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오늘

 

 

오늘 바람이 쎄더군요.

 

 

 

1.  서론 및 지적

 

 

 

연극 햄릿을 봤습니다.

 

이때까지 봤던 작품들 중에서 가장 앞에 본 거였는데, 좋았습니다. 다음에는 정말 쌩 맨 앞의 정중앙에서 앉아보고 싶군요.

 

 

이 작품이 오늘 마지막이었던지라, 배우들이 끝낼 때 특히 소회가 깊어보였습니다.

그래서 저도 그 점을 염두하고 비록

개인적으로는 내가 너무 비싸게 이 공연을 봤다라는 생각에도

열심히 박수를 쳤습니다.

연기는 몇몇 조연배우를 제외하고 다 만족스러웠구요.

특히 주연이신 강신구님께서 매우 수고하셨습니다. 충분히 열연이셨습니다.

물도 뒤집어쓰시고 말이죠.

 

 

제가 연극에 막 입문해서 평가가 좀 서툴거나 미숙할 수는 있지만,

제 느낌만 말하자면 기묘한 작품이었습니다.

제목에는 괴작이라고 썼는데, 나쁜 뉘앙스는 일단 아닙니다.

 

 

일단...

 

템포가 무지 빠르더군요. 

한 배우분은 특히 조금 더듬더듬거리시던데 대사 전달이 확실히 힘들만하다는 점을 감안해야 하는 정도의 속도였습니다.

이것이 곧 완급 조절이 안 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는 독백 부분은 더 진득히, 더 끈적하게 해주었음 좋았겠다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대사가 다다다 다다다 끊어지고 받고

배우들이 뛰고 노래부르고.

이런 템포진행이 처음엔 거북스러웠습니다만 곧 괜찮아졌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부분이 배우들의 연기에 집중해야 하는 순간에도 이어졌다는 게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그런 아쉬운 부분에도 이 템포 빠른 게 이 작품의 특징? 인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또 무대 설치가 매혹적이었습니다.

빠른 템포와 적확하게 맞아떨어지는 구조였습니다.

컨테이너인가요?  그 부분이 열리고 닫히는 등, 공간활용이 뛰어났습니다.

 

 

그런데 이런 부분말고도 저는 이 작품 해석이 굉장히 아쉬웠습니다.

사실 아쉬웠다는 표현도 조금 이상한 게, 이게 제 기준과 맞아떨어지는 거라서요.

확실히 호불호가 갈릴 만하다는 거, 느끼고 왔습니다.

 

현대복장으로 입히고 21세기로 시간을 설정한 것의 의미를 잘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극은 셰익스피어가 쓴 덴마크 시대에 국한되니까 말이에요.

차라리 화끈하게 21C 버전으로 하지 어중간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미쳐버린 오필리아 해석 너무 진부한다는 느낌 받았습니다.

캐릭터들에게 21세기 양복을 입혀놨으니, 그것으로 광녀 오필리아를 설명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미친 오필리아라는 캐릭터가 햄릿이라는 비극을 연극화 했을 때 관객에게 큰 임팩트를 줄 수 있는 캐릭터일텐데

약했습니다.

 

도구로 이용한 휠체어도 마찬가지로였구요.

 

음악도 마음에 안 들었습니다. 전체적으로요. 특히 어떤 노래는 드라마 자이언트 배경음스러웠습니다.

 

그리고 결말 변형도 마음에 안 듭니다.

그와 같은 의미로 기존 햄릿에 없는 대사 넣은 것 중에 이상한 것들 많았습니다.

 

결말 변형 한 것 자체가 마음에 안 든다는 이야기는 물론 아닙니다.

다만 그냥 봤을 때 "아 그래?" 정도지.

그 결말 변형한 것을 통해 어떤 다른 생각으로 이어지는 심화가 되질 못했다는 점에서

애초에 왜 변형을 한건지 의도 파악이 불가해보입니다.

 

==이 부분 좀 수정을 하자면

결말이 어떻게 변형되었냐면, 클로디어스 왕의 승리로 끝납니다.

그런데 저는 이 이야기가 애초에 이렇게 진행되기 위해서였다면,

앞의 부분도 상당히 많이 바꾸어야 했다고 생각했는데,

또 그렇지는 않았더군요.

그렇게 되면 말이 안 되는 게 처음에 거트루드 왕비를 신경쓴다고 했는데

나중에는 거트루드 왕비가 죽든 말든 별 신경도 안 쓰더라구요.

