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stardust님과 팬더댄스님의 글을 보니 10여년 전의 저의 모습들을 보는 것 같아서 재미있군요.

 

저도 한때는 독신주의자 였습니다.

 

20대 때는 독신주의라는 것은 할 만합니다.

 

친구들도 다 결혼하지 않았고 다들 혈기 왕성할 때 이지요.

 

선같은 것이 아니라도 만나서 밥을 먹을 정도의 이성은 존재합니다.

 

밥값정도야 내어 줄 수도 있지요, 집에서 배달시켜 먹어도 1인분은 곤란한 현실인 걸요.

 

거기에다, 지속되는 야근 덕분에 주말에는 근사한 음식을 먹고 싶다는 욕구도 마구마구 증가합니다.

 

결국 주말에 누군가 같이 밥을 먹어줄 사람이 필요해 집니다.

 

하지만, 나는 독신주의자입니다.(응?)

 

그래서 지속적으로 동일한 이성과 밥을 먹다가는 서로 오해가 발생할 수도 있으니,

 

돌려막기를 하면서 밥을 먹습니다.

 

그리고 동성과도 주말에 같이 밥을 먹습니다.

 

서울에서 좋은 식당들은 홍대, 이태원, 강남역, 청담동.. 여기를 벗어나기가 힘듭니다.

 

한번은 동성인 친구와 이태원에서 밥을 먹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옆 테이블에서 동성인분들이 다정하게 밥을 먹고 있더군요.

 

저와 저의 동성친구는 얼굴이 굳어지고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우리를 옆 테이블의 사람처럼 보고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다들 .....이 되거 갑니다..가 아니라....

 

이래서는 않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다시 주말에 인간다운 식사를 같이 할 이성을 찾아 보지만,

 

30대가 되면 감정의 교류 없이 순수하게 밥만 먹고 헤어질 수 있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술을 마시면서 아름다운 안주를 먹는 것도 고민해 봅니다만,

 

결국 술을 마실 동성친구들도 결혼해서 사라집니다.

 

이미 이때는 선을 본 것이 100회가까이 되어 가고 있었고,

 

선이란 마음 편하게 내가 먹고 싶은 인간다운 음식을 먹기 위한 기회를 찾는 시간이 됩니다.

 

뭐 덕분에 맞선 상대에게는 재수 없는 된장남이 되어 있을지도 모르지만,

 

나름 삶의 활력소인 맛있는 것을 먹겠다는 욕심은 채웁니다.

(선을 보면 뒷다마가 중매인을 통해서 많이 들어오는데 그런데 신경쓰면 소심해지니 신경쓰지 않습니다.)

 

친구와 날자를 맞추어서 여행을 다녀봅니다.

 

한두번은 맞출 수 있는데 여러번은 힘이 듭니다.

 

결국 혼자 여행을 다니게 됩니다.

 

혼자 여행을 다니게 되면 쉴때도 혼자, 밥 먹을 때도 혼자입니다.

 

무언가 재미가 없어집니다.

 

부모님은 진지하게 xx드립을 치시고, 3박 4일 태국 여행을 다녀오면 동료들이 xx드립을 칩니다.

(진지하게 화를 내면 지는 겁니다.)

 

선도 보기가 지겨워집니다.

 

어쩌다 한 번 선을 보아도 골치만 아픕니다.

 

이미 30대 중반을 넘어가면, 선이란 3번이 공이 오고 가기 전에 판단을 해야하는 스포츠입니다.

 

'결혼 못하는 남자'처럼 '캐치볼'을 할 여유는 없습니다.

(진정 캐치볼을 할 수 있는 상대가 있다면 그것은 천생연분이라서 결혼을 해야하려나요...)

 

저는 이렇게 나이가 들어가다 반항할 기력도 없었던 어느날 결혼을 덜컥 하게 됩니다.

(캐치볼 따위는 없었습니다.)

 

주변에 아직도 결혼하지 않은 사람이 몇 있기는 한데,

 

이들은 일이 바빠서 그리고 자신이 아까워서 결혼을 못한 사람이지,

 

저처럼 독신주의자는 아니였습니다.

 

대략 10년전에 선에 대한 강좌도 썻었던 것 같은데.......

 

그 때가 그립군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4957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4287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4729
79 상상과 현실은 구분해야 하겠죠 [9] 제인구달 2011.10.06 1900
78 비 정지훈 일주일 있다 입대하는군요 [2] 가끔영화 2011.10.02 1716
77 명진 스님 말 진짜 멋잇게 했네요 [6] 가끔영화 2011.09.21 3052
76 부산에 살고 싶어졌어요... 주로 맛있는 음식 때문에 ㅋ [7] 사과씨 2011.09.19 3243
75 옛날 사람들은 왜 힘이 쎗을까요 [10] 가끔영화 2011.09.03 4075
74 오전에 쓸데없는 잡담을 빙자한 제레미 아이언스의 롤리타 오디오북 자랑 [13] 知泉 2011.08.31 2603
73 [iPhone 3Gs] 조금만 더 참아볼까요? 끄응 [5] kiwiphobic 2011.08.22 1695
72 잠시 후 11시 55분에 하는 EIDF <저항의 문화> [7] 13인의아해 2011.08.20 1810
71 전 요즘 1990년대 영화를 보고 있답니다 :) [14] 잠시만요:p 2011.08.18 2064
70 [바낭] 2015년부터 '스마트 교육'이 도입된다고... [12] 로이배티 2011.08.01 2028
69 나른한 오후에 듣는 신나는 노래들..? [2] catgotmy 2011.07.21 1094
68 학원물 TV 애니 Top 7 [4] catgotmy 2011.07.18 1997
67 [바낭] 사진 잘 찍는 방법.jpg [4] 가라 2011.07.18 2629
66 {영상} Do As Infinity-遠くまで(멀리까지) [5] miho 2011.07.13 1019
65 [퍼왔어요] 만능 Dog 로 불리우는 래브라도 리트리버. ( Dog 안좋아하시는 분들은 클릭 자제 요망) [7] miho 2011.07.11 3562
64 [J-pop] DEEN을 아시나요? (모르면 말고...가 아니고) [12] 이인 2011.07.05 1680
63 (졸려서 올리는) 베네딕트 컴버배치(BBC 셜록역 배우) 자화상 [7] 레사 2011.07.04 3996
62 참 보기 싫게 나온 사진(혐짤있음) [4] 가끔영화 2011.06.30 2464
61 [가십성 기사] 상.상.초.월. 기인(?) 좋아하시네. 전유성_진미령 [14] 고인돌 2011.06.23 4919
60 [이런것도 듀나인?] 무작정 굶는게 가능한가요? [25] 루이스 2011.06.08 3314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