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1.30 20:21
제가 요즘 이 드라마에 엄청 빠지긴 했나 봅니다. 이건 뭔 얘기를 하면 죄다 기승전도깨비니...-_-;; 원래 제가 로맨틱 코미디는 그렇게 잘 보는 편도 아닌데,(지금 이렇게 빠져 있음에도 공유의 전작 커피 프린스를 찾아 볼 생각이 안나네요.) 이번 드라마는 아예 제대로 필이 꽂힌듯 합니다. 도깨비 관련 글만 벌써 몇 번째인가...정작 본방 볼 때는 그렇게 열심은 아니었는데 드라마 끝 물부터 재미가 들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아예 재방을 끼고 사네요...불쌍한 울 가족들은 도깨비 강제 시청 중...(그래도 안 방의 큰 티비 화면으로 봐야 저 CF같은 드라마의 진면목이...)
공유는 영화 <도가니> 때 영화가 좋았던 것 말고는 제게는 존재감이 그닥 없던 배우였습니다. 지난해에 무려 천만 영화를 두 편이나 찍은 배우였는데도 말이죠.
<밀정>과 <부산행> 그래도 영 눈이 가지 않는 배우였는데, 유독 이 드라마에서는 빛이 나네요. 어느 분 지적대로 로맨스 드라마에 특화된 배우인듯 합니다.
문제는 제가 어디를 가든 누구와 만나든 도깨비 얘기를 자꾸 한다는 겁니다. 이번 설 연휴에 간만에 듀게 분들과 모임을 가졌었는데(...우린 이걸 불효모임이라고...ㅎㅎ) 모든 대화가 도깨비 아니면...;; (예를 들면 최순실이 독일에 가서 도깨비 짓을 했다든가 - 독일에 자금세탁한거 말입니다.)
여튼 자제를 좀 해야겠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도깨비 짤 우르르 모아 보니 좋네요. 그 엄청난 PPL 때문에 다들 기함을 하시지만, 저는 PPL이고 나발이고 전혀 신경을 안쓰는 인간이라...이럴 땐 좀 편하더라구요.(당최 무슨 제품을 광고하는지 알아먹지를 못함)
덕분에 요즘 전통 무속신앙에 대해 좀 관심이 생겼습니다. 제 친구 하나는 이쪽 분야로는 거의 꿰고 사는 친구라 제게 가끔 엄청난 세상의 존재를 알려주곤 했는데 - 언젠가 이 친구네 놀러 갔더니 밤 늦게 저녁 상을 차려서 부엌 문 밖에 내다 두더군요. 왜 그러냐고 하니까, 아까부터 같이 사는 고양이가 한 시간이 넘도록 꼼짝도 않고 한 방향만 바라보길래 아무래도 이상해서 한 상을 차렸다는 겁니다. 지나가는 망자가 아무래도 배가 고픈 것 같았다고요....세상에...;; 그런데 얘는 이게 일상...저도 한 20년 넘게 얘가 이러는거 보니까 이제는 이상하지도 않습니다. 죽었든 살았든 누군가 배가 고프면 안될 뿐이죠. 뭐....
전 원래도 브로맨스를 좋아하는 편이었는데, 이 드라마 보고 나니까 직접 한 번 브로맨스 소재를 다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로맨스 작가인 선배한테 이 얘기를 했더니, 정색을 하더군요. 야, 임마 브로맨스 그거 되게 어려운 거야. 그거 아무나 못 써. 얼마나 필력이 좋아야 하는데...진짜 그럴것 같네요. 저 섬세한 감정선 하며, 적당한 유머 감각까지. 여유있게 능청 떨면서 다정한 분위기의 에피소드까지...그래도 한번 도전해 보고 싶군요.
