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의 특수성

2011.05.18 12:13

메피스토 조회 수:2293

* 앞서 했던 얘기에 리플로 덧붙이긴 했는데 좀 더 풀어씁니다.

 

얘기했다시피, 성매매는 행위 자체가 문제가 됩니다. 노동자의 노동행위나, 상인의 매매행위가 문제가 되는 경우는 사실 행위 자체보다는 그를 둘러싼 외적 문제들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불체자 노동은 노동이 문제가 아니라 불체자가 문제입니다. 노점상 문제는 매매행위가 문제가 되는게 아니라 노점의 허가여부가 문제가 됩니다. 집회시위는 어떤가요? 마찬가지로 집회 자체가 어떻냐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허가만 받는다면, 집회를 할 수 있죠. 허가를 받지 않은 집회가 문제가 되어서 그렇지.

 

성매매는 어떨까요. 행위자체가 문제가 됩니다. 성매매 당사자가 불체자라면 그것도 문제겠지만, 어쨌든 성매매 자체가 문제가 됩니다.

 

이 얘기 꺼낼때마다 했는데, 불법이라곤 하지만, 사실 성매매는 대단히 쉽습니다. 형태를 직접 섹스에 한정한다해도, 성매매는 대단히 쉽습니다. 단속으로 많이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현재에도 집창촌은 명목적, 실질적으로 존재합니다. 그뿐인가요? 맛사지업소, 유흥주점에서 이뤄지는 성매매까지 한정한다면, 우리나라에서 성매매는 '돈만 있으면' 누구든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성매매 종사자들에 대한 사회적 시각은 어떤가요. '성노동'이라는 명칭과 관련한 접근은 물론 충분히 의미가 있지만, 글쎄요. 쿨한 연애니 뭐니 하지만 사실 섹스라는 행위를 구성하는 요소들에는 여전히 터부시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물론 결혼, 연인의 관계를 제외하더라도 자유로운 섹스는 분명 존재하지만, 어디까지나 당사자들이 쌍방에게 성적매력을 느끼고 서로 즐긴다는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죠. 즉, 매매가 아닙니다. 그런데 여기에 매매가 들어가는 순간 우린 묘한 상황에 빠지게 됩니다. 여기에 심지어 '업'...즉 생계의 수단인 직업이라는 개념까지 결부되면 더 복잡해지죠.

 

몇년전 전 성매매에 대해 "'당신의 아내와 자식이 성매매에 종사하게 하겠는가?"라는 물음을 했다가 몇몇유저분의 비판을 들었습니다. 그러나 전 비판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이나 이유를 들은 적이 없습니다. 사실 그 얘기에 대한 거부감 자체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그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 어차피 그걸 노리고 했던 얘기니까요. :-p.

 

국딩들 사이에 유행하던 (쓰레기같은)말이 있습니다. "엄창"이라는 말이죠. "내가 거짓말을 하는거면 우리 엄마가 창녀다"라는 얘기입니다. 이상합니다. 아이들이 성매매가 법에 저촉되는 구조에 대해 자세히 아는 것도 아니고, 중고딩도 아닌 국딩이 직업과 노동에 대한 개념이 제대로 잡혀있는 것도 아닐텐데, '창녀'는 치명적인 욕설이 됩니다.  

 

성매매논란에 있어서도 이 구조는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만일 섹스가 하나의 노동으로 여겨지고, 현실적으로도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며, 마지막으로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는 일이 아니라면 그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어야 하며 굳이 법으로 막아야 할 이유도 없습니다. 모든 사람이 나서서 성매매를 할 자유에 대해 이야기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지어 성매매를 찬성하는 사람들에게 조차  "너희 가족이 성매매하는거 어때?"라는 얘긴 심각한 인신공격이자 모욕이나 욕설로 여겨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왜?  심지어 요며칠 뉴스거리;성매매 여성의 시위기사에 달리는 리플조차도, 해당 여성들의 생계에 대한 걱정보단 "편하게 놀면서 돈버는 뻔뻔한 것들"식의 냉소가 주를 이룹니다. 왜?

 

그때당시에도 다른 직업에 대한 얘기가 오고갔습니다. 예를들어 자기 가족을 공사장 건설노동자나 식당 아줌마로 쓰는 것을 유쾌하게 여길 사람은 없다...식으로 말이죠. 하지만 여전히 의문이 남습니다. 전 생활비를 위해 노가다를 뛴 일이 있습니다. 제 모친역시 인사동에 있는 한식집에서 '식당 아줌마'를 한 일이 있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일입니다. 돈을 많이 받는 일도 아닙니다. 유쾌하지도 않죠.

 

그러나, 이런 일들은 대부분 지나가듯 얘기할 수 있는 일들입니다. 아, 이 사람이 과거에 힘든 일을 좀 했구나, 정도로 인식할 수 있는 일이죠. 여자분들에게 여쭤보고 싶군요. 남자친구가 학비벌려고 노가다를 뛰었다, 혹은 남자친구의 어머니가 식당 아줌마 일을 했다...라는 사실자체가 어떤 문제가 있나요? 추정컨데..아니, 사실 추정할 필요도 없죠. 그건 그냥 하나의 일일 뿐입니다. 유쾌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감추거나 숨길것도 없는 일이죠. 그걸 가지고 문제 삼는다면 그 사람의 인성에 문제가 있는겁니다.

