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5.12 23:54
거스 반 산트의 2015년작 [씨 오브 트리스]가 뜬금 없이 이번 주에 개봉했습니다. 전에 칸에서 엄청난 악평을 받은 영화였고
개봉 뒤 비평가들의 반응도 안 좋았습니다. 반응이 너무 나빠서 오히려 궁금해질 정도였죠. 제가 찾아 본 이유도 사실 그
악평을 확인하기 위해서였어요.
어땠느냐. 생각만큼 끔찍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렇게까지 재미없는 영화도 아니었고요.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고 (가장 좋았던
건 두 남자 주연배우가 아니라 회상신에만 등장하는 나오미 와츠였지만) 아오키가하라 숲을 배경으로 한 촬영도 아름다웠습니다.
단지 어떻게 봐도 좋은 영화가 될 가능성이 극히 낮은 재료였어요. 그 위험성이 너무나도 뻔하게 보였는데, 거스 반 산트와 같은
경험많은 감독이 왜 이걸 못 봤는지 모르겠습니다. 할리우드 사람들의 오만함 때문이었나봐요.
아오키가하라 숲이 무대인 영화니까 당연히 주인공인 과학자 아서 브레넌은 자살하려고 이 숲을 찾았습니다. 얼마 전에
아내가 죽었고 살 의욕도 잃었어요. 그런데 숲에 들어서자마자 그는 길을 잃고 방황하는 나카무라 타쿠미라는 남자를
만나게 됩니다. 고맙게도 이 세계는 할리우드 일본이라 타쿠미는 영어가 유창해요. 둘은 탈출하려 하지만 곧
길을 잃고 오로지 나무들과 자살자의 시체들밖에 없는 이 연옥과 같은 숲 안을 방황하게 됩니다. 그러는 동안 브레넌이
왜 일본까지 와서 자살을 하려고 했는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플래시백이 삽입됩니다.
가장 큰 문제는 이게 일본을 배경으로 한 할리우드 영화라는 것입니다. 물론 일본을 배경으로 한 좋은 할리우드 영화가
나오는 건 얼마든지 가능한데, 이 영화는 최악의 길을 갑니다. 실제로 존재하는 공간과 사회적 현상에 동양의 신비를
뒤집어 씌운 거죠. 그리고 이 동양의 신비스러운 이야기는 미국인 주인공의 영적인 깨달음을 위해 소비됩니다. 이걸
모욕적이지 않게 만들 수 있는 길이 과연 얼마나 되겠어요? 반 산트가 이 길에 있지 않은 건 너무나도 당연하고요.
브레넌의 이야기도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닙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지루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피상적이고 예측 가능합니다.
가사를 책임지는 직장여성인 아내와 돈 못 버는 학자인 남편의 갈등과 같은 건 진지하게 다루었다면 좋은 드라마의
씨앗이 되었을 겁니다. 하지만 이 정도 플래시백으로는 한참 부족해요. 그리고 대충 쓴 부분이 너무 많습니다.
특히 브레넌의 아내가 퇴장하는 장면은 너무 수가 빤히 보여서 그 장면이 나오기 몇 분 전부터 짜증이 났습니다.
반 산트가 왜 이 이야기가 영화로 만들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는지 전 모르겠습니다. 하긴 그는 [싸이코]를 리메이크하는
게 의미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한 적 있었죠. 그에 비하면 [씨 오브 트리스]는 이해가 되는 실수이긴 하네요.
(18/05/12)
★★
기타등등
비슷한 시기에 같은 숲을 무대로 한 [포레스트]란 호러 영화가 나왔죠. 그 영화는 국내 개봉된 것으로 압니다만.
감독: Matthew McConaughey,
Ken Watanabe,
Naomi Watts
IMDb http://www.imdb.com/title/tt3450900/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25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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