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저번 총선 때부터 이런 글을 적어보고 싶었는데, 제가 글씩이나 올릴만큼 정치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아니라서 많이 주저됐었죠. 

그래서 지금 이 글도 정치판에 대한 분석이라기보다는, 경남 부산권을 고향에 두고 있는 사람으로서 도대체 이 뿌리깊은 일당 충성의 이유를,

지극히 현실에서 제 평생을 통해 피부로 느껴본 바를 적어볼까 합니다. 


저번 총선 때도 보면 현 정권에 대한 심판으로 당연히(?) 야권 쪽이 우세하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당황스럽게 빗나가 버렸죠.

이유가 뭐였을까요?   끊임없이 이 소위 '한나라당'을 찍는 저희 부모님, 친구의 부모님, 그 부모님 밑에서 지극히 성실히 정상적으로 잘 자라난  

젊은 세대들까지...  정말 그 개인을 봤을 때는 아주 훌륭하기까지 하고, 평생을 남의 돈 받은 것 없이 오로지 자기 힘으로 성실히 살아왔고, 

못가진 사람들 무시하지도 않으며, 나눌 수 있음 나눌려고 하고, 오히려 높은 수준의 도덕관념과 청렴도까지 갖춘 사람들도 많습니다.  정말 많아요.  


이런 사람들을 온건 보수라고 부르는지 그런 건 잘 모르겠습니다. 

근데 이 사람들이 MB의 온갖 스캔들이나 박근혜의 온갖 재단 얘기나 그런 얘기가 나올 때면,  이렇게 반응합니다.  

일단 정치인들은 다 똑같다.  그러니 내가 사실 꼭 여권 놈들이 다 옳다는 건 아니지만, 야권에 있는 놈들도 다 똑같다. 

결국은 다 자기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위해 하는 일일 뿐,  노무현도 결국 주위에서 해 먹고 자기 가족을 지키기 위해 자살한 건데 

그걸 영웅시하다니 완전 웃기는 노릇 아니냐.  


그렇다면 왜 똑같은 놈들이란 판단이 섰을 때, 야권에 대한 그 본능적인 거부감으로, 그 쪽에서는 정말 미친듯한 어떤 매력적인 인물이 나오지 않는 한

평생을 줄곧 여권에다 표를 던지는 걸까요. 

이유는, 소위 '내가 최선을 다해 일하면 그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는 명제를 여전히, 죽을 때까지 굳건히 믿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실제로 이 층을 이루는 다수의 삶 전체가 이대로였다고 볼 수 있구요. 정말 먹을 게 없어서 굶던 시절에서 내가 피땀흘려 근검절약하며 모았고

그 결과로 이만큼 우리나라가 성장했고,  그 과정에서 박정희의 존재란 건 이 세대들에겐 절대로,절대로 '독재자' 한마디로 치부할 수 없는 것이구요.


그러니까 그 박통 시절에 직접, 아주 개인적으로 고초를 겪은 사람이 아니거나, 혹은 전라도 쪽처럼 나중에 정부에 의해 엄청난 살상을 당해보지 않은

나머지의 다수들은, 전체 국가의 시스템이나 독재나 그런 것들에 의해 개인이 얼마나 피해를 입을 수 있는가를 피부로 느껴보지 않았고 그래서 

못 깨달았다고 볼 수 있는 거죠.  제도와 부와 계급의 고착화로 이제 개인의 노력으로 할 수 있는 것들엔 한계가 왔고, 더 이상 그런 식으로 사회는

성장해서는 성장할 수도 없다는 걸 명확히 보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꼭 롬니의 그 발언처럼, 가난한 놈들을 나라에다 모든 책임을 미루는 버러지 같은 것들로 보는 그 정도는 아니구요.  그 정도는 정말 아닙니다.  

