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3.26 17:59
제가 알기로, 메리 픽포드는 [소공녀]와 [소공자] 영화 주연을 모두 맡은 유일한 배우입니다. 몰라요. 다른 어딘가에 또 있을지 모르죠.
하지만 영화에서는 메리 픽포드가 유일해요. 사실성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던 무성영화 시절이라 가능했던 거겠죠. [소공자]에서 메리
픽포드는 심지어 엄마 역까지 1인 2역이었잖아요. 오늘 이야기할 [소공녀]에서도 사실은 1인 2역이지만.
네, 여러분이 다 아시는 소공녀 이야기죠. 물론 지금 같았다면 어림 없었을 캐스팅입니다. 이 영화를 찍을 때 메리 픽포드는 20대 중반이었으니까요.
심지어 세라 크루 역의 아버지 리처드 크루 대위를 연기한 노먼 켈리는 메리 픽포드보다 두 살 어렸어요. 하지만 당시 관객들은 이 어처구니없는
그림을 별 생각 없이 넘겼습니다.
이 영화의 각색을 맡은 사람은 당시 할리우드의 스타 각색가였던 프랜시스 마리온이었는데, 솔직히 이 각색은 좀 어리둥절합니다. 우선순위가
많이 이상해요. 일단 이 영화의 러닝타임은 1시간이 조금 넘습니다. 그런데 중간에 세라 크루가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 이야기가 15분 정도의 비중을 차지해요. 이 부분을 메리 픽포드가 모르기아나로 나오는 독립된 단편영화라고 본다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소공녀]의 일부로는 지나치게 크죠. 세라 크루가 고아가 되고 본격적인 수난이 시작되는 부분이 40분 무렵. 그러니까 본론이 영화 3분의 2가
지난 뒤에야 간신히 나왔다가 허겁지겁 끝나버리는 거죠. 당시 관객들에겐 이 구조가 정상적으로 보였을까요?
메리 픽포드가 연기한 세라 크루의 캐릭터는 우리가 기대했던 것과 좀 달라요. 특히 후반엔 정신적 충격을 받아 자신을 열 살 여자아이로 생각하는
성인여성처럼 보입니다. 살짝 맛이 가 보이죠. 베키 역의 자수 피츠와 함께 있으면 좀 코미디언 콤비 같아요. 두 사람이 의외로 호흡이 잘 맞고
같이 있으면 그림도 잘 나와서 재미는 있는데, 그래도 제가 기대했던 세라 크루는 이렇지 않았어요. 여러 모로 좀 아쉬운 각색입니다.
(18/03/26)
★★☆
기타등등
자수 피츠는 나중에 [탐욕]을 포함한 에리히 폰 스트롬하임의 영화들로 불멸의 스타가 된 바로 그 사람이죠. 처음 맡은 큰 역이었다고 합니다.
감독: Marshall Neilan, 배우: Mary Pickford, Norman Kerry, Katherine Griffith, Anne Schaefer, Zasu Pitts,
W.E. Lawrence, Theodore Roberts, Gertrude Short, Gustav von Seyffertitz, Loretta Blake, George A. McDaniel
IMDb http://www.imdb.com/title/tt0008196/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36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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