저 도깨비가 수 백년전에 캐나다에 정착해서 뭘 하고 살았을지 갑자기 궁금해졌습니다. '이국의 땅에도 전쟁은 끊이지 않는다...' 이 대사를 볼 때는 유럽을 거쳐서 신대륙으로 간 것 같은데, 유럽인들 사이에서 아시아 인이 어떻게 살았을지도 궁금하고...뭐 초능력도 있고 재력도 빵빵한데 별 어려움이야 있었을까 싶습니다만. (전에 영화 하이랜더 보니까 그 주인공은 몸만 젊고 불사일 뿐, 무일푼이라 엄청 고생하면서 살던데...이리저리 떠돌면서 일용직 일 하면서...;; 뱀파이어의 인터뷰에 나오는 뱀파이어들은 돈이 많아서 여기 주인공 도깨비 만큼이나 럭셔리한 삶을 살지만 사람을 잡아먹어야...해서....흡혈귀니까....무지 맘고생하던데....-_-;; )
그래도 이 작가가 창의력이나 응용력은 대단한 듯 합니다. 도깨비 신부라는 존재가 '검을 볼 수는 있'어도 '검을 잡을 수 없을 수도 있'다는 건 대체 어떻게 생각해낸 건지...전 그 장면 보고 진짜 깜놀함...(아무래도 제 상상력이 빈약한듯 합니다.)
드라마 도깨비의 매력은 저승사자, 삼신할머니, 옥황상제 등 도교와 한국 전통의 전설과 무속신앙속의 존재였던 여러 신들을 생생한 캐릭터로 살려냈다는데 있습니다. 사실 저승사자 하면 하얀 얼굴에 검은 갓과 검은 도포 차림의 보랏빛 입술의 이미지를 떠올리는데, 이 드라마에서는 이를 멋지게 활용하여 현대적인 트렌치 코트 차림의 멋진 청년을 상상해냈죠. 드라마 도깨비는 로맨스 드라마이고 이와 같은 멋진 청년은 사실 로맨스 장르의 취향에 따른것에 다름이 아닙니다만, 한 편으로는 오늘날의 죽음에 대한 어떤 변화된 관념도 담긴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는군요.
그동안 대중매체에 그려진 저승사자는 대체로 코믹 캐릭터에 가까웠던 것으로 보여졌죠. 그도 그럴것이, 현대 과학의 발달로 사람들은 더 이상 사후 세계나 어떤정교한 체계를 가진 신들을 상상하지 않게 되었죠. 그런 시점에서 대중매체에 그려지는 저승사자란,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으스스한 존재이거나 아니면 판타지 드라마의 어떤 액션 캐릭터, 혹은 코믹 캐릭터로 희화화 되어 장르 드라마의 한 개성있는 조연 쯤으로 머물렀던 것이 사실이었죠.
그런데 이번 드라마에서 저승사자는 로맨스를 꿈꾸어도 좋을만큼 멋지고 사랑스러운 청년으로 나오는데다가, 망자를 따뜻하게 위로해 주는 천사같은 존재이기도 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이 정도로 따뜻하고 아름다운 저승 사자가 데리러 온다면 죽음도 두렵지 않을 정도…
물론 이 드라마의 저승사자들이 마냥 따뜻하고 부드럽기만한 건 아닙니다. 죽음을 거부하는 망자이거나 생전의 삶에 대한 반성이 없는 망자에게는 가차없이 엄격한 모습이라, 전설속에 그려진 그 저승사자의 모습이 언듯 언듯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이 저승사자들은 트렌치 코트와 신사모를 쓴 대기업의 직원들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형편없는 회사의 복지 때문에 삶의 희노애락에 시달리는 요즘의 직장인들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다소 딱하기도 하고…어처구니 없는 웃음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특히 주인집 아줌마로 변신한 삼신할머니네 옥탑방에 새들어 사는 저승사자는 수도세 내는 문제로…무려 신과 옥신각신을 벌이기도…>.<)
그 장면은 이 드라마의 매력이 정말 여과없이 드러났던 장면들이었죠. 전설속의 무속 신들은 툭하면 인간의 모습으로 하계를 돌아다니며, 인간사의 길흉화복을 주관했으니 말입니다.
