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얘기

2011.05.09 15:35

메피스토 조회 수:1330

* 어제 TV를 보는데 문자하나가 왔습니다. 동창의 문자인데, 모방송의 드라마에 학교가 나온다는 것이었어요. 이니셜로 하자면 K고라고 해두죠.

TV를 보니, 정말이네. 그 교복에 그 건물이 맞는 것 같습니다. 전문대 만들려다 허가가 안나서 고교로 바꿨다는 풍문이 전해져오는 학교건물은 붉은 벽돌로 지어진 건물이었죠. 화면에서 보여지는 풍경이 대략 거기가 맞는 듯 합니다. 근데 소재가 하필이면 고교생 임신이라능.

방송을 보니 학교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그래서 그에 관한 썰을 좀 풀어보고자 합니다.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 메피스토가 졸업한 고등학교는 인근에서 좀 유명했습니다. 서울대를 두자릿수로 보내던 유명 고교;제도권 교육의 대표적인 모범사례로 유명한게 아니라, 성적과는 전혀 무관한, 스파르타식 학습환경으로 유명한 것이었죠. 매일 밤 10시까지 야간자율학습에, 토요일 역시 5시까지 1,2학년은 각자의 반에서, 3학년은 위층에 위치한 공동 도서관에서 자율학습을 해야했어요.  이 짓을 입학식날부터 했으니 원성이 얼마나 자자했을지. 이후 몇몇 반은 담임교사의 지시에 따라 일부 학생들이 11시까지 했는데, 그게 하필이면 우리반이었어요.

학교에선 교복에 반드시 검은색 구두를 신게했는데, 이게 또 디자인이 지정되어 있었어요. 업체가 지정된 것이 아니라 디자인이 지정되어 있었는데, 메피스토는 입학 전날 랜드로바에서 10만원짜리 검은색 구두를 사서 학교에 등교했다가 학생부 선생님에게 첫날부터 혼쭐이 났습니다.구두가 지정된 디자인이 아니었다는 얘기였어요.  학생부 선생님;우린 배씨 성을 가진 그 분을 선생님의 칭호도 생략한채 배부장, 존칭을 쓴다해도 결국은 배부장님이라고 불렀습니다. 한번은 어딜가냐는 선생님들 물음에 "배부장님이 부르셔서요"라고 했다가 줘터진 학생도 있었죠. 아무튼, 주의받은 신발은 바로 그 주 주말에 가서 바꿔신었습니다. 그 사이 뒷축이 닳아서 교환하기 어려울거라 생각했지만 점원에게 "XX고에서 지정한 신발"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구입한 것이기에 쉽게 바꿀 수 있었어요.

까만색 교복은 예뻤습니다. 우리학교라서가 아니라 그냥 봐도 예뻤어요. 보통 교복엔 이름이 박힌 명찰을 다는데, 명찰을 다는게 아니라 자켓과 조끼 왼쪽 가슴 주머니덮게에 이름을 실로 박아 넣는 방식이었죠. 애초에 교복맞출때 이름도 얘길해야했어요. 그럼 교복업체에서 알아서 이름을 박아줬죠. 하복;그중에서여학생 교복은 참 예뻤는데, 보기에 따라선 심지어 야하게 볼 수도 있었어요. 미술선생님인가 음악선생님인가 어떤분이 디자인했다는 그 하복은 아주 조금만 타이트하게 입어도 사춘기 여자애들의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는 디자인이었습니다. 요즘에야 다들 타이트하고 딱 달라붙는 교복을 입는 학생이 많지만, 10여년전만 해도 그런짓은 동갑양아나 양아형, 양아언니들이나 하는 짓이었기 때문입니다. 근데 우리학교 교복은 성장기에 있는 여자아이들 신체가 조금만 자라도 그렇게되니 좀 거시기하긴 했습니다. 루머에 따르면 주변 아파트 단지 주민들의 투서;여학생들 옷이 너무 야하다는 얘기가 들어왔다고 합니다. 그것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후배들인가부터 여학생 하복의 디자인은 바뀌었어요.


남녀 동일하게 교복엔 넥타이가 없었습니다. 와이셔츠도 두종류로, 칼라가 있는 와이셔츠와 없는 와이셔츠로 나누었는데 둘을 번갈아가며 입었죠. 후자를 차이나 칼라라고 불렀는데 정확한 명칭인지는 모르겠어요. 중학교시절 지퍼업 스타일의 넥타이를 선호하고 그 이후 고교시절에도 이걸 이용하던 친구들과는 달리, 이런 면에서는 희안하게 보수적인 부모님때문에 나는 중학시절 내내 타이를 묶고 다녔습니다. 그렇게 타이에 익숙해졌는데, 고교시절 3년동안 타이를 할 일이 한번도 없었습니다. 심지어 친척이나 누군가가 돌아가시거나 결혼해도 학생인 나는 정장을 따로 사서 입고가는게 아니라 교복을 입고 가야했으니까, 그 덕에 타이 묶는 방법을 잊어버린 메피스토는 지금도 타이를 묶을때 애를 먹습니다.  

체육시간에 배우는 체조도 있었습니다. 이건 인근 고교사이에서도 꽤 유명했어요. 써놓고보니 좀 그렇네요. 학교가 공부가 아니라 공부외적인걸로 유명했으니. 아무튼. 이 무슨 뜬금없는 소리야. 체육시간에 체조 안하는 학교가 어디있어. 당연히 다들 하죠. 하지만 학교 선생님이 '개발한'체조를 하는 학교가 얼마나 될까요. 많진 않을꺼라고 감히 추측해봐요. 학교 이름을 붙인 XX체조라는 이 체조는 학교의 무용선생님이 개발한 체조로써, 국민체조와 비슷하기도 하지만 더 세련된................이라기보단 뭔가 좀 더 희안한 형태의 체조였습니다. 좀 더 엽기적인 사실은, 우리 선배들(이라고 해봐야 신설고교라서 얼마 되지도 않는다)은 매일 점심시간마다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나가서 30분씩 이 체조를 해야했다는 것입니다. 다행히 우리가 입학하기 바로전에 이 제도는 폐지되었다고 하더군요.


* 쓰다보니 학교 얘길 언젠가 했던것 같아요. 이만 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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