기 굉장히 힘들다고, 친구가;;) 그 직장 그만두시고 오셨었는데 '여기 온 거 정말 후회 안해'하셨어요. '한국 돌아가도 내 자리는 있을거야' 하시면서요. 그리고 한국 돌아오셔서 금방 또 취직하시드라고요;;; 마음가짐이 중요한 거 아닌가 싶습니다. 이거 뭐 요점이 없군요;;
개복치/ 귀차님즘, 정말 공감해요!!
이걸 고치지 않는 이상 인생에 변화가 없을거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틀 전에 '산티아고' 순례의 길에 대한 질문 글도 올라왔었는데,
제가 몇 년 전부터 너무나 가고(걷고)싶은데 현실이 깨물어서 못가고 있는 길이 있습니다. 살펴 보세요. 왈츠님의 지금 떠나고 싶은 마음과 잘 맞는 길인 것 같습니다. 이 길을 걸은 세계 각지의 많은 사람들이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네요. 모든 사람에게 다 같지는 않겠지만.
보통 "Camino de Santiago"라고 불리는 길입니다. '산티아고 가는 길'. 줄여서 '까미노(길)'라고도 합니다. 스페인 서북쪽에 위치한 산티아고라는 도시(성지)를 목적지로해서 '순례의길'이라는 보행자용 길을 걷는 길입니다.(알베르게라는 순례자 숙소에서 저렴한 가격에 단체 숙박을 합니다) 여러갈래 길이 있는데 가장 순례자가 많은 것은 프랑스의 Saint Jean Pied de Port(생장)에서 출발하여 피레네를 넘어 동에서 서로 800km를 걷는 프란세스 길입니다. 다 걷는데 35일 전후가 걸린다고 합니다.
2천년 전 종교적인 이유로 걷던 순례자들에 의해서 생긴 길이지만 지금은 일반인이 더 많다고 합니다.
추천해드리고 싶은 책은 <그 길에서 나를 만나다>(하페 케르켈링), <느긋하게 걸어라>(조이스 럽), 까미노의 아름다운 사진이 가득한 <부엔 까미노>(장 이브 그레그와르) 입니다.
아, 네이버 카페 '카미노'에 많은 자료와 경험자들의 여행기가 있습니다. http://cafe.naver.com/camino

하고싶은 일은 해봐야 하지 않겠어요?
성숙까지는 기대하기 힘들지만 극적인 변화는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어요.
변화라는 건 자기가 만들기 나름이기도 하구요.

가족중에, CPA 합격하고 법인에서 2년 스탭생활한 후 평생 소원이던 어학연수+여행을 1년 다녀오니 백수상태,
괜스레 맘이 급해지는 바람에 찌질한 회사에 급히 취직, 몇년을 개고생한 경우가 있긴해요.
다행히(?) 더 나은 회사로 다시 옮겼지만, 모든 면에서 첫 회사만큼은 못해서 (연봉이나 일의 퀄리티가 계속 비교되나봐요)
30대 후반이 된 지금은 좀 힘들어해요.
그때 커리어를 좀 망쳤단 생각이 드나봐요. 첫 회사에서 뿌리내릴걸 하고 후회하더라구요.
(재학중 합격, SKY임에도, 본인이 원하는 조건의 이직은 쉽지않아서.. 인맥 타기도 그때 좀 끊겼구요.)
하지만 삶이 힘든 와중에도 그렇게 즐겁게 지냈던 1년은 살아가는 데 있어 큰 자양분이 되는 거 같더군요.
외적으로 말고 내적으로요. 뭐든 잃는 게 있으면 얻는 게 있게 마련이지요.

저는 여행으로 인생이 많이 바뀌었어요. 하지만 다른 분들도 말씀하셨듯이 '떠나는' 것 만으로는 아무런 것도 바뀌지 않아요. 인생이 바뀔만한 여행이라면 역시 자신이 모든 걸 직접 결정하는 (말하자면 남이 짜준 스케줄에 의지하지 않는) 여행이라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될수록 젊을때 돈 없이 떠나는 게 좀 더 많은 걸 변화하게 해요.

답변들 고마워요!
루이스님 표현대로 그 놈의 밥벌이와 전..아마 계속 저울질 해 나가야겠죠ㅡ_ㅡ
어둠의속님 저도 산티아고 가는길 생각도 했답니다!!ㅋㅎ
티타니아님...제가 지금 그 처지네요...3달 어학연수 다녀온 사람마저도 너무 부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