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곧 주제입니다. 내용까지는 아니고...

아무튼 대세에 편승해서 저도 고양이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요.

사진은 없어요. 죄송합니다. 귀여운데 못 보여드려서 아쉽네요:9

 

 

저희 집 마당에는 고양이 가족이 삽니다.

고양이 엄마랑 고양이 어린이들- 도합 다섯마리 되는 가족인 것 같아요.

어린이들이 너무 재빨라서 수를 세기도 힘들었어요.

근데 이제 어린이들이 곧 청소년이 될 시기라서 엄마가 잘 안 돌봐주는 것 같아요.

그간 엄마가 힘들었거든요. 지금도 보면 삐쩍 말라 있어요.

그래서 어린이들이 혼자 돌아댕깁니다.

 

 

그리고 저는 그 중에 한 마리인 노랑 얼룩이 어린이를 꾀어내고 싶었어요.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알지만, 길냥이에게는 길냥이만의 인생- 아니, 묘생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노랑 얼룩이 어린이를 꾀어내어 가족이 되고 싶었어요. 그러니까- 어린이가 제 가족이 되어주면 했던 거죠.

 

일단 우리집 마당에 살려면 보증금 300에 매달 월세40을 내야 한다고 으름장을 놨어요. 제가 집주인은 아니지만.

그리고 가족 머릿수대로 두 달에 한 번씩 수도요금을 내야 한다고 했죠. 계약서도 쓰자고 했어요. 지장 찍자고요. 순전히 그 앞발을 만져보고 싶었기 때문이지만.

하지만 그 어린이는 듣지도 않고 도망갔어요. 법정대리인이라도 데리고 올 것이지. (아니 법정대리묘... 같은 게 있을 리가 없나요)

 

으름장이 안 통한다면 회유하고 싶었지만 저에게는 아이템이 없었어요.

고양이 사료라던가, 간식이라던가, 그것도 아니면 고양이에게 줘도 된다고 했던 소세지라던가- 놀아줄 오뎅꼬치라던가

그런 것도 없이 어린이를 회유하려고 했던 제 불찰이겠죠.

어제 저녁에 어린이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싶었지만 어린이는 제게 곁을 내어주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 자식이 너무 깜찍하게도 제가 돌아서면 제 뒤를 쫓아오는 거예요. 2, 3미터 정도 거리를 두고 말예요.

내가 가면 어린이는 명당자리인 집 앞 담에 앉아 있고 싶어서 다시 돌아오는 것이겠지만 저는 절 따라오는 것만 같아서 왠지 감동했어요.

 

 

그 녀석은 깍쟁이에다, 천사예요.

제가 다시 다가가면 또 도망을 가고, 저 나름대로의 길냥이 묘생을 살다 떠돌겠지만 그 아이가 어딜 가든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비록 그 곳이 우리집 마당이라서 또 이상한 여자가 쫓아오지 않을까 조마조마하면서 더부살이를 하는 것이든(아 이건 행복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네요ㅠㅠ),

남의 자동차 아래이든, 옆집 담 너머이든지 간에요- 어디서든지 죽지 말고 괴롭힘 당하지 말고, 간간이 얼굴 보여주면서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0072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9079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9391
246 제가 스태프로 참여한 김량 감독님의 <바다로 가자>를 서울환경영화제와 디아스포라영화제에서 상영하게 됐어요. [2] crumley 2019.05.23 559
245 이재용 집행유예 [17] 나보코프 2018.02.05 3598
244 아버지를 떠나보내며... 안녕, 나의 집 (부제: 어느 이사에 관한 미친 기록) [4] crumley 2017.02.09 1962
243 오랜만에 이것저것.. [3] 라인하르트백작 2016.03.13 1540
242 본조비 내한공연 후기 + 그림을 배우고 있어요 11 [10] 샌드맨 2015.09.24 1825
241 (기사링크) 내곡동 예비군 총기사고 발생, 3명 숨진 듯 총기난사로 추정 [12] chobo 2015.05.13 2649
240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8비트 시네마 [6] walktall 2015.04.30 1196
239 불판 못 보고 못 끼었네요. 그냥 아카데미 간단 후기 [9] 쥬디 2015.02.23 2738
238 (기사링크) 기무사령관 출신 송영근 의원 "육군 여단장 성폭행, 외박 못나간 탓" [18] chobo 2015.01.29 2806
237 밑에 정명훈 이야기 (또)보니 생각나는 게 [14] 멀고먼길 2014.12.22 2579
236 로저 이버트 닷컴 선정 올 해의 영화 10 [9] 쥬디 2014.12.18 2613
235 [엑소더스] 보고왔습니다. 간단 감상기(스포 무). [3] 계란과자 2014.12.04 1297
234 11월 18일, 드디어.. [15] 칼리토 2014.11.19 2804
233 영화사 최고의 감독 중 한 명, 마누엘 드 올리베이라 회고전 강추합니다! (11월 23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 [2] crumley 2014.11.15 1467
232 (야구이야기) 한국시리즈 보다 롯데 이야기가 더 재밌다는게 사실입니까? 이종운 신임감독은 어찌합니까? 야구판에 정치꾼! [4] chobo 2014.11.07 1347
231 일이 손에 안잡히네요. chobo 2014.09.02 1134
230 한여름에 로맨스영화 추천할께요 [9] 살구 2014.08.06 1953
229 냉장고 바지가 유행? [21] 데메킨 2014.07.27 4599
228 이것저것 일상 이야기 [2] 벼랑에서살다 2014.07.03 1309
227 젊은 여성 소설가 전성시대 - 젊은작가상/문지문학상수상작품집 [12] 닥터슬럼프 2014.05.28 2649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