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일기...(깜냥)

2020.03.17 03:57

안유미 조회 수:447


 1.또 새로운 한 주네요...라고 일기를 쓰려다 보니 화요일이었군요. 쳇. 어쩔 수 없죠.



 2.나이가 들면 참 재미없는 게, 내 깜냥인 일만 벌여야 한다는 거예요. 어렸을 때는 그렇지가 않거든요. 어렸을 땐 어느날 바이올린을 배운다던가 어느날 피아노를 치기 시작한다던가 테니스를 본격적으로 쳐볼 수도 있어요. 하지만 나이가 들면 이미 어느정도 이뤄놓은 깜냥들 중 안에서 선택을 해야 하죠. 무언가를 새로 벌이거나 새로 시작하거나, 나도 알지 못하는 나의 가능성을 시험해볼 수가 없어요.



 3.투자도 그래요. 결국 투자란 건 도박이나 모험이 아니니까요. 은행빚을 내거나 레버리지를 땡기는, 좋게 말하면 모험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도박성 짙은 짓거리는 어쩌다 한번 뿐이예요. 대부분은 자기자본 내에서 투자가 이루어지는 거죠.


 그리고 그건 결국 자신의 깜냥 안에서만 가능성을 시험해볼 수 있다는 것이고요. 10억을 가진 사람은 10억짜리 깜냥인 투자를 하는 거고 20억을 가진 사람은 20억, 30억을 가진 사람은 30억짜리 투자만 할 수 있는거예요. 나이가 들면 이렇게...자신의 깜냥 안에 묶여버리고 마는 거죠.



 4.휴.



 5.하지만 어쩔 수 없죠. 자신의 깜냥을 조금씩이나마 늘려가며 사는 것밖에 없어요. 하루하루 말이죠.


 위에 쓴 것들...바이올린이나 피아노, 테니스 같은 건 취미로서는 언제든 시작할 수 있겠죠. 하지만 일로서는 그렇지가 않아요. 이 나이가 되면 이미 내가 어느정도의 깜냥을 모아놓은 분야...어느정도쯤은 익숙해져 있는 것에만 손대게 되니까요. 일에 있어서는, 이제 와서 새롭게 깜냥을 모을 수는 없게 된 거죠.



 6.옛날에 알고 지낸 만화가가 있어요. 그의 닉네임은 음...m이라고 해 두죠. m을 처음 만났을 때 월급을 대뜸 물어보며 이렇게 말했어요.


 '이봐, 한달에 얼마 벌지? 그야 어른들끼리는 한달에 얼마 버냐고 물어보면 안된다지만 우리는 만화가잖아? 우리는 영원히 어른이 안 될 거니까 이런 거 물어봐도 괜찮겠지?'라고요. m도 피식 웃고는 월급-이라기보단 한달 수익-이 얼마인지 말해 줬어요.



 7.하지만 요즘은 글쎄요. 일반인들을 너무 많이 만나버린 걸까요? 누군가를 만나서 '너 한달에 얼마 버냐?'라는 말이 도저히 안 나와요. 왜냐면 그런 질문은 곧 상대의 깜냥 전체를 털어보겠다고 덤비는 것과 같은 거니까요. 특히 그 상대가 남자이고, 더이상 어린 나이가 아니라면 더욱 그래요. 


 그렇다고 너무 자유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다니는 것도 이젠 별로예요. 그들이 어렸을 때는 자유로워도 괜찮지만 나이가 들어서도 '너무 자유로우려면' 그만한 깜냥을 갖춰야 하거든요. 하지만 그만한 깜냥을 갖추고 자유롭게 사는 놈들은 찾아보기 어려워요. 그럴 바엔 현실의 무게추를 달고 다니는 사람들을 만나는 게, 조금 재미가 덜해도 더 나아요.


 늘 쓰듯이 그렇거든요. 남자는 나이가 들면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운 것이 가오가 아니니까요. 그것이 가정이든 아니면 다른 누군가이든, 자신의 깜냥만큼의 무언가를 책임지고 있는 남자가 가오가 있는 거죠. 그리고 문제는, 가오가 없는 놈들은 꼰대가 돼요. 가오가 있는 놈들은 애초에 가오가 있으니까 꼰대짓을 할필요도 없거든요. 가오가 충분하지 않은 놈들이나 꼰대짓으로 가오를 벌충하려고 하는 건데...그렇게 '되어버린' 놈들이랑 만나면 영 불편하단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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