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한국에 돌아온 지 어느새 몇 달이 지났습니다.

결코 평온하달 수만은 없는 나날들을 보냈지만, 그럭저럭 새로운 상황에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아이도 예전 지내던 곳에서보다 훨씬 밝아지고 행복해진 듯이 보입니다.

 

그런데, 제가 최근에 취직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일이든간에 머지않은 때에 취업을 해서 조금씩이라도 경제력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은 했었는데,

운이 좋게도 제가 이전에 해오던, 제가 제 정체성을 키워나갈 수 있는 분야에 일을 얻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이쪽 일은 고정적으로 수입이 들어오기가 쉽지 않은데-그래서 이쪽에서 일하는 분들은

프리랜서가 많고, 다른 일과 겸업을 하시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합니다-,저에게는 적으나마

고정적인 수입도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일을 맡으면서 머지않은 때에 2-3주간 해외출장도 가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홀몸이라면 문제되지 않겠지만,

출장 갈 날이 조금씩 가까워올수록 아이가 마음에 걸려 고민이 됩니다.

 

 

아이는 제가 일하는 동안 오전-이른 오후까지는 어린이집에서 돌봄을 받고,

그 이후 시간은 외할머니(제 어머니)가 돌봐 주고 계십니다.

아이와 외할머니의 사이도 더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 할머니가 아이를 무척 사랑해주시거든요.

어린이집은 다닌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적응하는 듯이 보입니다.

원체 씩씩하고, 잘 먹고 잘 자는 타입의 아기예요.

 

하지만, 아이에게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습니다.

아이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적잖이 말을 시작한다고 하는 때에도 별다르게 말을 하지 않았고(옹알이를 비롯해

자기 표현은 어느 정도 되었지만),

그 점이 마음에 걸려 한국에 돌아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발달센터에서 검사를 받게 했습니다.

결과는 '반응성 애착 장애' 정도로 볼 수 있다고 하더군요.

자라난 환경이 불안정하여, 아이의 발달에 지연이 오기는 했지만, 지속적인 교육과 치료를 받으면

나아질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간 놀이치료도 꾸준히 받아 왔습니다. 지금은 처음 보는 타인과 상호작용이 더디다는 것과,

여전히 또래만큼 말을 하지는 못한다는 것 외에는 다른 아기들과 다를 바 없이 잘 놀고 잘 웃고,

가족과는 의사소통도(말을 제외하면)잘 됩니다.

 

특히 고무적이었던 것은, 예전 타국에서 부부간의 불화 등으로 인해

내적 에너지가 소진되어, 아이에게도 좋은 정서와 애정을 심어 주지 못했던 제가

이곳에 와서 비로소 조금은 편해진 심신으로 아이에게 애정을 표현하고 돌보아 주게 되자,

아이가 저에게 이전과는 또 다르게 애착을 갖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발달센터의 선생님 말씀을 빌리자면, 아이가 그전(타국에서 지낼 때)에 보였던 저에 대한 분리 불안과

애착은 '생존'에 대한 불안의 측면이 있는 반면,

지금은 비로소 엄마와 자신(아이)이 함께 어울려 편안하게 지내는 것이 이렇게 좋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저 자신(엄마)에 대한 사랑이 새로이 또 생겨난 듯하다고 하네요.

 

 

 

겨우 그나마 아이가 엄마인 저와 새로이 애착을 갖고 행복해하는 중에,

머지않아 3주 가까운 시간 동안 그 엄마가 갑자기 사라져서 내내 나타나지 않는다면,

아이가 생각보다 충격을 받아, 그간의 치료와 돌봄이 수포로 돌아가고

나빠지거나 하는 건 아닌지...걱정이 됩니다.

사실 이럴 줄 알았으면 지금 다니는 곳에 취직 자체를 말았어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저 개인의 측면으로는 제가 하는 일 분야와 제 처지를 아울러 보았을 때 이만한 곳에 취직하기가 쉽지 않아서

욕심도 났구요.

사실 해외출장의 내용 자체는, 힘든 일이긴 하지만 저 홀몸이었다면 열심히, 즐거움을 찾으며 수행할 만한 업무이기는 합니다.

 

 

연휴 내내, 그간 출퇴근으로 곁에 있어주지 못한 아이와 시간을 많이 보내면서

복잡한 마음으로 지냈습니다.

혹시 비슷한 월령의 아기가 주 양육자와 떨어져서 저만한 시간을 보낸  경험을 겪으시거나,

옆에서 지켜보신 분이 있으신지요.

말씀 좀 부탁드립니다. 물론 케바케인 것은 참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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