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장수술.. 오늘 퇴원했어요.

2014.07.28 21:45

살구 조회 수:2776

일년에 한두번 정도 급체를 할때가 있습니다.

전 미열에 극도로 약하고 두통이 공포 그 자체인데 이 급체란 게 3종셋트로 오는 경우가 많아서 상상하기조차 싫습니다.


복날이라고 금요일부터 삼계탕을 먹으러 오라시는 부모님 전화가 있어서 토요일 새벽 쯤 눈을 떴을 때 샤워나하고 가야겠다 싶었죠.

그런데 6시부터 배가 살살 아픈겁니다. 발열, 두통과 함께 말이죠.


집에 매실엑기스가 있어서 타먹었더니 그대로 게워내고 타이레놀2개로 두통은 잡았는데 복통은 점점 심해지고요.

진땀이 바짝바짝 나서 머리카락이 목에 들러붙고 바늘을 꺼내 손을 따고 안되겠다 싶어 전화를 했더니

부모님은 오고싶어하지 않아서 꾀병을 내는 것으로 오해하고 당장 올라오라고 하시고

할 수없이 비틀거리며 약국으로 갔습니다.

할명수와 강력소화제를 먹었는데 전혀 차도가 없었고 정말 죽을 힘을 다해 택시를 타고 인근 종합병원으로 갔죠.

그때가 오후 2시경이어서 원무과는 문이 닫혔고 응급실로 직행했어요.


의사가 탈진한 저를 위해 진통제와 링겔을 꼽고 배를 눌러보는데 맹장부위라는 거에요. 전 충수염이 남의일이라고 생각했고

배전체가 아픈터라 그때까지 의심을 했더랬습니다.

피검사를 해본다고 하더니 동의를 얻자마자 한 주사기 빼가고 백혈구 수치가 높다는 결과를 알려주더니

바로 CT촬영. 그때는 이미 배가 말짱해진 상태였기 때문에 헛돈 쓰는 구나 싶어서 안하겠다고 했거든요.

그런데 뭔가 확신이 있는 사람이 밀어붙이는 투로 말해서  뭔가 끌리듯 동의한 거 같아요.


그런데 외과과장이 CT를 판독하더니 충수염이라고 즉시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하네요.

휴대폰을 집에 두고 와서 엄청나게 와있을 전화에 걱정이 되어 집에 연락하니 한달음에 부모님과 동생이 달려오고

맹장안에 돌이 들어가 있고 염증이 부근에 퍼졌다는 식으로 말해서 수술실까지 들어가 마취들어가는 걸 확인하고 눈 뜨니 수술끝.


복강경이라고 복부 세군데에 구멍을 뚫어 카메라를 넣고 수술을 한다는 설명을 들었고 부위도 매우 작음에도

눈 뜸과 동시에 중환자가 되어 버렸어요.

가스가 나오기전까지 물도 마시면 안된다고 해서 토요일부터 오늘 오전까지 굶으니 기력은 진짜 없어지고 수술시 목에 관을 꼽은 관계로 폐가 제 활동을 하기 위해 깊은 숨을 쉬고 기침을 하라는데 의식하며 숨을 쉬면 배전체에 엄청난 통증과 함께 기침을 하게되고 두번 기침에 생으로 앓는 소리가 나오더라고요.


시집안간 언니를 위해 신혼의 여동생이 간이침대에 누워 몸만 돌아 누으면 '언니, 언니'하는데 오랫만에 여동생의 정을 느낄 수 있어서 한편으로 행복했어요.

어머니가 쒀온 흑임자죽을 먹고 원기회복을 했다고 스스로 다짐하고 복대에 힘을 잔뜩주고 기침을 하고 가래를 뱉고 한층한층 걸어다녔습니다. 밤에는 미열로 헛소리를 해서 옆침대환자가 놀래서 오게하기도 했지만요.

의사가 살짝 만류를 했지만 토요일 수술에 오늘 오후 퇴원했어요.

침대가 어찌나 배기는지 목이 뭉쳐서 고개 돌리는 것도 힘들고 아파도 집에서 아픈게 나을 것 같아서요.

부모님도 부모님댁으로 가서 조리를 하자고 하는데 나이드신 부모님 폐를 끼치는 것 같아 보란듯이 큰 가방 두개 챙겨서 퇴원 수속을 했습니다.


지금 미열이 얼굴부터 발끝까지 느껴지는데 참아보죠. 뭐.

이런 글을 쓸 정도니 별거아닐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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