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5.22 00:14
아이돌 가수 충의는 나이트클럽에서 사람을 패다가 사회봉사 명령을 받았습니다.
그가 끌려간 곳은 시골 어딘가에 있는 호스피스 병동. 대충 시간이나 때우려 했던
그에게 미션이 떨어집니다. 하필이면 그가 간 호스피스 병동이 빚 때문에 곧 문을
닫을 판. 유일한 희망은 병동의 밴드인 불사조가 오디션 프로그램 본선에 붙어서
텔레비전에 나와 병동의 상황을 알리는 것. 하지만 거기에 나가려면 자작곡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불사조 멤버들은 충의에게 달라붙습니다. 그들의
음모에 가담하면 봉사시간을 두 배로 쳐준다는 말에 넘어간 충의는 옛날에
썼던 곡을 먼지를 탈탈 털어 넘겨주고 밴드 멤버들에게 레슨을 해줍니다...
어디서 본 이야기 같다고 생각하면 정답입니다. [뜨거운 안녕] 안에는 우리가 아는 이야기
공식들이 여기저기에 조금씩 굴러다니고 있습니다. 시한부 환자들이 나오는 멜로에,
주디 갈란드/미키 루니식 뮤지컬에... 그리고 몽땅 신파고요.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도 이걸 너무나 잘 알고 있어서 중간에 이 상황이 얼마나 고루하고 진부한
것인지 확인해주는 대사도 넣었습니다.
전 이런 걸 넣을 궁리를 할 시간에 각본을 다시 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진부한
상황이라고 늘 진부한 이야기가 나오는 건 아니죠. 캐릭터와 스토리에 변화와 깊이를
주는 것만으로도 신선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거의 모든 것들이
자동진행입니다. 당연히 충의에게는 아픈 과거가 있고 그 기억은 호스피스 병동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연결됩니다. 전직 조폭, 밤무대 뮤지션, 여리여리 가톨릭 처자, 귀요미 소녀로
구성된 밴드 멤버도 꼭 이미지에 맞는 행동만 하고요. 충의의 갈등을 부풀리고 서스펜스를
만들어주기 위해 넣은 미국 진출 에피소드는 기가 막힐 지경입니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뮤지컬이나 코미디 파트에서 무언가를 보여주는 것도 아닙니다.
거의 비어있다시피한 각본에서 무언가를 계속 더하는 것은 배우들입니다. 모두 캐릭터에
맞추다시피 캐스팅된 사람들이죠. 너무 잘 맞아서 조금 짜증이 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백진희는 여리여리한 몸매나 불쌍한 얼굴 때문에 청순가련형 처자 역할에 딱이죠. 하지만
이 배우는 바로 그렇기 때문에 악간 독기를 넣어주어야 더 좋습니다. 이 영화에서처럼
그냥 맞아보이는 역을 하면 기본기만 풀 수 있을 뿐입니다. 마동석에서부터 전민서에 이르기까지
다들 이렇게 맞춤 캐스팅되었기 때문에 배우가 이야기에 새로운 숨통을 열어줄 구석이
없습니다. 다들 기본 역할에만 충실하지요.
[미나 문방구] 때에 그랬던 것처럼, 전 이 영화에 대해서도 심하게 나쁜 말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렇게 나쁘지도 않아요. 나쁘다기보다는 한없이 무난하기만 한 영화지요.
영화의 단점도 그것인 것 같고. 이렇게 선하기만 한 영화를 보면 전 무섭고 갑갑해요.
배우들과 스태프 전원이 장화신은 고양이 눈을 하고 저를 쳐다보고 있는 거 같아서.
(13/05/22)
★★☆
기타등등
결말은 좋았어요. 그 정도면 최선이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 하지만 다른 데로 빠질 수 있는 구멍
자체가 없었잖아요.
감독: 남택수, 배우: 이홍기, 백진희, 마동석, 임원희, 전민서, 심이영, 다른 제목: Rockin' on Heaven's Door
Hancinema http://www.hancinema.net/korean_movie_Rockin___on_Heaven__s_Door.php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97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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