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14 17:11
고디바 부인, 존 콜리어, 1898, 캔버스에 유채, 높이 : 142.2cm 너비 183cm, 허버트 미술관 겸 박물관 소장(영국 코벤트리)
지금은 초콜렛으로 유명하지만 동명의 인물이 실제로 있었습니다. 레이디 고디바라고, 11세기 영국의 중세시대 사람이죠. 한때는 발렌타인 데이만 되면 이 사람이 떠올랐어요. 물론 초콜렛 때문에 그런거긴 합니다만 어려움에 처한 백성을 돕기 위해 이 무슨 고행의 길을 걷는...실로 눈물겨운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실현 아닌가요.
그런데 말입니다. 실제로 있었던 인물이면 사건도 실제로 있었던 걸까요? 그런데 이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더군요. 아무리 역사속에 실제한 인물이라 해도 사건들은 후대에 와전되거나 만들어지는 일이 태반이더군요. 특히 극적인 일일수록 말입니다. 사실 벌거벗고 알몸으로 성내를 돌아다니면 백성들의 세금을 면제해 주겠다는 남편이나 그렇다고 그걸 하러 나가는 아내나 또 그걸 해냈다고 진짜 세금 면제를 해주는 남편이나...이게 과연 진짜로 있었던 일이라고?
저는 이 얘기를 중학교 시절에 처음 들었었는데(영국 여행 책자에서요) 그때는 뭐 그런가보다 했습니다. 어렸으니까요. 어른들은 그런 경우도 있나 보다 했죠. 그리고 또 옛날 그것도 거의 천년전의 일이라니까.
그런데 실상은 다 지어낸 얘기랍니다.
...다만 역사학자들은 위 일화의 역사성을 부정한다. 리어프릭과 고다이버가 실존 인물이긴 하지만(리어프릭과 고다이버의 손녀가 마지막 앵글로색슨 왕인 해럴드 2세의 왕비다. 다만 고다이버의 친손녀인지 의붓손녀인지는 불분명하다) 저런 이야기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는 것. 게다가 레이디 고다이버가 나체로 마을을 돌았다는 기록은 고다이버가 살았던 시절로부터 2세기 이후에나 등장하고, 몰래 훔쳐본 양복점 직원 톰의 이야기는 18세기에나 와서야 처음 등장한다....
https://namu.wiki/w/%EB%A0%88%EC%9D%B4%EB%94%94%20%EA%B3%A0%EB%8B%A4%EC%9D%B4%EB%B2%84#fn-2
그런데 역사상에는 이런 일들이 워낙 한 두건이 아니라서 말입니다. 처음 이런 사정을 알았을 때는 충격도 받고 당황스럽기도 했는데 이제는 뭐, 기발한 애기를 들으면 딱 그 생각부터 하게 되더군요. 이건 또 언제부터 지어낸 얘기래?
올해 발렌타인 데이는 뭔가 되게 조용한 거 같더군요. 아무래도 설날 연휴에 끼어서 그런듯 합니다. 예전에 학원에서 일할때 원생들이 초콜렛 하나씩 제게 주던게 생각나네요. 십시일반이라고 그런 초콜렛들이 책상에 쌓이면 완전 산더미였죠 ㅎㅎ
기억들 나시려나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팬픽으로 출발한 무명작가의 웹소설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어 영화로도 제작이 되고 무려...발렌타인 데이에 개봉을 했습니다. 이 영화 개봉 당시 엄청난 얘기들이 있었습니다. 사실 그냥 줄거리만 봐서는 흔한 신데렐라 로맨스인데 왜 이리 난리였냐면...이게 SM성애 로맨스라서...그랬죠...수갑, 채찍, 눈가리개....ㅎㅎ 뭐, 이런 걸 저 큰 스크린으로? 북미권에서는 배우들 캐스팅부터 해서 정말 말들도 많고 사건사고도 많았더라고요. 때 아닌 페미니즘 논쟁도 격렬했었는데 - 21세기에도 여성들의 꿈은 여전히 신데렐라냐 - 다만 한국에서는 그닥 큰 반향이 없었던 걸로. 당시 국내 페미니스트 평론가의 서평도 한 편 봤었는데, 그 분 소견에 의하면 이미 한국의 아침 드라마나 일일 드라마에서 많이 나오는 얘기라 별 다른 호응이 없는게 당연하다는 논조였고.
국내 개봉도 발렌타인 데이에 했는데 딱 개봉날 친구와 함께 이 영화를 보러갔습니다. 저야 정보를 다 알고 갔었는데 아무것도 모르고 봤던 제 친구는 얼떨떨한 표정을 짓더군요. 친구의 떨떠름한 표정과 함께 제게는 발렌타인 데이 하면 이 영화부터 생각납니다.
2021.02.14 18:18
2021.02.14 21:16
저도 이 그림 처음 볼때 그 인간부터 찾았...어린 마음에 호위무사가 활을 쐈다는 거 듣고 그 시절에 귀부인을 호위하는 여자 무사가 다 있구나 하고 생각을 했죠.(여주인이 다 벗었는데 남자 무사가 따라갈리 없으니) 여튼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웃기고 변태같은 얘깁니다. 막말로 젊은 여인의 벌거벗은 몸을 상상하고 싶은데 뭔가 그럴듯한 명분은 필요하고...그래서 생각해낸게 백성을 위하는...이하 생략.
2021.02.15 12:13
2021.02.15 12:18
2021.02.14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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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15 00:18
후대에 이런 전설이 만들어진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텐데(영주들의 학정에 시달리는 농민들의 삶의 고달픔과 함께)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성적인 이야기를 고상한 의도와 합쳐서 근사한 이미지를 만들려고 했던 의도가 가장 크지 않았나 추정해 봅니다.
이 시기 중세 (기사도)문학에는 이슬람 공주가 기독교도 남자(물론 멋진 기사)와 사랑에 빠져 종교도 개종하는 사랑 이야기가 많이 유행했는데 이런 류의 이야기에서 빠지지 않는게 바로 그 공주가 개종을 위한 세례를 받는 장면입니다. (학자들의 설명에 따르면)왜냐하면 세례를 받기 위해서는 벌거벗고 물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이걸 빌미로 그 이슬람 공주의 나신을 상세하게 묘사할 수 있었거든요. (사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참 소박한…) 중세 문학에서 성적인 표현에는 한계가 있었지만 어쨌든 우회할 수 있는 방법은 있었으니까요. 이슬람 공주의 세례식같은 종교적인 수단을 동원해도 되고 고디바 부인처럼 위민정신 충만한 측은지심을 동원해도 되고…저렇게 섹시한 애마부인 이미지를 숭고하게 만들기 위한 그 시대의 상상력을 돌아보니, 어처구니 없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인간의 욕망이라는게 이런 건가 보구나 하며 웃음짓게 되네요.
2021.02.15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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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15 00:35
2021.02.15 00:29
2021.02.15 10:20
가나초콜릿이 다양해졌더라고요.
롯데는 별로 안좋아하는데 가나초콜릿의 몸부림은 인정합니다.
2021.02.15 12:22
2021.02.15 18:15
저는 처음에 저 그레이가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의 그레이인줄. 그 소설을 중학생때 재미있게 읽었거든요.
거기서는 (중학생용이라그런지) 섹스얘기가 하나도 없었는데 영화 도리언 그레이는 섹스로 점철되어있다니 실망했지요.
2021.02.15 18:34
영화 <도리언 그레이>가 그런 내용이었어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ㅎㅎ
피핑탐이 어디있나 샅샅이 뒤졌는데 없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