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꼼수의 '섹시한 동지'?

2012.02.10 17:11

사이비갈매기 조회 수:3917

오늘 나꼼수에서 했다는 말이 이건가 봐요?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18464.html

물론 이것도 '진보 언론'이라는 한겨레의 기사니까 '왜곡'의 가능성이 있을 수 있겠죠?


뭐... 동지인데 섹시하면 '섹시한 동지'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러니 '섹시한 동지'가 세상에 존재할 수 없을 리야 있겠습니까.
근데 저런 당연한 이야기를 하려고 '섹시한 동지' 운운한 건 아닐 거고.

아마 그 '동지'끼리 공유할 만한 어떤 정서를 '농담'으로 표현하고 싶었던 말 중의 몇 개가...
"수영복 분과 위원회"라느니, 
"성욕감퇴제(발모제라죠? 성욕감퇴 부작용이 있는) 복용 중이니 맘놓고 수영복 사진 보내라"라느니 하는 이야기겠죠.

어쨌든 이런 '농담'들은 그 '수영복 사진'이 '여자 수영복 사진'이라는 걸 전제하지 않으면 성립할 수 없을 겁니다.
'수영복 분과 위원회'에서는 '남자 수영복 사진'도 많이 보내라고 했다죠? 하지만 그게 농담이 될 수 있는 전제는 일단 '수영복 사진'이라면 '여자 수영복 사진'을 일반적으로 지칭한다라는 거겠죠. '성욕감퇴제' 농담의 경우라면 더더욱 '여자 수영복 사진'에 가까와지고.

그렇다면 여기서 이렇게 묻고 싶어지는 거죠. 대체 '동지'로서의 정서를 공유하기 위해서 왜 '여성'과 '수영복'을 연관시키는, 여성을 '섹시한 존재'로 호출하는 이런 방식이 등장해야 하냐구요. 
"섹시한 동지"가 비키니 사진을 올리고 나서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면, "섹시한 동지"의 '발랄한' 시위에 감탄해서 그런 시위 사진을 많이 보내달라는 뜻이었다고 할 수도 있을 뻔 했는데... 그건 스스로들 아니라니.


그리하여, 비키니 사진이 올라오고, 거기에 대해서 나꼼수의 영향권 내에서는, "코피" 운운(어디까지나 하나의 예)으로 대표되는 남성들의 반응이 줄을 잇습니다. 거기에 대해서 여성들이 불쾌감을 표시했으나, 계속 묵살당했던 모양이죠. 그러니 그 여성들은 이렇게 생각했겠구나 싶습니다.
'도대체 이게 뭐야? 이 판에서 여성이란, 그냥 섹시한 사진이나 올려 주고 '코피 터진다' 소리나 듣는 그런 존재인 거야? 게다가 농담이랍시고 F4는 대놓고 수영복 사진 보내라니. 우린 우리가 저 사람들의 '동지'인 줄 알았는데?'

그래서 결국 이런 항의가 나오게 되죠. "우리는 진보의 치어리더가 아니다."

여기에 대고서 지금 나꼼수는 이렇게 말하고 있는 셈이죠.
"오해하지 말어. 너희들은 우리의 동지 맞아. 그런데, 동지인데 섹시도 하니까 '섹시한 동지'라고 하는 거야. 이게 뭐가 어때서 그래?"

그런데 원래의 항의의 맥락에서 이 대답을 읽으면 어떻게 될까요?
"섹시한 동지? 지금까지 '성욕감퇴제'가 어떻고 '코피'가 어떻고 한 상황들을 보니, 그 상황 속에서 여성이란 '섹시함' 이상의 의미가 도통 안 보였거든? 너희들이 주로 반응하고 환호한 것도 그 '섹시함'이었고. 그럼 그게 '동지인데 섹시도 한' 거냐, 아니면 '섹시해서 동지'인 거냐?"

사실 "진보의 치어리더"란 말이 원래 나올 때부터, 이 말은 '비키니 사진'의 경우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었죠. 즉, '(직접적인) 성적 대상화'의 경우만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란 거겠죠. 김용민의 그 욕 많이 먹은 "나꼼수가 여성에게 정치적 관심을 갖게 했어" 어쩌구 하는 발언(물론 이런 발언도 '성적 대상화'의 파생효과인 측면이 있다는 거야...)이 언급되고 있으니 말이죠. 그러니, 문제는 "과연 (나꼼수의 영향권 내에서) 여성은 동등한 정치적 주체인가?"라는 물음일 거고, '코피'는 그 물음에 대해서 부정적인 답을 내리게 하는 하나의 예(물론 그 속에 많은 것들이 농축된 예)일 테구요. 


서두에 인용한 기사도 그렇지만, 김어준은 이 사건을 두고서 계속 "자기의 의도는 이런 거였다"라는 이야기를 주로 합니다.
뭐... 그 의도들에 대해선 별로 토 달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어차피 사람이란 자기를 남보다 더 잘 알게 마련일 테니 '자기의 의도'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가기가 쉽기도 하겠고. 다만, 현재의 문제는 "의도"보다는 "효과", "원인"보다는 "결과'에 있다는 게 문제겠지만.

'코피'를 두고 김어준은 "그건 가카더러, 니가 정봉주를 가둬도 우린 이렇게 재미있게 논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그랬다고 했다죠? 저 '재미있게 논다'라는 말을 보니 생각나는, 지인의 말 한 마디를 옮겨 봅니다.

"나꼼수에 도덕적 잣대 들이대지마라며 그들은 원래 잡놈이었다는 식의 글을 참 많이 보게 되네요. 하지만 이거야말로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성을 무엇으로 사고하는지 보여주고 있죠. 그들에게 성은 언제나 개인의 도덕 문제였지 사람간의 권력이 매개되는 정치의 문제였던 적이 한번도 없었던 것. 그런 분들에게 분명하게 말해주고 싶어요. "지금 사람들이 묻는거는 당신들이 엄숙하게 노는지 천박하게 노는지를 묻는게 아니라 당신들이 노는데 누구를 어떻게 동원하는지 그 권력을 묻고 있는거다. 니네가 좋아하는 그 정치말이다. 닥치고 정치라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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