마치 샐러리맨처럼 인간 사회에 섞여 살며 일하는 저승사자들(특히 그 상명하복의 직장문화!…정말 죄 지으면 안돼겠습니다. 죽어서도 저런 험한 근무환경에서 일해야 한다니...) 그리고 최고신답게…재벌 3세로 잠시 하계에 모습을 보였던 옥황상제까지…(근데 안타까운건 저승사자들의 주인, 염라대왕이 나오지 않았다는 겁니다! 물론 시왕들도요…원래는 염라대왕으로 캐스팅 얘기가 나온 배우까지 있었다는 얘기도 들었었는데…진짜 아쉽네요. 차라리 염라대왕 캐릭터까지 넣어서 에피소드 몇 개를 더 만들었으면 드라마 내내 말장난으로 떼우던…장면들이 더 많은 사건 전개로 내용이 아주 풍부해졌을텐데…말입니다.)
각설하고,
옛 사람들이 상상했던 저승사자들은 어떤 존재들이었을까요?
아래를 클릭하시면 한국 전통의 저승사자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이어집니다.
http://m.terms.naver.com/entry.nhn?docId=2805222&cid=46655&categoryId=46655
재밌네요. 옛 사람들도 어느 정도는 유머 감각을 갖고 죽음을 대했던것 같습니다. 집안을 지키는 수호신들을 피해 망자를 불러 내느라 노심초사하는 저승사자들 모습을 보니 딱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특히 강림도령 이야기, 저승사자를 대접하는 음식과 노잣돈 이야기....진짜 옛 사람들의 상상력도 대단합니다.)
※ 앞으로 나올 영화 <신과 함께 가다>도 기대되네요.
2017.01.30 21:58
2017.01.30 23:07
저승사자가 무지 많을...-_-;; 슬픈 얘기네요....
2017.01.31 00:48
2017.01.31 06:22
2017.01.31 12:20
엔딩의 중요성을 알려준 드라마였어요. 끝맺음을 잘 하니 (중간에 참기힘든 순간들을 선사했음에도) 전체적인 인상이 확 올라가는데, 더 도전적이고&의미있는 드라마라고 느끼는 MBC 더블유(W)는 허겁지겁 이야기 줏어담던 후반부 때문에 전체적으로도 뭔가 애매해진 감이 있어요.
2017.01.31 13:52
그러고 보니 엔딩도 깔끔하네요. 어찌됐든 해피엔딩이 될 거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저승사자와의 관계는 어찌될까 했는데, 재방을 보니 이미 그것도 답이 나와 있더군요. 농담처럼 한 얘기지만 천 년의 원한도 다 잊을 수 있다...
2017.01.31 12:26
큰냥이님.. 도깨비 글 대환영입니다! 계속 써주세요!!
저도 작가의 상상력과 현대적 해석에 감탄했네요. 고기 좋아하고 내기 좋아하고 재물 갖다주고 날씨 좌지우지하고 잘 생기고 시와 글을 좋아하고 키 큰 도깨비의 모습을 공유를 통해 형상화하다니!
노래를 좋아하지만 음치라는 설정도 써줬으면 좋았을 텐데... (음치란 성격은 일본의 오니에서 온 것이라서 작가가 뺐나 싶기도 하네요.) 돈 빌려주면 매일 갚으러 온다는 이야기도 넣었으면 싶은데, 그럼 남주가 바보가 되니 아무래도 넣기 어렵겠죠. 착한 사람에게 도와주려고 일부러 까먹은 척 자꾸 갚는 바보 연기를 하는 식으로 설정하면 될 텐데. 그러고 보니 어린 태희에게 일부러 바보 연기하며 몸개그로 야구 내기 져 주는 것도 비슷한 맥락인 것 같기도 합니다.
-결국 고블린으로 번역되나봐요. 도깨비는 내가 왜 작고 추하고 교활한 고블린이냐 따질 것 같고, 고블린은 내가 왜 띨띨한 도깨비냐고 따질 것 같아요. 까놓고 말해서, 도깨비가 해외에서도 인기 많다면서? 이럴 때 고유명사 그대로 써보는 거지, 언제 또 기회가 올 줄 알고... 타 문화권 사람들이 새로운 개념을 적극적으로 흡수할 태세를 갖추고 있을 때, 왜 굳이 저자세로 번역어를 써야 하나 싶네요. 굳이 번역할 거면 차라리 지니가 더 적절해 보여요.
