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2.12 00:16
밤 11시 넘어까지 일 하다가 이것저것 짐을 챙겨 나와 곧 택시를 잡을 염으로 비척비척 걸어가는데, 요즘엔 하다하다 택시기사들에게도 팽을 당하는 지 겨우 세 번째 택시를 타고 집에 왔더니...
꿀빛 영롱한 윤기가 좌르르르르한 털과 귀티를 자랑하는 우리 고양님은 언제 세탁소 비닐을 처 드셨는지, 바닥에 비닐*을 묻혀 놓질 않나, 하긴 저 눔 예전 나 야근 때도 다늦게 왔더니만 중성화 이후 자취를 감췄던 오줌댓발을 침대시트에 질러버리는 만행을 저지름으로 보아 내가 늦는 것에 대한 화풀이를 저리 하는 걸 보면, 필시 나를 50년 묵은 마누라 보듯 하는 전원일기의 최불암 같아요.
어찌어찌 목숨 붙어 살며, 역대의 직장생활은 껌이었다는 듯 석 달 열흘을 아침마다 눈물바람으로 나가는 직장생활 중입니다(석 달은 훨씬 넘었지만).
상사가 가려고 준비했던 출장을 갑자기 떠넘겨 받아 일요일에 또 어딘가로 비행기 탑니다. 이 바쁜 연말에 에베레스트처럼 쌓인 일감을 처리하고 하다하다 지쳐 돌아오는 자정 전. 아무도 케어해 주지 않는 준중년은 어디서 누구한테 말도 못하고 그냥 꾸역꾸역 밀어내는 기분으로 하루하루 살아요. 귀한 줄 모르고 한없이 건방지고 오만했던 청춘을 탕진한 데 대한 벌을 받는 기분으로.
올해 어느 시기 이후의 삶은 하루하루가 마른 잣 같네요. 내일 일은 난 몰라요. 진짜 케세라세라.
아몰라(근데 진짜 이 말이 그리 나쁜가요? 난 왠지 귀여워서 꼭 한 번 써보고 싶었어;;;).
2015.12.12 00:54
2015.12.12 10:47
맞습니다. 질러놓고는 제 품에 안겨 한참을 갸르릉갸르릉 하더라구요. 그러나다 또 한 밤의 축구 한 판 벌이고 저도 피곤한 지 이불 위에 또아리 틀고 잤어요.
2015.12.12 01:52
2015.12.12 10:48
그게 이응 하나 차이가 뭘까요? 어감상으로는 귀여운데 실상은 여자의 어떤 속성틀 통칭하는 징한 말이란 말인가요?
2015.12.12 19:52
2015.12.13 00:19
아, 그런 건가요? 제 개인적으로는 말씀하신 바대로의 아몰랑을 시전해 본 적고 없고, 그래서 그게 제 매력인 양 혹한 남자들도 없었지만... 대부분 남자들의 허튼 허세에 비해, 말씀하신 그대로라면 아몰랑은 차라리 봐줄만 한 게 아닌가 하면 이건 성대결을 도발하는 게 되는 건지, 어쨌든 제가 한번쯤 말하고 싶었던 자포자기의 탄식은 이렇듯 예민한 것이었군요...
2015.12.12 03:03
2015.12.12 10:49
그렇게까지 자주 택시를 타는 편은 아니라, 필요할 때만 이용하는데 연말이라 그런지 쌩 지나들 가네요. 지나간 기사들은 어제의 제 이용구간을 알았더라면 배 좀 아팠을지도요;;;
2015.12.12 03:04
2015.12.12 10:50
그래서 고양이에게 가끔은 미안해요. 분명히 내가 돌봐주려고 데려왔는데 내가 위로를 받고 있으니. 다음 생엔 내가 우리 고양이의 고양이로 태어나기로 했어요. 우리 고양이는 사람으로.
왜안오냐 하다가 화를 내는군요. 정작 오면 반기겠지만요.
아몰라 나쁘지 않아요. 다들 쓰는 말인걸요. 하는데까지 해보다가 아 이게 제대로 된건가 된것같긴한데 아몰라! 될대로되라고!
나쁘게 쓸때만 나쁜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