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6.16 21:58
'디아틀로프 패스 사고'는 1959년에 우랄 산맥에서 일어난 조난사고입니다. 이고르
디아틀로프를 리더로 한 아홉 명의 젊은이들이 그 동네에서는 '죽음의 산'이라고
불리는 데에 갔다가 전원이 시체로 발견되었던 사건이죠. 당시 상황이 좀 오싹한
구석이 있고 그 사건과 관련된 이상한 루머들이 많아서 지금도 UFO 연구가들이나
신기한 이야기들을 좋아하는 음모론자들에 의해 종종 언급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얼마 전에 [서프라이즈]에서 한 번 다룬 모양인데, 전 [고대의 외계인]
다큐멘터리에서 하는 걸 봤습니다.
레니 할린의 [디아틀로프]는 이 사건을 소재로 한 호러 영화입니다. 그렇다고
실화를 그대로 재현한 건 아니에요. 대신 이 사건을 씨앗으로 삼아, [블레어 윗치]식
모큐멘터리 영화를 만들고 있지요. 디아틀로프 패스 사건을 소재로 삼은 다큐멘터리를
만들기 위해 사건이 일어난 곳을 찾아갔던 미국 대학생들이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실종되었다는 식의 이야기입니다.
[블레어 윗치]와 비교하면 거의 모든 부분에서 [블레어 윗치]가 이깁니다.
실제 사건을 소재로 삼고 있지만, [디아틀로프]는 [블레어 윗치]가 가진
오싹한 무게감은 없습니다. 하지만 영화 만들기는 올림픽이 아니고,
[디아틀로프]는 [블레어 윗치]가 한 번 간 길을 그대로 따를 생각이 없습니다.
다른 아이디어가 있고, 그 아이디어를 위해 다른 도구들을 쓰고 있죠.
영화는 [블레어 윗치]처럼 진짜 파운드 푸티지인 척 하지는 않습니다.
지나치게 아귀가 맞고, 지나치게 정보를 친절하게 주고 있고, 후반엔 불필요할
정도로 CG를 많이 쓰고 있으며, 막판엔 이런 영화들이 당연히 지켜야 할 규칙도
깨고 있죠. 특히 순수주의자들은 후반에 맥이 많이 풀릴 거예요. 하지만
실화의 힘과 나쁘지 않은 분위기 때문에 거기까지 가는 여정은 나쁘지
않습니다.
영화는 호러보다는 음모론과 SF에 치우쳐 있습니다. 실제로 이 사건을
두고 소련 정부의 비밀실험과 관련된 여러 음모론이 떠도는데, 영화는
이를 바탕으로 조금 더 뻥을 치고 있지요. 디아틀로프 사건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일어났던 보다 유명한 음모론도 끌어오면서요. 전혀
믿음은 안 가는 이야기지만 그래도 영화의 결말은 이런 소재의
이야기들이 주는, 앞뒤가 맞아 떨어지는 쾌감을 줍니다. 조금 더
설명하고 싶긴 하지만 거기서부터는 스포일러.
고로 큰 기대는 할 필요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음모론이나
괴상한 사건들에 대해 알고 있고, 그런 이야기들의 재미에 익숙하신
분들에게 [디아틀로프]는 괜찮은 오락물입니다. 저에겐 최근에 나온
레니 할린 영화들 중 가장 낫더군요.
(13/06/16)
★★☆
기타등등
시사회를 놓치고 일반상영을 보러 갔는데, 벌써부터 퐁당퐁당이더군요.
그럴 거라고는 생각을 했지만.
감독: Renny Harlin, 배우: Richard Reid, Gemma Atkinson, Matt Stokoe, Luke Albright, Holly Goss, Ryan Hawley, Anastasiya Burdina, Nelly Nielsen, Anton Klimov
IMDb http://www.imdb.com/title/tt1905040/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020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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