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2.20 23:03
[소녀괴담]의 오인천이 신작 호러 두 편을 들고 왔습니다. 모두 페이크 다큐멘터리예요. [월하]와 [야경: 죽음의 택시].
전 [월하]만 보고 [야경: 죽음의 택시]는 보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나중에 말씀드릴게요.
[월하]는 한국 고전 호러 영화 [월하의 공동묘지]가 실제로 있었던 사건이라는 가설에서 출발합니다. 어떤 일본인에게
고용된 세 남자가 영화 속 '기생월향지묘'를 찾아 나서요. 목적지에 도착한 남자들은 고용주의 일본인 여자비서와
안내자를 만납니다. 당연히 그들은 길을 잃고 휴대폰은 안 터지고 안내자는 중간에 사라져버립니다. 그리고 예상할 수
있는 일들이 일어납니다.
굉장히 고통스럽게 본 영화입니다. 영화의 완성도가 그 정도로 끔찍했냐고요? 그보다는 조금 더 단순한 이유 때문이에요.
영화를 보는 동안 좀 심각하게 멀미를 했습니다. 웬만한 4DX 영화보다 더 심했어요. 페이크 다큐멘터리라 카메라 흔들림은
어느 정도 각오했는데, 이건 좀 심각한 수준이었습니다. 어떻게든 참으려고 천장도 보고 벽도 봤는데, 못 견뎠어요.
거의 토할 뻔 했습니다.
카메라 흔들림이 심해도 이야기나 캐릭터가 재미있거나 호감이 가면 따라갈 수 있었을 텐데, 이 영화는 여기서도 낙제.
일단 나오는 사람들이 정말 끔찍해요.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며 윽박지르지 않으면 대화 자체가 불가능한 불쾌하고 낯선 남자들과
좁은 차 안에 갇혀 멀미를 하고 있는데, 그 인간들이 죽어라 말을 걸어온다고 생각해보세요. 게다가 중간에 낀 안내자는
계속 흐하하하하거리며 불쾌한 웃음소리를 내는데, 그게 정말 제 신경을 지독하게 건드렸어요. 제가 정말 실제로
그 차 안에 타고 있었다면 10분만에 그 남자를 찔러 죽였어요. 당연히 정당방위로 무죄판결을 받았을 거고
세상은 그만큼 아름다워졌겠죠. 하지만 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전 저 남자들이 고통받고 살해당할
결말만을 믿고 버텼습니다.
이야기는 재미있느냐. 일단 아이디어 자체가 좀 오발탄이에요. [월하의 공동묘지]의 제목은 다들 알죠. 하지만 그 내용을
아세요? 전 세 번이나 봤는데 가물가물합니다. 아무도 내용을 모르고 관심도 없는 영화가 실화라고 우긴다? 그게 무슨
의미가 있죠? 비슷한 도입부의 [리턴 오브 리빙 데드]는 조지 로메로의 영화를 관객들이 모두 알고 있다고 치고 그 영화를
진지하게 다루었어요. 하지만 [월하]에서는 소재가 되는 영화가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에 결국 흔한 귀신 영화가 됩니다.
고전 한국 영화들이 다룬 이야기들이 실화일 수도 있는 유니버스를 만들려했던 것도 같은데 (중간에 안내자가
[마의 계단] 줄거리를 실화라며 이야기해요) 그런 의도가 있었다고 해도 그게 제대로 산 것 같지 않아요.
결말은 페이크 다큐멘터리의 흔한 난장판 결말입니다. 다들 귀신 들리고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지르고 다치고 죽습니다.
여기서 쾌락을 느끼고 싶었지만 여전히 남자들은 시끄럽고 카메라는 흔들립니다. 전 그냥 그들이 죽어 사라지고 영화가
끝나길 기다리며 버텼어요. 무언가 새로운 것이 있길 바랐지만 끝까지 없었고.
전 여전히 [야경: 죽음의 택시]가 더 좋은 영화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상태에선 도저히
그 영화를 못 보겠어요. 제 몸이 견디질 못 합니다. 나중에 VOD로 챙겨봐야죠.
(17/12/20)
★☆
기타등등
맞아요. 액자에 나와 동영상을 소개하는 이 영화의 로드 설링도 지독하게 불쾌한 남자였어요.
감독: 오인천, 배우: 윤진영, 정성훈, 다른 제목: Wol-Ha: Very Bad Moon Rising
IMDb http://www.imdb.com/title/tt7274588/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69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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