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6.02 11:50
발단: 이틀 전 저녁쯤에 아버지와 저 그리고 조카만 있는 상황에서 5살짜리 조카가 저녁시간이 다 되었는데, 쿠키나 먹으면서 뽀로로만 보고 있더군요.
밥먹고 보자고 좋게 타일러도 말을 안듣길래 ' 그럼 니네 엄마한테 전화해서 그래도 되는지 물어보자 ' 라고 말을 했습니다. (조카가 엄마말은 무지 무서워함)
전개: 그랬더니 조카가 장난반 + 엄마에 대한 공포로 제 바지를 붙잡고 하의상실이 될 정도로 안 떨어지길래,
평소에 조카에게 장난치듯이 양 볼을 살짝 잡아당기며, 빨리 놓으라고 하는 새, 온 힘으로 제 허벅지를 이빨로 물더군요. 순간적으로 너무 아파서....
무의식 중에 손에 힘이 확 들어가서 당기고 있던 조카 볼을 좀 세게 당겨 버렸습니다. 그랬더니 장난인 줄 알고 웃던 조카가 순간 아파서 울기 시작하더군요.
그래서 방으로 데려가서 잘 달래주고, 사람을 무는 건 안 된다고 단호하게 혼내고 아버지와 둘이서 식사를 시작했습니다.
위기: 아버지와 둘이서 식사를 하고 있는데, 이미 진정하고 잘 있던 조카가 갑자기 슬픈표정으로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아버지 곁으로 걸어오더니,
" 할아버지, (외)삼촌이 내 뺨을 막 잡아당겼어" 라고 전 후 사정 다 잘라먹은 채 고자질을 하더군요;;;;;;
당황한 제가 " 니가 삼촌 허벅지 깨문건 왜 얘기안해? " 라고 했지만, 이미 식사를 마치신 아버지가 조카 손을 잡고 안방으로 들어가시더니 방문이 닫히더군요.
그리고 뭔가 조용히 대화소리가 두런두런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절정: 어머니가 약속 땜에 늦게 집에오셨고, 전 밤늦게 어떤 분과 즐겁게 전화통화를 침대에 누워서 하고 있었죠. 그런데 11시무렵에 갑자기 제 방 문이 벌컥 열리더니
" 야, 니가 XX이(조카이름) 입을 찢었다며!!! "
라고 심각한 표정으로 화를 내시며 들어오시더군요. (무슨 제가 빨간 마스크도 아니고 애 입을 왜 찢습니까;)
이미 뺨을 좀 당긴게 입을 찢었다는 표현으로 와전된....
결말 : 순간적으로 상황판단이 되더라구요. 조카가 아버지한테 뭐라했을 테고, 그걸 또 엄마한테 아버지가 전했을테고.....
그래서 상황을 처음부터 엄마(할머니)한테 잘 설명해 드렸지만 이미 진노하신 엄마는 니가 평소에 조카한테 장난만치고 어른답지 못해서 그렇다고 오히려 혼만 났습니다.
뭐 그래도 이젠 다 해결 됐겠지란 생각에 편하게 잠이 들었죠.
반전 : 다음 날 저녁에 누나랑 매형이 늦게 식사를 하고 있길래, 그냥 지나가고 있는데 누나가 부르더니
" 니가 XXX 이 입을 찢었다고 엄마가 그러시던데 맞아? " 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옆에선 매(자)형이 의미심장 애매모호한 눈빛으로 절 스캔하고 있고요.
" 그 얘기가 거기까지 돌았어? " 라고 하자 누나가 원래 얘기는 금방 돌고돈다며, 뭐 조카가 원래 말을 잘 안들으니 니가 그럴만 했겠지라고 말하며
눈빛는 ' 니가 감히 내 애 입을 찢어 ? ' 라는 아우라를 매형과 함께 시너지로 내뿜고 있더군요.
그래서, 다시 자초지종을 설명하겠다니까 이미 얘기는 엄마한테 다 들었다며 할 필요없다면서 원래 조카가 좀 그러니 이해한다고 말하면서
전혀 이해하지 못한 표정으로 절 쳐다보는 겁니다.
결국 설득 끝에 사건의 전말을 말하자, 누나가 놀라며 " 엄마는 입을 찢었다고 했는데! ' 라고 하면서 자기가 들은 얘기와 전혀 다르다는 겁니다.
이미 해명할 대로 다 했는데 또 루머를 퍼뜨리고 다닌 엄마에 대해 분노한 저는 이를 갈면서
엄마가 퇴근 하실 때 까지 기다렸다가 엄마가 오시자 누나, 엄마, 저 이렇게 삼자대면을 시작했습니다.
엄마가 말씀하시길,
이틀 전 밤늦게 오자 아버지가 조용히 엄마를 부르시더니, YY가(접니다) 평소에 방안에서 게임만 하고 로봇장난감 (덕후질) 같은 거나 모으고, 연애도 안하고( 하는데 집에는 오랫동안 비밀 ) 맨날 조카에게 지분덕 거리더니 이제는 ' 애 입을 찢기 ' 까지 했다고 하셨다는 군요. 그래서 이틀 전 밤 11시에 제 방을 부수듯이 열고 들어오셨다고 고백하시더군요.
결국 루머의 근원은 아버지였던 겁니다. 덕분에 전 이틀 간 조카 입이나 찢고다니는 패륜적인 삼촌으로 낙인이 찍혔던;;;;;;;
에필로그: 엄마와 누나가 조카를 불러서 거짓말이 제일 나쁜 거라고 여러 번 주의를 준 다음에, 어제 무슨 일이 있었냐고 혼내는 거 아니라고 웃으면서 얘기하자
조카가 또 " 삼촌이 뽀로로 꺼버리고 내 입을 막 찢었어" 라는 겁니다 ㅠㅠ
그래서 누나가 좀 화를 내며 거짓말은 정말 안된다고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다시 말하라고 하자 조카가 주저하면서 말하길
" 알았어, 솔직히 말하면 삼촌이 뽀로로를 꺼버려서 내가 삼촌 다리에 막 매달렸는데, 갑자기 삼촌이 뺨을 막 잡아당겨서 아파서 울었어" 라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티비도 끄지 않았고 얘기가 무지 생략된거 아니냐고 항변하자 누나와 엄마가 조카에게 마지막 증언 기회를 한번 더 주었습니다.
그러자 조카 왈
" 삼촌이 자꾸 저녁 먹으라 그래서 내가...... 삼촌 다리를.... ㄲ.....ㅐ .......ㅁ.....므...헜어...(거의 허밍음으로)" 라고 말하면서 도망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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