-저도 피피엘은 나와봤자 못 알아먹는 인간이라 ㅋㅋ 캐나다 관광청 피피엘만 눈에 띠더군요. 사람들이 퀘벡 여행 많이 가려나...
-OST도 몽환적이고 절절하게 잘 뽑았더군요. 20대 초반 이후로 이렇게 귀에 들어와 박힌 음악이 없었던 것 같아요. 지나고 보니 약간 아쉬운 게, 몇 곡은 국악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음악을 썼어도 좋았을 것 같네요. 과거 장면이든 현대 장면이든 말이죠.
-작가가 5년만에 캐스팅 성공한 공유의 매력을 아낌없이 다 보여주려고 공들인 티가 팍팍 납니다. 로맨틱 코미디의 달콤한 연기부터, 망가지는 허세 개그, 용의자에서 갈고 닦은 액션 연기, 밀정에서 접한 시대극 연기, CF에서처럼 그저 마냥 아름다운 모습 등 공유 종합선물세트같아요. 어린 태희와의 야구 대결은 슈퍼스타 감사용에서 연습했을 야구 실력을 활용하기 위해 넣은 건가 싶기도 했네요. 저는 도가니 보고 한동안 충격에 빠져서 데모도 나가고 했던 사람인데, 도가니에서 공유가 나왔다는 것도 까먹고 있었네요. 도가니에서는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내용에 집중하게 하는 연기를 해서 그런가봐요.
(그나저나 박정희 좀 어떻게... ㅠ.ㅠ 공유가 이제는 생각이 바뀌어서 예전은 경솔했다, 지금은 박정희 좋아하지 않는다는 글을 언뜻 보기도 했는데 출처를 못 찾겠어요. )
2017.01.31 13:57
제 글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니 삘이 오면 도깨비 얘기를 계속 할...그러고 보니 영어 제목이 고블린이더군요. 말씀하신대로 그 부분이 아쉽네요. 그냥 <도깨비>라고 하지...어차피 문화차이도 있고 고유의 토속 요정이라 확 와닿지도 않을텐데 말입니다. (성격을 봐서는 말씀대로 확실히 지니에 더 가깝죠. 지니가 소원을 들어주니 말입니다.)
2017.01.31 14:14
2017.01.31 14:15
2017.01.31 14:15
2017.01.31 14:16
2017.01.31 14:17
2017.01.31 16:54
고블린 조각 보니 다른 가고일도 떠오르네요. 잔소리해대는 건축가(주교) 엿먹으라고 빗물받이를 주교 얼굴로 만들었다는 루머가 있으나 실은 방랑하는 유대인을 묘사한 가고일.
2017.01.31 18:42
가고일도 있었네요. 방랑하는 유대인이 바로 그 모티브군요. 새로운 사실 알고 갑니다:-)
중세 조각들은 세속적인 아름다움은 없지만 뭔가 소박하면서도 장엄한 분위기가 있죠. 섬칫하면서도 뭔가 유머스러운 저 표정들…
2017.01.31 19:35
도깨비 뒤늦게 다운 받아서 한 6회쯤 보다가 안봤는데, 엔딩이 괜찮다니 다시 끝까지 봐볼까도 싶네요. 전 왜 이렇게 연애 드라마에는 몰입이 안되는지.. 등장인물 중에 웃긴 유인나가 제일 좋다능=_=
2017.01.31 19:45
저도 연애 드라마는 잘 안보는데, 간만에 제대로 필이 팍 꽂혀서 본방에 재방까지 열씨미 달리고 있습니다. (덕분에 아침에 일찍 일어나니 좋...)
2017.01.31 23:58
2017.02.01 10:21
도깨비 빤쓰…그 노래 오래된 동요랍니다.ㅎㅎ 저는 초딩 때 울 반 남자애들한테 배웠는데, 제 막내는 초딩 때 담임 선생님께 그 노래 배웠다는 ㅎㅎ
저승사자가 무지하게 많을테니 뽑히기가 그리 어렵진 않을테지만 일단 운이 좋아야 할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