이건 설정구멍 아닌가? 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또 하나 더 생각난 걸 쓰자면 마지막 결투 장면.

뭔가...뭔가...좀...

음...

....뭔가 허술해보였습니다.

무대 위의 배우들이 전부 몸을 복싱스타일로 흔드는 건 좋은 아이디어였는데,

뭔가 좀 ...

전체적으로는 좀...

그림이 웃겼던 것 같습니다.

저만 웃진 않았으니...

 

그리고 연출이 웃음을 의도하진 않게 만들어진 것 같은데,

관객들이 웃는 상황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 음. 이건 정확하진 않고, 정말 제 추측입니다.

 

 

 

2. 지적만 있었네요? 좋았던 점

 

 

 

 

 

하지만 몇몇 장면은 아주 좋았습니다.

대사 동선 중 현대화된 부분이 좋았던 곳도 있구요 ex)방사능낙지

기존 대사를 살린 것에도 좋았던 곳이 있었습니다.

 

사실 이 극을 이끄는 배우들의 호연과

주연인 햄릿 배우의 열연이 지탱을 많이 했습니다.

 

그렇지만 연출 및 다른 부분을 보자면

오필리아에게 빨간 트렌치 코트, 파란색 원피스를 입힌 거 좋았습니다.

현대극에 맞추어 잘 표현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성적인 부분을 드러낸 부분들은 거트루드 왕비의 가슴팍을 풀어헤치는 것이

과했다는 생각이 드는 거 빼고는 마찬가지로 다 좋았습니다.

클로디어스 왕에게 뽀뽀하는 햄릿 부분 인상적이었습니다.

 

가장 좋았던 건 극단이 왕과 왕비 앞에서 연기하고,

왕이 연극에 나오는, 독살 장면에서 얼굴빛이 변하는 부분인데.

 

극단의 연극을 표현하는 게 좋았습니다.

성 역할을 바꾸어서 표현한 것도 좋았고,

이들이 그 전에 노래를 하는데 다른 역할의 배우분들도 동조해서 춤추는 것도 묘한 연출이었습니다.

 

 

그리고 배우 분들 중에 클로디어스 왕 역을 맡으신 황성대 분,

목소리와 발성이 뛰어나시더군요.

마찬가지로 오필리아의 아버지 역할을 맡으신 분 역시 목소리가 워낙 좋으셨습니다. 관객들에게 많은 웃음을 주신 분이죠.

 

이 분과 관련한 연출도 굉장히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햄릿에게 죽임을 당한 이후, 햄릿이 "일어나라 시체여(??이 비슷한 맥락의 말 갑자기 까먹었네요. 아마 이게 햄릿 원본에도 있는 대사일 겁니다)"하니

진짜로 배우가 일어나는 것 ㅎㅎ

웃겼습니다.

 

 

아 그리고, 원래는 햄릿이 이 오필리아의 아버지를 칼로 찔러 죽이는데

연극에서처럼 스카프 같은 걸로 졸라 죽이는 설정이 더 좋았습니다.

더 비극성이 강화된 것 같아요.

 

 

 

3. 놀라부러~

 

 

 

그런데, 키스씬(?!)이 있었습니다!!

 

저 보는데 혼자 흠칫!!! 놀라버렸어요.

 

이 부분도 좋은 부분이었는데,

햄릿과 오필리아가 키스를 하려는 부분이었습니다.

이게 햄릿이 미친 상태라서 오필리아를 탐은 내지만 건드리면 안 돼 흐윽하악하는 분위기였죠.

그래서 키스하다가 입을 떼고 키스하다가 입을 떼고 이랬는데

 

저는 사실 키스하는 것도 하는 척만 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진짜 입을 대더군요...!!

그래서 저도 모르게 움찔!해버렸는데 저만 놀래더군요....ㅠ

 

살짝 쪽팔렸어요. ㅋ

남들 키스하는 걸 본 적이 없어서...

 

 

그래도 곧 즐겼습니다. (응?)

 

 

 

4. 줄임말

 

 

흥미로운 공연이었습니다.

보고나서 기묘하단 느낌이 들었죠.

 

그런데 저는 일단 든 생각이

다음에는 정통, 셰익스피어 원전을 읽고 보여주는 작품을 보고 싶다.였구요.

 

아 내가 너무 처음부터 좋은 걸 봤따. = 오이디푸스

이 오이디푸스 정도의 감동을 주는 연극은 아니었던 것 같군...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이디푸스 정말 또 하면 맨날 보러 갈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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