 

그런데 성매매는 어떤가요. 자. 성매매가 되면 일이 재미있어집니다. 남자들 중 자신의 여자친구가 성매매 경험이 있다고 할 경우 그걸 받아들일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요. 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 남자친구의 성매매 경험에대해 여자는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통계적 근거는 없습니다. 그냥 직관입니다. 연애횟수나 그에 비례하는 섹스에 대한 가치관을 묻는게 아닙니다. 성매매입니다. 자신의 연인에게 성매매 경험이 있다면, 우린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결혼을 약속한 양가 부모들이 만납니다. 사위의 신상에 대해 궁금한 장인이 물어봅니다.

 

"어이 예비사위 메피스토, 요즘 등록금이 비싸다던데, 학생때 용돈벌이는 무엇으로 했나?"

"네. 호스트빠에 언니들 술따라주며 놀아주고 돈벌었습니다"

"취미는 뭐고?"

"가끔 안마방가서 여자들하고 놀다가 옵니다"

"지금 무슨일 하고 있나?"

"포주요"

 

장인의 반응을 상상하실수 있나요? 만일 제가 "공사장에서 노가다 뛰었습니다"라고 얘기한다면, "젊은 친구가 고생 좀 했네 그래..허허허"라고 웃고 넘어갈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운동이나 여행같이 활동적인 취미보단 집안에서 책을 읽거나 게임을 합니다"라고 얘기한다면 "재미없는 친구구만"하고 핀잔아닌 핀잔을 줄 수도 잇죠.

 

하지만 성매매는 어떤가요? 장인이...아니, 우리 가족의 성매매에 거부감이 느껴진다면, 그건 단지 성매매가 '불법적인'일이기 때문일까요?

 

 

* 이 주제에 있어서 게시판에서 수를 세어보는 것이 귀찮을 정도로 뻔질나게 언급했지만, 성매매에 반대하는 제 논리의 시작은 위의 이유 단 하나입니다. 지겨우신분들에겐 죄송합니다. 그러나 전 이것말고 다른 그럴싸한 이유가 생각나지 않습니다.

 

우린 우리가 터부시 하는 일을 합법적으로 보호하고 허락할 수 있는가. 조금 더 깊이 들어간다면, 사회가 터부시하는 일을 합법화한다고 해서 종사자들의 처우가 얼마나 개선이 될 것인가..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법에 의해 보호되는 것이 법의 테두리 밖에 있는 것보다는 좋겠죠. 그렇다고 제 근원적인 물음이 바뀌는건 아닙니다.

 

앞서 언급했듯 사실 전 성매매라는 개념 자체는 문제가 될게 없다고 봅니다. 단, 이건 어디까지나 '매매'라는 개념만 따로 떼어놓고 접근한 방식입니다. 즉,  인간이 합의하에 자신의 노동을 돈으로 사고파는 행위는 노동시장에선 늘상 일어나는 일이라는 차원의 접근입니다. 그것이 인간 존재자체의 근원;생명을 위협하는 일이 아닌이상, 그것을 막을 명분은 많지 않죠. 부모의 직접적인 관심과 사랑이 필요한 아이돌보기도, 부부가 맞벌이로 바쁜 현대사회에선 대리인이 돈을 받고 대신해줍니다. 보수적인 구세대들은 (특히 여성을 타겟으로)자기 애는 부모가 돌봐야지 라고 하지만, 자기 커리어를 가진 사람이 커리어를 포기하고 아이돌보기에 전념하는건 쉽지 않은 선택입니다. 아..갑자기 왜 이 얘기가 나왔죠. 넘어가요.

 

그렇다면 '매매'의 차원은 논의의 대상이 아닙니다. 문제는 그것이 '성'이라는 것입니다. 거기엔 보편적인 일반 사람들이 성에 부여하는 의미에 대한 논의가 선행되어야합니다.

 

결론적으로, 전 성매매와 관련된 논의에서 다른 어떤 부분보다 이 부분;즉 사회전반의 성에 대한 인식과 관련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지금 종사자들에게 어떤 길을 열어줄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와더불어 지금까지 언급한 부분에 대한 논의가 없다면, 합법화가 되건 공창제가 되건, 성매매 여성들의 인권이나 처우는 개선되지 않을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설령 개선된다해도 그것은 립서비스적 요소일 뿐, 사회가 성매매 종사자들에게 가지는 냉대와 차별은 지속될 것입니다. 우리가 성매매를 합법화하는건, 그런 냉대와 차별을 받는 사람들의 범위를 확장시키는 결말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추후에 성매매에 대한 얘길 할 기회가 있다해도, 제 논리는 여기서 거의 벗어나지 않을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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