단지 뭐든지 으쌰으쌰! 열심히 뭔가 하겠다는 쪽을 긍정적으로 보고, 조금 더 덧붙이자면 정말 입에 풀칠하는 문제- 이 절박한 생존의 문제를 겪어 본 

사람들이기 때문에 엄청난 현실주의자들이라고 할까요.  그래서 소위 조금이라도 어떤 무지개빛 이상향의 이미지를 풍기는 사람들을 굉장한 의심의

눈초리로 봅니다.  어떻게 보면 재밌는 일이죠.  사실 진정한 정치인의 덕목으로 정치인은 단순한 현실판단 현실유지를 벗어나 이상을 꿈꾸는 사람, 

즉 새로운 세상에 대한 비젼이 있어야 한다고 하는데, 우리나라 같은 나라는 아직 그런 사람을 원하지 않는 겁니다.   


길게 썼지만, 결국은 이게 가장 기본적인 '보수'의 가치가 아닐까 싶구요.  정말로 그 어떤 긍정적인(?) 보수의 신념을 믿는 사람들인 겁니다. 

좀 나이브하고 좀 많이 눈을 가린 채, 아주 고집스럽게.   대선 토론 백날 해봐야 소용없어요.  그런 토론 같은 거 보지도 않으니까요.  

봐 봤자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잠깐 맘이 흔들렸다가 결국은 자신의 뿌리로 돌아갑니다;



하고 싶었던 얘기는, 이런 사람들에게 야권이란 언제나 항상 입으로 반대만 하는 당, 그래서 한 번 믿어줘 봤더니 역시나였던 당, 이런 이미지밖에 

안 되는 겁니다.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그런 이미지를 만들어 온 데는 야권이 책임이 있다고 밖에 할 수 없습니다. 

아래에 제가 하고 싶었던 비슷한 말을 해 주신 글이 있었는데,  실제로 민심의 변화를 발빠르게 읽고 그것을 반영하고, 거기에 이은 대책까지

그 적극적이고 지능적이고 전력을 다하는 대처능력에 있어서 여권이 연승을 하고 있는 게 현실인 겁니다. 

총선 전에 한나라당이 새누리당으로 이름을 바꿀 때 우리는 온라인에서 얼마나 비웃었나요.  하지만 실제 그것이 먹혔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현 정부에 대한 불만이 높지만,  그렇다고 현 정부에 대해 심판론만 떠들면서 자기들은 공짜로 수저를 놓을려는 듯한 사람들도 싫은 겁니다.

그래서 너네는 뭘 할건데? 너네라고 잘한 적이 있냐?  한나라당은 당 이름까지 바꾸면서 그래도 뭔가 바꿔보겠다고 열심히 움직이지 않느냐.

부정적인 이미지의 단절과 쇄신의 분위기를 풍기는 데 놀랍게도 매번 성공하는 겁니다.  여권을 보면 적어도 머리 돌아가는 소리가 팽팽 들려요.    


정말로, 정말로 야권이 안일한 반대급부로 순서가 돌아오리란 달콤한 꿈에서 깨어나,  뼈아프고 과감하고 바닥에서부터 정말 다시 민심을 훑는 

새로운 자세와 쇄신,  그리고 마치 내가 제1여당이란 듯한 마인드로 국정운영과 정책들을 주장해 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렇지 않고선 지금의 이 굳건한 층에게 어필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요.   


이런 사람들이 젊은 세대들까지 아울러도 그 부모들의 영향으로 더 많다는 겁니다.   그게 오늘의 투표율과 결과가 보여주는 거죠. 

위기상황에서 집결할 수 있는 보수층이 진보층보다 막강합니다.  

결국은 우리나라가 아직 이상과 복지와 진보의 기치를 내세우는 대통령을 가질 단계가 안 됐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언젠간 되겠죠.  언젠가는 될 일이고 그 때를 앞당기기 위해 믿음을 갖고 인내하면서 그러나 적극적으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일입니다.

희망을 포기하는 순간 정말로 지옥이 되는 것이죠.  다 함께 이겨냅시다.  언제나 역사가 그래 왔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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