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미술관을 갔다 왔습니다.

2011.02.06 23:31

말린해삼 조회 수:3784

친구가 설연휴에도 계속 일을 하며 지치고, 저는 저 나름대로 안 좋은 일로 지치고. 연락을 해서 어딜 가자. 해서 미술관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사실, 원래대로라면 술을 먹었겠지만 제가 술을 끊었기에.-


사진 찍는 일을 하는 친구임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왠지 사진찍고 싶지가 않아`라는 되도 안되는 소릴해서 퍼왔습니다.(사실, 렌즈랑 삼각대 챙겨놓고선.. 카메라는 깜박 잊은 것 같아요.)



이런 곳입니다.





외관이구요.




이 계단도 작품이더군요. 작가 분 성함이 쓰여져 있었는데 까먹었습니다. 제가,

`우리의 더러운 발로 작품을 발로 밟아도 될까?` 하고 하자, 저쪽에 다른 그냥 계단 있다고 해서 그 계단으로 올라갔어요.


여기서 문제가 있는데요. 궁금하기도 한 점이구요. 모든 전시관에는 사진 촬영 금지라고 쓰여져 있었습니다. 오늘 갔을땐 `풍경의 재구성`이란 전시와 장리석 작품들이 있었거든요. 블로그들을 검색해보니, 어떻게 된 일인지 용케도 사진을 찍고 포스팅한 분들이 많이 계셨습니다. 구도나 사진으로 봤을 때엔 몰래 찍은 사진이 아니었어요.

뭐가 어떻게 된걸까요? 참고로, 전 미술관에서 사진 찍는걸 별로 옳다고 생각 안하거든요.


친구는 미술관의 위치나 (한라산 중턱의 숲속) 풍광이 좋고, 조용한 곳이라서 자주 오나 봅니다. 그림 전시 앞에서는 쌩쌩 지나가더군요. 그래서 `너 임마, 그림을 봐야지` 하니깐 `느낌이 오면 걸음이 멈춰진다니깐.` 하고, 스님 걸그룹 보듯 축지법으로 휙휙 지나갑니다. 친구 때문에 제대로 못 본것도 있었지만, 친구 차타고 온 곳이라 조용히 있었어요. 장리석님의 그림은 언뜻 보면 고갱의 그림 같기도 하고(해녀를 그린 그림) 다른 그림을 보면 밀레가 생각나기도 하고 했습니다. 하지만 고갱의 그림풍 같은 그림을 제외하고는 크게 와닿지는 않았어요.


풍경의 재구성이란 전시는 정말 신이 났습니다.


클릭하시면 원본 사이즈의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사라진 도시. 연작으로 두 작품이 더 있는데.. 가까이서 보면 참 좋을텐데..




클릭하시면 원본 사이즈의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between Red.

빨강색 위주의 풍경이었어요. 커다란 캔버스에 그려진 그림 앞에서 발길이 떨어지지 않더라구요.


위의 그림 사진은 미술관 홈페이지에서 퍼왔습니다. 저 작품 외에도 강술생님의 `백야`라는 작품은 까만 밀실에 수많은 박테리아가 배양된 샬렛들이 촘촘히 박혀 있고 옆에는 동그란 구멍들 사이로 유리병 속에 콩을 배양한 병들이 쌓여 있었어요. 아.. 이렇게 말하면 무얼 할까요. 그 몽롱하면서도 혼란스러운데 정적인 느낌 말이죠. 

친구 표현으로는, 마이신 한 통 다먹어서 머리가 돌아버릴 지경인데 야근을 하는 몸상태. 를 표현한 것 같답니다. 물론, 해석은 자기 마음이라니.


그리고 `대지와 길`이란 수묵화는 정말 차분한 그림인데도, 단순한 그림인데도 그림에 난 희미한 길 속으로 빠져버릴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제가 수묵화를 좋아하는지라.


옥상 정원에서 잠시 앉아서 하늘을 보니 까마귀 떼들이 가악가악 대면서 날아다니고, 날씨도 너무 좋아서 하늘도 파랗고 나무들도 오늘따라 낭창낭창 하더군요. 어린 아이들이 많이 왔어요. 옥상 정원에서 깔깔 낄낄 꺅꺅 거리면서 지들끼리 뛰면서 노는 걸 보고,

`이렇게 뛰는 아이들이 나중에는 우리처럼 천천히 걸으면서 다시 이곳을 찾았으면 좋겠다` 하고 친구한테 말하니까 자기도 그렇다네요. 아기들한테 손도 흔들어주고, 넘어진 아기들 일으켜 주고 하다가 미술관샾에 갔습니다. 다이어리를 파는데, 표지를 유화로 그렸더군요. 우와, 하면서 살려니까 무려 15만원.;;;2만원 짜리 얇은 것도 있었지만..

속이 너무 농협같은 데서 나눠주는 디자인이라 그만 뒀습니다. 도록은 만원인데 친구가 만데이 전시때 도록을 샀구요.


오랫만에 바람도 쐬고 그림도 보니 기분이 참 좋았어요. 산 속으로 들어오니 걱정이나 근심들이 다 사라지는 느낌. 

다음 번 전시때도 와봐야 겠습니다.


듀게유져 여러분들도 시간 날때 가까운 미술관 산책 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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